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주어진 모든 것을 사랑으로!!

내맘의 글방

꿈으로 깊어지는 희망

물소리~~^ 2013. 1. 6. 12:36

 

 

 

 

 

 

 

잠이 덜 깬 상태에서 조금이라도 미적거리다보면 산행시간을 놓치기 십상이다. 오늘도 그렇게 서둘러 나서는데 왠지 평소와 다르게 옷차림이 완벽하지 못하다는 것이 느껴진다. 엘리베이터가 도착하여 문이 열리고 안에 들어서는 순간, 나의 왼쪽 팔 옷 사이로 피가 주르륵 흘러내린다. 무슨 피지? 하면서 얼른 지혈을 해야겠다고 손수건으로 팔을 묶으려는데 손에 든 스틱 때문에 동작이 자유롭지 못했다. 내려가는 층의 단추를 누르지 안했는지 엘리베이터 문이 다시 열리고 집으로 들어서는데도 피는 계속해서 흘러 내렸다. 신발을 벗고 거실에 올라서는 순간 나는 잠에서 깨어났다. 꿈이었다.

 

시계를 보니 평소 산행시간보다 20여 분이 늦어져 있었다. 산행을 포기하고 그대로 이불속에 누워 있자니 꿈이 너무나도 생생히 펼쳐진다. 무슨 꿈일까? 애써 좋은 쪽으로 생각을 돌리려 했지만 피를 흘렸다는 사실에 자꾸만 엉뚱한 생각에 머무르곤 한다. 이불속에서 빠져나와 인터넷에서 꿈 해몽을 검색해 보았다. 아! 놀라웠다. 피에 대한 꿈의 해석이 이렇게 많다니~~ 그렇다면 아무것도 아닐 수 있다는 생각에 적이 안심이 된다. 하나하나 클릭하며 읽어보니 좋은 방향으로 해몽이 된 글도 있고, 안 좋은 뜻으로 풀이된 글도 있었다. 컴을 끄고 다시 이불 속으로 들어가 꿈(dream)을 풀어가며 꿈(hope)을 꾸어 보았다.

 

이왕이면 좋은 뜻으로 받아들이고 싶었다. 내가 요즈음 간절히 바라는 일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그 일에 모든 좋은 것으로 희망을 걸어두었다가 어긋날 경우 느껴지는 상실감이 대단할 것이다. 그저 오늘 하루 어떤 일이 나에게 다가올지 만을 기대해 보기로 하였다.

 

전화기에 메시지가 와 있었다. 고마움을 전하는 내용이었는데 오히려 더 기쁜 마음이 되었다. 사무실 일이 막힘없이 숭숭 풀려 나가니 마음이 개운하다. 월말 일을 처리해야 할 바쁜 시기였지만, 연휴가 있어 이틀이나 늦게 시작한 일인데도 어려움이 없이 나아가니 기분이 좋았다. 늦은 오후쯤에는 오랜만의 반가운 전화를 받았다. 조심스레 전하는 딸아이의 취업을 전하는 소식이었다. 모두가 기쁘고 반가운 소식들이었으니 지난밤 꿈이 안겨주었던 좋음을 다 이루었다는 생각에 훨씬 가벼운 마음이 되었다.

 

꿈의 사전적 의미는 ‘잠자는 동안 일어나는 심리적 현상(dream)의 연속’ 과 ‘실현시키고 싶은 희망(hope)이나 이상(理想).’ 이다. 

 

상상력은 우리 인간만이 지닌 유일함이라한다. 우리의 바람이나 희망이 상상력에 기인하는 것이라면, 잠자는 동안의 꿈은 상상력으로 키운 희망을 확인시켜주는 하나의 통로가 아닐까. 우리는 늘 좋은 것을 염원하고 잘 살기를 기대하고 살아가는 연속선상에 있다고 해도 지나침은 없다. 나의 희망이라는 심리적 현상을 꿈이 암시해 준다는 믿음은 헛된 망상만은 아닐 것이다. 실제로 독일의 한 과학자는 꿈속에서 본 현상에 힌트를 얻어 화학구조식을 완성했다고 한다. 상상력으로 키운 꿈이 현실로 나타난 결과였다. 

 

지난 연말 이곳 도립미술관에서 전시하고 있는 세계미술 거장전에 다녀왔다. 교과서에서나 보아왔던 세계적인 화가의 작품들이 전시된다는 데에 강한 호기심이 일었다. 작품을 보면서 느낀 점은 교과서에서 바라본 상상력을 실물을 대하면서 현실감으로 느꼈다는 것이다. 

 

100호라는 크기를 알 수 있었고, 색감의 질감을 소름 돋도록 느껴 보았고, 이에 붓질의 강약에 따른 작가의 열정과 아우라를 느낄 수 있었다. 이런 느낌들은 순전히 나의 것이라기보다는 그동안 이론적으로 배워왔던 상상력에 준하여 일으킬 수 있었던 감정들이다. 이처럼 하나의 사물에 이론이나 이야기가 상상력으로 깃들게 되면 우리는 그 사물의 현실성을 더욱 뚜렷이 느끼며 이루었다는 성취감을 느끼는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깊은 산길에 오롯이 홀로 피어있는 꽃들을 만날 때, 그에 어린 전설을 떠올리며 바라본다면 더욱 애잔한 마음이 현실적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꽃이 지닌 전설은 살아가며 받았던 애잔한 마음들을 꽃에 풀어내는 꿈(hope) 이야기였을 것이다. 유적지를 찾았을 때, 역사적인 사실 하나만이라도 작은 돌멩이에 연계해보면 뿌듯한 감동으로 다가온다. 막연한 역사의 상상력을 돌멩이라는 현실감에서 충족시킬 수 있음이다.

 

꿈에는 암시적인 느낌이 강해서일까. 이룰 수 없는 마음을 글자화 할 수 있는 문학에도 아주 많이 등장하는 단어이기도 하다. 일찍이 황진이는 ‘꿈’이라는 시로 연인을 만날 수 없는 마음을 노래했다. ‘꿈길밖에 길이 없어 / 꿈길로 가니 / 그님은 나를 찾아 길 떠나셨네 / 이뒤엘랑 밤마다 어긋나는 꿈 / 같이 떠나 / 노중에서 만나를 지고 ‘ 라며 애절한 마음을 풀어내기도 하였다. 그 간절함은 후세 사람들의 마음까지 움직였으니 가곡으로 불리며 지금까지도 사람들의 심금을 울리고 있다. 참 멋진 꿈을 멋지게 풀어 마음을 전하였으니 황진이는 그 님 만나는 상상력을 꿈으로 이미 성취했는지도 모르겠다.

 

너무나도 생생한 내 꿈을 좋은 뜻으로 여기고 싶다. 내가 이루고자 하는 간절함의 상상력을 꿈이 암시해 주었다고 믿고 싶다. 새해 첫 달이 다 가기 전, 이 꿈이 암시하는 좋음이 현실에서의 성취로 이어지기를 기대하는 마음 간절하다. 

 

 

 

 

'내맘의 글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연곡사가 품은 이야기  (0) 2013.01.21
연곡사를 찾아서  (0) 2013.01.21
흰 눈빛은 나를 수놓았다.  (0) 2012.12.10
단삿빛 고운 여인들  (0) 2012.12.05
김장을 담그며 삶의 연륜을 배우다.  (0) 2012.1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