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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맘의 글방

연초록에 깃든 이야기

물소리~~^ 2013. 4. 13. 16:41

 

 

 

 

 

요즈음 산행은 20여분쯤 밀고 당기기를 하며 다녀온다.
이름 아침의 봄 모습을 만나고픈 마음에서다.
남쪽부터 꽃을 피우는 봄이 이제 우리 뒷산에 닿은 것 같다.
진달래는 흐드러지게 피어나고 오솔길섶의 제비꽃도 슬며시 제 날개를 펴고 있다.
꽃보다 잎을 먼저 올리는 산벚나무도 꽃봉오리들을 벙긋벙긋 열기 시작했다.
나무들은 물 올리기에 여념이 없어 보인다.
국수나무, 떡갈나무, 때죽나무, 찔레나무의 아주 작은 연두 잎들이
새살거리듯 오밀조밀 나무 몸을 비집고 나오고 있다.

 

정말 작설이다.
차(茶)이름에만 붙일 작설이 아니다.
진정 참새 혀만큼이나 작은 잎들이 피어나며
숲을 채워주는 그들의 빛이 참으로 곱기만 하다.
고요한 숲에는 들리지 않는 맑은 소리들로 가득하다.
그 맑음에 나의 허접한 상념들은 저절로 지워지니 텅 빈 마음이 된다.
차분히 가라앉은 텅 빈 마음으로 바라보니
숲속의 생명들의 모습에는 정령이 깃들어 있는 듯싶다.
진정 간밤에 하늘의 요정들이라도 내려왔던 것일까.
그렇지 않고서야 이 숲의 모든 생명들이 이렇게 신명으로 들떠 있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
간밤의 봄 축제에서 숲의 정령들은 춤을 추며 신명을 넣어 주었을 것이다.
그들은 이제 막 피어나는 새순들에게 삶의 지혜를 알려 주었을 것이다.
차분한 봄비가 내리기도 할 것이지만,
사나운 태풍의 여름도 날것이고, 눈보라치는 추운 겨울을 만날 것이라 일러주었을 것이다.
살아가며 만나는 순간들은 항상 좋기만 한 것이 아니라고,
또 나쁘기만 한 것은 아니라고 귀띔해 주었을 것이다.

 

고운 잎으로 우쭐대어서도 아니 되고
바람에 찢기었다고 좌절하지 말라고 넌지시 희망을 안겨주었을 것이다.
희망은 눈에 보이지 않아 잡을 수 없는 형체의 마음이지만
늘 검소함으로 아껴두라고 알려 주었을 것이다.
그 귀한 마음을 얻은 봄빛들의 신명은 그대로 나에게 전달되니
나 역시도 발걸음에 신명이 붙는다. 어디 계절의 세상이치가 변한 적 있던가.

 

정녕 이른 아침 변함없는 이치에 발맞추어
발맘발맘 걷는 나를 행여 숲의 정령들이 보았을까.
그 순간만큼은 숲의 나무가 되어 그들의 신명에 동참하고 싶다.
내 마음에게도 신명을 넣어주기를 가만히 소망해 본다.
아니다. 소망의 마음을 가지기 전,
이 새벽의 고요함을 내 스스로 먼저 배워야겠다.
그래야 신명이 깃들어질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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