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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맘의 글방

버들강아지 눈 떴다

물소리~~^ 2012. 3. 7. 12:03

 

 

 

 

 

 

 

늘 규칙적으로 지내는 일요일 일상의 틀에서 벗어난다는 것은 참으로 어렵다고 느껴 왔다. 내가 해야 할 일들을 미루어 놓고 뒤늦게 맞닥뜨리는 개운치 못한 마음에서 일찍이 벗어나고자, 늘 그렇게 틀에 갇혀 지내는 것인지도 모른다. 지난 일요일 집에 다녀가는 아이를 터미널까지 배웅하고서 곧바로 구불길을 찾아 나서며 일요일의 틀에서 벗어나는 행동을 했다. 오랜 시간동안 출입통제 하던 곳을 개방하여 산책길을 조성해 놓았기에 새로움이 가득하단다.

 

금방이라도 비가 내릴 듯싶었지만 간편한 옷차림으로 나섰기에 걱정하지 않았다. 오히려 낮게 퍼지는 공기의 차분함을 즐길 심산이었다. 일요일이었지만 날씨 탓인지 사람들이 많지 않았다. 입구에서 산책로 안내판을 살펴보니 수변을 따라 구불구불 걸으면 12km 이상을 걸어야하며 시간이 3시간이 넘게 소요되는 거리였다. 하여 수변을 따라 걸으며 종종 직선거리인 등산로를 따라 걷기를 반반으로 하자고 작정하고서 걷기를 시작했다.

 

모든 것이 싱그럽게만 보인다. 겨우내 움츠렸던 식물들이 한껏 기지개를 펴고 있었다. 제방의 억새는 지난 가을의 화려함을 곱게 갈무리한 몸짓으로 서 있으니 참으로 단정하다. 발아래의 촉촉한 흙들이 숨을 쉬고 있는 듯 부풀어 올라 있었다. 나뭇가지를 살짝 흔들고 지나던 명지바람이 내 얼굴을 간질이며 지나간다. 바람 속에 봄의 화신이라도 들어있을까. 산과 물이 어우러지며 빚어내는 향기가 자꾸만 코끝을 스친다. 그 향기가 어떠어떠하다고 표현하고 싶지만 도무지 생각이 나지 않는다.

  

우리 사람이 느낄 수 있는 향의 종류는 40만 가지라 하는데… 그렇게 많아서 다 헤아릴 수 없는 것이라고 내 무지를 변명해 본다. 아무튼 자연의 생물들에게서 맡는 향은 유쾌함의 일 순위라고 말하고 싶다. 그 유쾌함 속에서도 들뜸이 없이 절기에 따라, 계절에 따라 피어나는 꽃들의 인내력과 자제력에는 감탄을 금 할 수 없다. 이곳 수변을 둘러싸고 있는 나무들과 나는 보이지 않는 교감을 이루고 있었다. 나의 날숨이 나무들의 들숨이 되고, 나무들의 날숨이 곧 나의 들숨으로 이어지고 있으니 숲에서의 편안함을 느끼는 까닭은 가장 평범한 숨고르기를 할 수 있기 때문이라 생각한 적 있다.

 

사실 일탈하여 나서는 구불길에서 봄 꽃 하나라도 만나기를 염원했다. 밋밋한 산에 희망을 알리는 생강나무 꽃이라도 볼 수 있을까 하는 바램이었는데 아직은 아닌가 보다, 그래 올 겨울 늦추위가 유난을 떨지 않았던가. 차츰 마음 접으며 그래도 아직은 겨울 맛을 지니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즐기노라니 기어이 빗방울이 한 두 방울씩 떨어진다. 하지만 느긋한 마음이었다. 비마저 조심스럽게 내리는 것은 아마도 어디쯤에 서 있을 봄을 찾아 나처럼 두리번거리기 때문이리라.

 

갑자기 산등성의 나뭇잎들이 부산해지기 시작했다. 사각사각 바스락바스락 거리며 내리는 비들을 즐겁게 맞이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내 옷과 모자 위로 떨어지는 빗방울들은 소리가 없었다. 주인인 나의 감성이 메말라 있으니 비도 재미가 없을 거란 생각에 미안해진다. 애써 더 밝은 마음이 되고자 열심히 걸어 본다. 갑자기 여러 곳으로 갈리는 길에서 이정표를 만났다 어느 곳으로 갈까 망설이다 아무래도 물가 가까이 내려가 보고 싶어 다듬어 지지 않은 거친 길을 택했다. 그곳의 경치가 훨씬 나을 것 같아서다.

 

물가 가까이 있는 나무들은 제각각 다른 몸짓으로 유연하게 서있으니 그야말로 한 폭의 수채화였다. 그 나무들의 멋진 모습을 이리 저리 돌려 바라보다 그만 올라가야지 하며 돌아 서는데 무언가 한 무리의 희끗함이 보인다. 무어지? 다시 고개를 돌려 바라보니 어머나~~ 버들강아지였다. 얼마나 좋은지 그만 마음이 확 밝아진다. 그래. 너희들 나를 만나려고 이곳으로 내려오게 하였구나. 털이 부얼부얼한 느낌이 더없이 다정하기만 하다. 반가움에 사진 몇 방을 누르고 있으니 저 위쪽으로 지나가던 사람 서넛이 내려와 함께 반가워한다.

 

모든 사람들이 반가워하는 물가의 버들강아지는 버들개지라는 또 다른 이름을 복수표준어로 가지고 있다. 그만큼 우리에게 친숙함과 정겨움을 안겨주기에 공통성을 부여하여 예로부터 부르는 정겨움의 이름까지도 표준어로 정한 것은 아닌지.. 이름마저 새롭게 보인다. 지금 이들은 분명 꽃 피기 전의 모습이지만 제일 먼저 봄을 알리며 우리를 찾아 왔다. 그들의 나란나란한 모습이 위풍당당한 행진을 하고 있는 듯싶으니 내 발걸음도 경쾌하다.

 

일요일의 일탈로 새로움을 만났고, 이미 찾아온 봄을 만나는 즐거움을 얻었으니 버들강아지 눈 뜨듯, 나의 일상에서의 일탈에 눈을 뜨고 있음이다. 일요일의 일탈이 큰 횡재로 다가온 것만 같았다. 여기저기서 희망을 전하며 들려오는 봄소식들을 내 오감을 활짝 열고 겨우내 텅 비운 마음 안으로 맞이하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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