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은 봄빛을 데리고 와서 문밖에서 서성인다.
지난 토요일 그렇게 바람이 사납더니…
아마도 화르르 피어나는 꽃들에 샘을 낸 바람 이었나 보다.
그래서 꽃샘바람일까?
추적추적 비 내리는 내 정겨운 오솔길을 따라 오르니
바람이 가녀린 진달래를 성가시게 훼방을 놓고 있었다.
봄은 바람을 아랑곳 하지 않고 군데군데
봄기운을 뿌리고 있었다.
조롱조롱 빗방울들을 매달고 있는 나무들이 참 예뻤다.
봄은 이렇게 찬찬한 마음으로 바라보아야 오는 것이지…
봄빛은 꽃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이제 막 아주 조그맣게 싹을 올리는 연두 잎~
그래 작설이다.
어디 차나무에게만 작설이란 말이 어울릴까
우리 뒷산 나무들도
어김없이 참새 혀보다도 더 작은 새 잎을 오므리고 있으니
분명 작설 잎인 것을… 정말 예쁘다.
물먹은 나무줄기들이 검은빛을 띄우는 사이사이로
가녀린 연둣빛을 내밀고 있는 저 작은 점점들!
바람이 붓이 되어 그들을 섞어버리지만
그 본질은 흩어지지 않는다.
새순의 작음과 그 빛만은 영원히 지켜져 오고 있음이다.
남쪽의 꽃들은 활짝 피었다지만
내가 있는 이곳은 아직도 봉오리를 부풀리고 있을 뿐이다.
빠름이 있으면 느림도 있는 법.
우리 사람 살아가는 길도 그러할 것인데
앞선 자를 굳이 따라가려 하지 말고
내게 다가온 그 길에서
나의 최선을 다하는 것이야 말로 진정 아름다움이 아닐까?
내 데데한 모습을
남쪽에서도 북쪽에서도
알아주고 바라봐 주기를 바라는 것은 욕심일 뿐이다.
내 곁에서 나를 지켜봐주고
기대는 마음들에게 예쁨을 주고받으면 될 것이다.
지난 가을, 초로의 가는잎사초를 끌어 모았던 댕기머리위로
새 잎이 시작하고 있었다.
일찍 핀 꽃들이 떨어질 때
늦은 꽃들은 이제 막 피어날 것이니
시작과 끝은 언제나 한 시공간에 머물고 있음일진대
내 마음의 눈은 다만 시작에 기대를 걸고 있는 어리석음일까.
시작의 결과를 아름답게 기다려 보자고 다시 한 번
희망을 꽃 피워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