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팝나무의 학명은 치오난투스(Chionanthus). 그리스어로 ‘하얀 눈꽃’이라는 뜻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꽃이 활짝 피었을 때 모습이 수북이 담은 쌀밥을 닮았다 하여..
쌀밥을 뜻하는 이밥을 붙여 이팝나무라고 지었다는 설이 있다.
또 다른 설은 입하(立夏) 즈음에 피어나기 때문에
입하목(立夏木) 이라고 부르다 이팝나무가 됐다는 이야기인데
올 입하는 지난 토요일, 6일이었기에
입하목이라는 이름이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9시 30분까지 내원하라는 메시지를 받았다.
너무 일찍인데…… 전화를 걸어
채혈하고 결과가 9시 30분까지 나오려면 너무 다급하니 11시 진료로 바꿔 달라고 했다.
간호사는 담당 의사와 시간 조율하고 다시 전화를 준다고 하여 기다리니
10시 30분에 시간을 맞춰달라고 한다. 더 이상 내 주장을 할 수 없다.
당일(8일) 아침 7시 40분에 집에서 출발
자동차 전용도로에 진입하니 출근 차량이 긴 행렬을 이루고 있다.
모두가 바쁜 시간인지라 잘도 달린다.
병원에 도착했는데 세상에~ 그 많은 주차장이 자리가 없지 않은가.
빙빙 돌다가 겨우 한 자리 만나 주차하고 뛰다시피
채혈실에 도착하여
대기표를 뽑으니 번호가 169번, 33명 후에 내 순서다.
대충 시간을 계산해 보니 내 진료 전에 충분히
혈액검사 결과가 나올 것 같다.
9시 20분에 채혈하고 진료실에 접수하니
간호사는 결과가 나오면 진료 대기화면에 이름이 뜰 것이라고 한다.
오늘은 일 년에 한 번 있는 나의 진료일이다.
2015년에 혈액암 진단을 받고 7년을 넘어 8년째 접어드는 시기다.
진료를 기다리면서 내가 한때 입원했던 병실과
주사실을 찾아보노라니 그냥 마음이 뭉클해진다.
뭉클해지는 한편으로는 알 수 없는 정겨움도 섞여 있다.
내가 누워있던 곳에 또 다른 사람들이 아픔을 치료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현장~
참으로 고마운 장소다.
10시 20분경에 내 이름이 올라왔다.
정확히 35분에 내 이름이 불리고 진료실 안으로 들어가니
담당 교수님이 반갑게 맞이하신다.
고생이 많으셨는지 얼굴이 좀 야위어 보였다.
나보고 그동안 어떻게 지냈냐며 체중 유지는 잘하는지 (빠지면 안 된다고 하셨음)
밤에 자면서 땀을 흘리지는 않는지, 여러 특징들을 하나하나 물으신다.
나는 아주 잘 지내고 있다고 대답하니 혈액검사 결과도 아주 좋다고 하신다.
다만 백혈구수치가 정상치에 조금 미치지 못하지만 개의치 말라고 하신다.
나 같은 환자에게서는 흔히 나타나는 현상이라며
이제 모든 시름 털어버리고 즐겁고 행복한 시간들을 보내라고 하신다.
모두 교수님 덕분이라며 말을 하는데 그냥 마음이 울컥해진다.
교수님은 오늘이 7년 6개월 이라며
"이제 더 이상 저를 안 보셔도 됩니다??" 하시잖은가.
사실 지난 5년 되던 해(2020년)에 완치라 할 수 있는데
그 후 조금 더 관찰해 보고자 2년을 더 나오라 했는데 이제 안 오셔도 된다며
그동안 어렵고 힘든 치료받으시느라 고생하셨고
이렇게 잘 이겨 내줘서 고맙다며 일어나시어 악수를 청하신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온다.
몇 번이나 고맙습니다 인사를 하고 돌아 나오며 막 문을 열려하는데
잠깐만요! 하신다. 걸음을 멈추고 교수님을 바라보니
저에게 더 물어보실 말이 없느냐 하신다. 멍한 표정으로 없다 하니
평소 말이 없으셔서 묻고 싶은 말이 있는데 참으시는 것 같아서라고 하시며 웃으신다.
왠지 자꾸 허무해지는 마음이다.
내가 말씀이라도 서운케 해 드렸을까 하는 걱정과
어쩌면 교수님도 조금은 아쉬운 마음이실까?
조혈모세포이식을 하기 위해 21일 동안 무균실에서 지내던 어느 날 하루 밤을 사선을 넘나들다
지치고 지친 몸으로 누워있는데 교수님께서 아침 회진을 오셨다.
내가 헛것이 자꾸 보인다고 하니
신체기능이 너무 약해져서 그럴 수 있다고 하시는 교수님의 파란 넥타이가
흰 가운과 함께 어찌나 정갈해 보이던지 기운을 차렸던 기억이 스쳐 지나간다..
이제 지난 시간들 익숙하게 다녔던 병원 내의 동선들이 그리움으로 남을 것 같았다.
차에 앉아 한참을 울고 돌아오는 길~
도로변의 이팝나무들의 흰 꽃을 바라보노라니 마음이 차분해진다.
그래서일까 요즈음 유난히 이팝나무에 정이 쏠리는 출근길
호숫가의 이팝나무 꽃을 보고 기어이 차를 멈췄다.
사진 몇 장을 찍고 나오려는데 물가의 젓가락나물이 보이고
쇠뜨기 틈에서 수줍게 웃고 있는 메꽃을 보았다.
마거리트의 흰빛이 아침햇살에 눈이 부시다
나는 이팝나무를 보고 멈췄는데 뜻밖의 꽃을 만나니 즐거웠다.
그래 우리가 살아가는 길도 이와 같지 않을까
살아가다 뜻하지 않게 만나는 아픔도 슬픔도 어려움도
때론 나에게 즐거움을 안겨 주기도 할 것이다. 오늘처럼!!
샤스타데이지와 마거리트 꽃을 구분하기가 어렵다
꽃이 아닌 잎으로 구분하는데
마거리트의 잎은 쑥갓처럼 잎의 굴곡이 깊지만
샤스타데이지 잎은 굴곡이 없고 길쭉하다
하니 오늘 아침에 만난 이 꽃을 '마거리트'라고 불러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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