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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따라 발길따라

마을을 지키는 팽나무를 만나보고....

물소리~~^ 2022. 8. 9. 15:23

 

▲ 하제마을 팽나무

 

   요즈음 우영우라는 드라마가 연일 화제다

   그런데 나는 한 번도 시청하지 못하고 있으니 시대를 뒤떨어져서 사는 사람이 분명한 것 같아

   드라마방송 채널을 찾아보았지만 찾을 수가 없었다,

   지상파채널도 아니고, 종합편성채널도 아니고,

   우리아파트에 공동으로 들어오는 유선방송인 금강방송채널도 아니었다.

 

   그렇다고 아들이 알려준 방법으로 드라마를 챙겨 볼만큼 시간적 여유도 만만치 않으니 거의 포기상태다

   그런데 그 드라마에 등장하는 사람보다도 드라마의 배경이 되어주는

   창원 어디에 있는 팽나무가 유명세를 타고 있으니 자꾸만 호기심이 생긴다.

 

   우리의 시골동네 어느 곳이든 들어서면 푸근함을 느낄 수 있음은

   어귀에서 마을을 지키듯 우람한 몸짓을 자랑하는

   노거수들을 많이 만날 수 있기 때문은 아닐까.

   나무의 종류로는 느티나무가 단연 우세고 팽나무, 소나무 등이

   오랜 세월을 살아오면서 동네 사람들의 애환을 모두 지켜보고 있는 것이다.

 

▲ 하제마을 팽나무

 

   입추 절기인 일요일 한낮에 팽나무를 찾아 나섰다.

   나무를 찾아가는 길은

   가을을 알리는 절기인 입추(立秋 )임에도 입추(立錐)의 여지없이 여름으로 가득했다.

   그래, 이런 날씨라야 곡식들이 여물고 익어가겠지.

   가을이라는 말만으로도 그냥 마음이 가벼워 지고 있으니 이 계절이 고맙기만 하다.

   잘 다듬어진 한적한 길가에는 어느새 배롱나무로 가득했다

   예전에는 이곳 도로 양 옆으로 갈대가 지천이어서

   갈대를 만나러 가끔 찾아오는 곳이었는데...

   차 안에서 단정한 길을 찍어보기도 하고, 차에서 내려 찍어 보기도 했다.

 

   마을 인근에 들어서니 멀리 미군기지의 몇몇 시설들이 보였지만

   저 모습들을 사진 찍다가 레이더망에 걸리기라도 하면 어쩌지? 하는 마음에

   차한테 우리 조용조용 가자고 하면서 달렸다.

   나무에 가까이 갈수록 내비는 이리가라 저리가라 지시하기 바쁘고 길은 점점 좁아지고 있다.

   길 주위는 잡풀들이 우거지게 자라면서 사람들이 떠난 자리임을 알려준다.

   다행히 나무 아래까지 겨우 차 한 대가 지나갈 정도의 길이 있음에

   아마도 찾아오는 사람들에 대한 배려인 듯싶었다.

 

   아, 드넓은 품새의 팽나무가 의젓하게 서 있었다.

   웅장한 자태의 이 팽나무는 수령 600년이라고 했다

   조금 멀리 주차하고 나무를 바라보며 천천히 걸음을 옮겼는데

   우람한 밑동 줄기를 보니 과연 그러할만하다고 나 혼자 감탄하였다.

   드넓게 펼쳐진 나무 잎의 우거짐 뿐 아니라 줄기가 세월의 연륜을 말해주고 있었다.

   두 그루일까 한 그루일까,

   마치 연리지 였다가 다시 벌어진 모습의 줄기를 가까이 바라보니 나는 조금 무섭기도 한데

   이제는 조금 지친 듯 커다란 철제 봉에 의지하고 있었지만 기세는 당당했다

   잎의 우거짐으로 빛이 들어오지 못하니 검은 빛이 감돌고 있었다

 

 

 

나무가 있는 풍경은 더없이 아름답다.

더구나 여름 한낮의 나무그늘은 얼마나 삽상하고 안온한 느낌을 주는지

저 그늘에 앉아 보고 싶은데 괜한 경외심이 나를 조심스럽게 한다.

 

이곳 마을은 미군기지와의 안전거리 확보 사업으로 인해 주민들이 떠나

폐허가 된 마을임에도 묵묵히 마을을 지켜온 팽나무는

그 가치를 인정받아 지난해 기념물로 지정됐었다.

하니 우영우로 화제가 되기 이전에 이미 이곳 팽나무는 가치를 인정받았지만

나는 이제야 유명세 따라 찾아 왔으니…

그럼에도 나무는 아름다움을 잃지 않는 표정으로 다정하다.

사람들 떠난 자리에서 홀로 사람들의 정을 간직하고 있는 나무는

드물게 만난 사람인 나에게 그늘에 앉아 쉬어가라 청하는 듯싶었다.

 

▲ 저 사잇길을 걸어가면 미군기지가 보인다.

 

▲ 팽나무를 찾아 가는 길

 

▲ 팽나무와 느티나무의 잎

 

   팽나무는 느티나무과에 속하는 나무로 느티나무와 구분이 참 어렵다

   단 잎을 보고 구분하면 쉽게 알 수 있다고 하니

   느티나무 잎은 잎 둘레 전체에 톱니가 있으며

   팽나무는 잎 중간정도까지만 톱니가 있고 나머지 부분은 는 매끄러운 것으로 구분한다고 한다

 

   나무를 뒤로하고 돌아오는 길이 왠지 쓸쓸해진다.

   길게 뻗은 길을 천천히 달리는데 문득 노란 물결을 만났다

   어쩜, 벌노랑이의 무리가 부처꽃과 기생초와 어울려 바람에 제 몸을 날리고 있다.

   시골스러운 정겨움을 가득 마음에 담아본 하루였으니...

 

▲ 갈대와 입추의 하늘

 

 

▲ 벌노랑이 속의 부처꽃이 다소곳하다

 

▲ 벌노랑이를 크게 잡아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