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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따라 발길따라

돈내코탐방로 따라 오른 한라산

물소리~~^ 2022. 5. 18. 15:12

▲ 한라산 남쪽 돈내코 탐방로에서 남벽분기점, 그곳에서 윗세오름까지 오른 후 영실탐방로로 내려오는 오늘의 일정

 

   오늘은 나 홀로 한라산을 돈내코 코스로 오르려고 작정한 날이다.

   등산 배낭을 잘 준비해 두었다고 생각했는데도 자꾸만 이것저것이 더하여 챙겨진다.

   하니 새벽부터 부스럭대기가 미안했지만

   여행지에서의 부산함에는 미안함도 당연함으로 받아들이는 너그러움이 있을까

 

   한라산은 백록담을 중심으로

   동 서 남 북 방향에서 오르고 내려갈 수 있는 등산로가 있다.

   일찍이 가장 긴 코스인

   동쪽방향인 성판악에서 올라 북쪽 방향인 관음사로 다녀오면서 백록담을 바라보았고

   작년에는 서쪽의 영실에서 서북쪽인 어리목으로 하산하였었다.

   오늘은 남쪽의 돈내코에서 서쪽 영실코스로 내려올 계획이다

   이리하면 한라산을 오르는 전 코스를 걸어본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내 생의 마지막일 수도 있는 시간일지도 모른다는 믿음에

   이참에 제주도에 온 김에 꼭 다녀오리라고 작정했었다.

 

   식구들은 따로 오늘 일정을 소화하고

   나는 호텔에서 택시를 불러 돈내코로 향했고 아침 6시 50분에 도착했다

   넉넉한 시간을 두고

   오후 3시에 영실주차장에서 만나기로 했다.

 

▲ 시온동산 표시석뒤로 백록담의 남벽이 아주 조금 보인다.

 

▲ 돈내코탐방로 시작점(해발 450m) : 등반객이 별로 없어 5개 탐방로 중에서 가장 한적하다.

 

▲ 아침 6시 50분 : 한손으로 사진을 찍으려니 자꾸만 흔들렸다.

   돈내코는 예로부터 돈내고 들어가야 하는 곳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는

   사철 맑은 물이 흘러넘치는 아름다운 곳이라고 한다.

   지금도 돈내코에는 원앙폭포로 유명한 유원지가 있을 뿐 아니라

   옛날에는 야생멧돼지들이 물을 마시러 내려오는 계곡이었기에

   돈내코라는 지명도 돗(돼지), 내(하천), 코(입구)라는 단어가 합쳐진 말이라고 한다.

 

   돈내코 탐방로는 자연휴식제로 1994년에 이 길을 통제하게 되었는데

   15년이 지난 2009년에 다시 열렸다고 한다.

   하지만 남벽분기점에서 백록담까지 이르는 700m 구간은 여전히 출입금지로 이어지고 있다.

 

   백록담은 바라볼 수 없지만

   남벽분기점에서 백록담을 에워싸고 있는 백록담벽을 바라보며 윗세오름까지 이어지는

   약 2.3km의 구간은 한라산의 절경 중 절경이라는 소문을 익히 듣고 있었지만

   너무 긴 코스와 15년 동안 닫힌 탐방로의 울창함으로

   사람들이 거의 다니지 않는 한적한 등산로라는 위험부담에 마음을 쉬이 열지 못하고 있었다.

 

▲ 충혼묘를 지키는 엉겅퀴의 고운 빛

 

▲ 뒷걸음을 걸으며 바라본 서귀포시 풍경

 

▲ 앞으로 수없이 만나야했던 탐방로 첫 계단

 

▲ 돈내코탐방 안내소 (해발 500m)

 

   탐방시작점인 시온동산은 해발 430m, 탐방안내소는 해발 500m 이니

   1,700m의 윗세오름까지 1,200m 를 올라야 하는 여정이지만

   국립공원 안내도에 따르면 난이도는 B급이라 하니 도전해볼만 한 것이다.

 

   진정 한 사람도 보이지 않았다.

   더구나 묘지 사이로 걸어가려니 조금 으스스 했지만

   묘지 사이마다에 핀 엉겅퀴의 진한 꽃분홍빛 꽃이 나를 안심 시킨다

   “그래, 도전해 보는 거야”

   늘 하는 다짐이지만

   이젠 다시 이곳에 오지 못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이르면

   용기가 나며 더욱 세심하게 느껴보고 싶은 조심스런 마음이 솟아난다.

 

   약 50m를 올라야 돈내코탐방안내소를 만나는데

   오르다가 문득 뒤돌아보니 아, 서귀포시가 아직 잠에서 덜 깬 듯 차분한 모습이다.

   뒷걸음으로 천천히 올라가노라니 보이지 않는 자연의 숨결이 전해온다.

   아! 참 좋다!

   몸을 돌려 길을 만나니 문득 계단이 나타난다. 오늘 만나는 첫 계단이다.

   한라산의 탐방로계단은 계단 턱을 강조하기 위해서인지

   한쪽에 노란색이 칠해져 있는 것이 특징이다.

 

   한 고비 돌아서니 돈내코탐방안내소가 보인다. 그냥 단정해 보인다.

   산을 찾는 사람들의 안전을 위해,

   산의 식물들 보호를 위해 노력하는 참 고마운 분들의 근무처인데 인기척이 없다.

   배낭을 잠깐 내려놓고 앞으로 3시간 여 동안은 만날 수 없는 화장실에 다녀왔다.

   다시 배낭을 질끈 메고 진정한 한라산 길을 오르기 시작한다.

   지금 이곳이 해발 500m 라니

   오늘 나의 목표인 남벽분기점 까지 1,100m 를 더 올라가고

   다시 100m를 더 올라 1,700m 인 윗세오름까지 올랐다가 영실로 내려오는 긴 여정이다.

 

▲ 둥굴레

 

▲ 나는 한 눈 팔지말고 남벽을 향해 걸어야 한다.

 

▲ 잘 다듬어진 길은 여기서 끝나고 앞으로는 계속 돌길을 만난다

 

   국립공원의 장점은 길 안내표시가 정확하여 길 잃을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오늘 주말이니 한 사람이라도 만날까 싶어 천천히 걸었다

   15분이면 도착한다는 밀림입구까지 30분을 걸어도 등산하는 사람이 없다.

   밀림입구로 막 들어서려는데 남편의 걱정스런 전화가 온다.

   거짓으로 몇몇 사람을 만났다고 안심시키고 걸음을 옮겼다.

   시간이 지체되면 아니 되겠기에

   더 이상 기다림 없이 내 페이스대로 걸음을 걷기로 작정한다.

 

▲ 서귀포는 아직도 잠투정을 부리고 있는 것 같으니~~

 

▲ 돈내코탐방로의 밀림이라 명명한 시작점

 

   앞으로 2시간 동안은 하늘을 볼 수 없는 숲길을 걸어야 한다는 글들을 보았기에

   하늘 보다는 주변 식물들과 다듬어지지 않은 돌길을 걸으며 땅을 바라보기로 한다.

   얼마나 안온하지 바람 한 점 없는 고요함 속에 새소리만 더욱 낭랑하다.

   눈으로 보는 것뿐 아니라,

   소리와 냄새와 촉감으로도 숲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을 오늘 문득 새롭게 알게 되었다.

   알았다고 해서 말로 표현 할 수 있는 능력이 나에게는 없다.

 

   이 느낌을 어떻게 표현할까

   문득 이 숲이 지닌 기운 속에는

   이 숲을 지키며 살아가는 모든 식물들 개개의 냄새를 품고 있을 것이다.

   고요함 속에서 새벽 숲의 내음을 맡는 일은 나에게 퍽 익숙한 일이다.

 

▲ 산죽의 기세가 대단하여 한라산의 걱정거리인데 새로이 계속 솟아나는 산죽들도 있으니......

 

▲ 밀림입구의 산철쭉이 화려한 자태로 수문장 역할을 하고 있는 듯~~

 

▲ 시작이 반이라 했는데 겨우 800m 걸었네~~

 

▲ 천남성

 

▲ 등산로는 자갈길

 

▲ 여기까지의 둘레길도 대단히 좋을 것 같다. 나는 남벽으로~~

 

 

▲ 썪은물통이라는 표시석인데 누군가가 '썪은' 글자를 지워 놓았다.

 

▲ 썪은물통

썩은 물통은 예전에 주민들이 버섯을 재배하려고

물 마련을 위해 파 놓은 웅덩이의 고인물이 썪어 습지처럼 변한 곳이라는데

숲속에서의 습지는 생물들의 보고라 알고 있으니 새롭게 바라본다.

 

▲ 다양한 등산로

 

▲ 나무의 옹이 ; 얼마나 아팠을까. 이제는 제 몸의 한 부분으로 받아들이며 살아가겠지. 나처럼!!

 

▲ 훼손되지않은 산길, 한라산의 산길을 제대로 느껴본 탐방로

 

 

 

 

▲ 하늘을 가린 싱그런 5월 나뭇잎

 

▲ 해발 1,000m 지점을 통과하면서부터 스틱 잡은 손이 시려워 반장갑을 긴장갑으로 바꿔 끼었다.

 

▲ 남벽까지 딱 절반을 걸었다.

 

 

▲ 계곡

 

▲ 살채기도 표시석

 

'살채기'는 제주어로 사립문을 말하며

예전에 한라산 일대가 방목지대였을 때 말과 소가 함부로 다니지 못하도록

나무로 엮어 만든 문이며 '도'는 입구를 뜻하는 말이라고 한다.

 

아마도 저 계곡을 경계로 막아 놓은 듯싶다.

 

 

▲ 오랜세월을 품은 적송들의 자태를 만날 수 있음은 돈내코 탐방로의 선물이었다.

 

▲ 공룡적송

 

 

▲ 삼형제 연리지 적송

 

▲ 우람한 나무 숲속에서의 여리디 여린 제비꽃

 

▲ 표시석 앞의 바위가 두부를 닮았다고 해서 둔비바위 : 둔비는 두부의 제주도 방언

 

▲ 자갈길을 그나마 편하게 걷게 해준 나의 스틱

 

▲ 철쭉이 하나 둘 보이고

 

▲ 갑자기 하늘이 보인다. 아!!!

 

▲ 산개벚나무

 

▲ 설앵초

 

▲ 햇살 가득한 오솔길

 

▲ 분명 꽃을 품었던 모습인데 이름을 불러주지 못했다.

 

▲ 드디어 평궤대피소에 닿았다.

 

 

▲ 자연 암석을 이용한 대피소라는데 관리가 되지 않고 있었다.

   대피소는 으스스할 정도로 열악한 환경이었지만

   갑자기 만난 눈, 비, 바람을 피 할 때는

   더없이 소중한 장소가 될 것 이라는 생각이 드니 반갑기조차 하다.

 

   자연 바위를 오브제 삼아 지은 곳 이라면

   조금 더 건축의 묘미를 살리고, 관리를 하면

   한라산 속의 예술작품이 되었을 것이라는 생각에

   혹시 어디 빗자루가 있다면 쓸고 싶어 두리번 거렸지만 보이지 않았다.

   하산을 하면 국립공원관리공단 홈피에 들어가

   빗자루 하나쯤 비치해두면 지나는 둥산객이 정리할 수 있을거란 의견을 올려 봐야겠다고 다짐한다

 

▲ 대피소 지붕에 오르면 서귀포시가 아주 조금 보이고...
▲ 이곳은 해발 1,450m : 40분 정도 더 걸으면 남벽분기점에 닿는다.

 

▲ 대피소를 돌아 오르면 화장실이 있다. (2021년 신설)

 

▲화장실에 오르면 앞은 서귀포, 뒤로는 남벽이 드디어 자태를 보이고 있으니 화장실의 높은 이유를 이제 알 것 같다.

 

▲ 남벽이 조금씩 보이니 괜히 가슴이 두근댄다

 

▲ 한라산의 각시붓꽃은 새각시처럼 자그맣고 어여쁘다.

 

 

▲ 이제 완만한 봄동산 같은 길을 걷는다. 얼마나 마음이 편안한지...

 

▲ 털진달래는 지고 이제 철쭉이 피어야하는데 철쭉은 아직 준비가 안 된듯 싶다.

 

▲넓은드르 전망대 : 서귀포와 남벽을 바라볼 수 있는 전망대 : 지금까지의 힘듦이 눈녹듯 사라지는 순간

 

▲ 전망대에서 바라본 남벽의 웅장한 모습

 

 

 

 

▲ 라나스덜꿩나무 ▼
▲ 꽃진 털진달래

 

▲ 각시붓꽃

 

 

▲ 점점 가까워지는 남벽을 바라보며~~

 

▲ 흘러내린 용암 계곡 ▼

 

▲ 애기풀꽃

 

▲ 흰구슬봉이(흰그늘용담)

하늘도 보이지 않았던

초록 숲을 벗어나

마냥 주저앉아 놀고 싶은 봄동산 같은 고원지대에서

 

작지만

고고한 품새로 살아가고 있는

흰구슬봉이~

흰그늘용담 이라는 이름으로도 불리는

고운 꽃을 만났다.

 

그렇구나

이 높은 곳이 한없이 아늑함으로 느껴진 이유는

바로 고운 꽃이 있어서였구나

 

봄 숲, 한라산의 봄 숲이 그리웠던 까닭은

보아주는 사람 없어도

묵묵히 예쁜 모습으로 피어나는 작은 꽃,

그 모습을 닮고 싶었기 때문이다.

 

 

▲ 구상나무도 보이고 털진달래와 산철쭉의 군락지가 오솔길을 호위하고 있다.

 

▲ 설앵초

 

▲ 남벽의 정방향 : 흘러내린 용암의 흔적에 심쿵한다

 

▲ 구상나무 열매

 

▲ 길은 하나인데 갈림길이라고 하니 잠시 망설였다.

표시석 뒤로 왼쪽은 알방애오름, 오른쪽은 방애오름능선이다.

 

▲ 와!! 정말 장관이다. 남벽을 바라보노라니 알 수 없는 기운이 확! 끼쳐온다.
▲ 왼쪽 흰 부분이 가장 최근에 무너져 내린 부분이란다.

 

▲ 남벽통제소

   빨간 깃발 두 개를 지나면 백록담에 이르는 700m 길로

   이 길을 통제하기 위한 남벽통제소, 안에 근무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니

   근무자는 돈내코에서 제일 먼저 등산하는 사람과 함께 올랐다가

   제일 마지막으로 내려가는 사람과 함께 하산한단다

   저 분들의 수고로움이 한라산의 자연을 지켜 줄 것이니 참으로 고맙기만 하다.

 

▲ 드디어 사람들을 만났다

   사람이 이렇게 반갑다니!!!

   이 사람들은 나와 반대 방향에서 올라온 사람들로

   여기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이곳에 앉아있던 사람들은 돈내코로 하산하는 것이 아니고

   윗세오름으로 되돌아가 각자의 방향으로 하산하는 사람들이었다.

   딱 한 팀, 두 명만이 돈내코로 내려갈 것이라며

   나한테 이것 저것을 물어오는데 괜히 뿌듯하였다.

 

▲ 사람을 만나니 남벽을 배경으로 인증샷을 할 수 있었다.

 

 

   이제 이곳에서 윗세오름까지 걷고

   그곳에서 영실까지 내려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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