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람 이병기 선생의 생가
오늘 하루도 이렇게 지나갑니다.
일하는 내내
내적으로 무언가 꽉 찬 듯싶으면서도
퇴근 길 운전대를 잡고 나서면
허전함이 물밀듯 밀려오지요.
그런 마음 안으로 들어오는
해질녘의 풍경과
딱 그 시간의 음악방송의 시그널 뮤직이
저를 센치하게 해주기도 합니다.
저녁식사를 대충하고 나선 저녁산책길~~
날씨가 풀려서인지
제법 많은 사람들이 씩씩하게 걷습니다. 그 틈에
종일 웅크린 어깨를 펴 줄 양으로 으쓱으쓱하며 걷다가
같은 아파트 사람을 만났고 서로 그냥 어색해서 웃고 말았습니다.
그런 모습들에 그냥 참 선한 마음이 됩니다.
아니, 그들이 그런 마음을 안겨준 것이지요.
내 작은 웃음소리를
쩡! 하며 큰 울림으로 받아들이던
호수의 얼음도 다 풀려 버렸어요.
호수 위, 잘 익은 부들도
이제는 잡히지 않는 그리움으로 멀어져 버렸답니다.
떠남을 뒤로하고
새로이 호수변의 탱자나무 꽃을 기다리고
뽕나무의 오디를 기다려야 하나 봅니다.
이런 변화를 바라보며
이 세상에 그 무엇도 늘 같지 않다는 제행무상(諸行無常 )을
오늘 산책길의 화두로 삼아보았습니다.
글쎄요~~ 저에게도 제행무상을 대입시켜 봅니다.
세월의 흐름 따라 어쩌면 많이도 변해버렸을 제 모습을
이렇게 합리화 시켜보니 그도 순리인 것 같아 마음이 놓여요.
어제는 낮 시간을 조리하여 얻어진 시간을 타고
여산면에 있는 가람 이병기 선생의 생가를 다녀왔어요.
고즈넉함과 평화로움을 만끽하고
마음 가득 무언가를 담아온 것 같아 참 좋았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금강의 철새들을 만났어요.
물 위에 촘촘히 앉아 있는 모습들은 조금 징그러워 보이는데
해질녘이 되어 일제히
날아오르는 모습은 환상적이지요.
그들은 무심히 행할 뿐인데
바라보는 제 마음이 이랬다저랬다 변덕 이예요.
마음만은 제행무상의 이치가 아닐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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