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식사를 마치고 나서는 산책 시간은 나에게 산소 같은 시간이다
여기저기, 이것저것을 바라보며 걷는데
호수 위로 붉은빛 노을이 감돌고 있다.
눈을 들어보니 아니! 서쪽 산 너머 끝으로 넘어가는 노을의 붉은빛에
산, 구름, 호수의 물이 서로 어우러져 빚어내는 장엄한 빛에 유장한 기운이 가득하다.
한참을 서서 바라보았다.
한순간 자연이 연출하는 장엄함의 극치를
호수도 그냥 넘길 수 없다는 듯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데칼코마니 정취로 담아내고 있었다.
점점 빛을 잃어가며
산 너머로 넘어가려는 저 황홀한 빛의 여운 속에 차츰 어둠이 내려 쌓이고 있다.
그 무언가 범접할 수 없는 기운이 있을 법한데
보이지 않고 잡히지 않는 것이다.
내 맘 깊숙이 깊숙이 감추어둔
차마 꺼내 보지 못한 엉뚱한 꿈과 소망들에 저 빛을 쬐고 싶다.
부질없이 부여잡고 있었던 망상들을 저 장엄한 붉은빛에 불살라 버리고 싶다
그래서 후련함으로 가볍게 걸었다.
집으로 올 때까지...
다음 날 이른 아침
6월의 녹색은 바라만 봐도 위로가 된다.
사이사이 피어나는 꽃들은
자신들의 꽉 찬 마음을 조심스레 보이는 조신함으로
빈틈없는 나뭇잎이 답답하지 않으니 내 마음은 절로 가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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