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길 찾아가는 길목에서 만난 가을 꽃
오랜 전, 내가 그 길로 접어든 것은 순전히 우연이었다
어느 날 가을날의 쓸쓸함을 못 이기고 한적한 길 찾아 드라이브 나섰다 만난 길이었다.
풍경마저 숨죽인 한적함이 좋았다.
넓은 평야와 맞대고 있는 갯벌이 있었고 논 사이의 갈대밭이 참으로 평화로웠다.
넓게 펼쳐진 갈대밭을 바라보고 마음속으로 환호성을 지르며 내 달았었다.
그렇게 만난 후, 계절이 바뀔 때마다 한 번씩 찾아가곤 했던 곳이었다.
나중에 그곳에 염전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더욱 그 길을 좋아하게 되었다.
어은리라는 면 단위 마을이 있는 곳이었다.
어제 토요일에도 그렇게 그곳을 찾아갔다.
새만금방조제가 생기기 전 바닷물이 이 마을 앞까지 들어왔었단다.
하여 옥구 염전이 있었고 철새 도래지로도 유명한 곳이었다는데
방조제로 인하여 바닷물이 막히니 갯벌만 남았고 염전도 없어졌고 철새들도 날아오지 않는 곳이다.
그나마 새만금 방수제 건설로 생태습지가 형성되고 있다고 하니 반가운 일이다.
그 넓은 갯벌 위에 골프장이 생기고 이제는 전국에서
골프 가방 싣고 자동차로 달려오고 있으니 상전벽해라는 말이 맞을까?
골프장이라는 시대적 건물이 생겨서인지
갈대와 억새가 키재기 하던 오롯한 길은 아주 넓은 도로로 변신했다.
시속 20km로 천천히 달리면서 그들을 바라보았다.
서쪽으로 기운 해를 등진 그들의 모습이 멋지다.
깊숙이 들어온 만경강 줄기도 제 힘을 펴지 못하고 있다.
겨우 가느다란 물줄기가 이곳이 만경강 하구였고 바다와 만났던 곳이라고 말해주고 있었다.
그 틈에 갯벌에서 밀린 갈대가 제 갈기 머리를 제멋대로 날리며 살아가고 있었다.
그들의 헝클어진 자태에서
하루 같이 바다를 바라보며 살았는데 이제는 바다를 바라보지 못하지만
어쩔 수 없다는 조용한 체념이 마냥 쓸쓸함으로 전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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