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주어진 모든 것을 사랑으로!!

꽃과 나무

하지에 만난 굴피나무

물소리~~^ 2023. 6. 20. 21:39

 

내일 6월 21일은 하지 절기다

낮의 길이가 가장 길고 그림자는 가장 짧은 날이다.

 

하지 절기에 내리는 비는 농사짓는데 더없이 중요하기에

하지에 내리는 비는 천금만큼 귀하다는 말이 있는데

마침 비 예보가 있으니 참으로 다행한 일이다.

 

해마다 하지 절기가 되면 나는 마음이 그냥 쓸쓸해지곤 한다.

하지가 지나면 이제 낮의 길이가 하루에 1분씩 짧아진다는 말을 상기하며

일 년이라는 시간의 하향 곡선을 만난 기분이기 때문이다.

반년이 지나도록 내가 한 일은 무엇이며

남은 반년 동안 나는 무슨 일을 해야 하는가

내게 짐 지워진 일들에 대한 회한이 자꾸 나를 쓸쓸하게 만들곤 한다.

 

시원한 가을바람의 소슬함에 느끼는 쓸쓸함과 격이 다른

꿉꿉한 기운 속 쓸쓸함은 나를 맥없게 하곤 한다.

비 오기 전 몸이 무거워짐은 나이 듦일 것이라고 생각하며

억지로 무거운 몸을 끌고 저녁 산책길에 나섰다

 

아, 나오길 참 잘했다.

 

달라 드는 모기만 아니면 더없이 가벼워지는 마음일 텐데…

손수건으로 연신 내 팔을 휘두르며 한참을 걸어가는데

무언가가 내 눈에 들어온다.

꽃답지 않은 꽃을 피운 나무에 눈길을 돌리니  아!! 굴피나무로구나.

반가움에 폰 사진으로 담아본다.

 

▲ 굴피나무

 

굴피나무는 꽃도 예사롭지 않고 열매도 특이하다.

줄기의 속껍질은 어망을 만들 때 사용하기도 한다는데

그래서 예전 신시도 대각산의 바닷가에서 자라고 있었을까?

그런데 우리 뒷산에도 있고 이곳 호숫가 산에서도 자라고 있으니

장소 불문하고 살아가는 나무인가 보다.

 

 

굴피나무는 수천 년 전에는 지금의 참나무처럼

우리 강토 여기저기 서식하면서 터줏대감 노릇을 했다고 한다.

그때 그 시절의 굴피나무는 아주 큰 나무이면서 재질이 좋은 나무여서

선박의 몸체가 되기도 하고 임금의 시신을 감싸는 목관이 되기도 하였다니

굴피나무의 영광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또 굴피나무 껍질로 그물을 만들기도 했는데

이에 붙여진 그물피나무에서 변형된 이름으로 굴피나무라고 한다

 

또한 굴피집의 지붕을 얹는 재료의 나무이기도 하였으니

활용도가 높아 최고 대우를 받았던 옛날의 영광은 사라졌지만

그럼에도 나름대로 열심히 살아가며 특별한 꽃을 피운 굴피나무!

무언가를 새롭게 만나는 일은 언제나 즐거움을 안겨준다.

 

무거운 몸을 이끌고 나온 걸음이 굴피나무를 만나고 몸과 마음이 가벼워진다

비록 하지절기부터 낮의 길이는 짧아지지만

모든 작물들은 이제 온 힘을 다하여 살면서 결실을 맺어야 하니

그들에게는 새롭게 시작하는 시간일 것이다.

이에 비까지 응원을 하고 있잖은가~~ 나도 그렇게 따라나서야겠다.

 

▲ 굴피나무 열매 : 견과류로 분류한다. / 3월 4일 신시도 대각산에서 찍은 사진

 

▲ 아직 산책이 끝나지 않았는데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반가운 하지날의 비이니 맞아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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