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주어진 모든 것을 사랑으로!!

마음따라 발길따라

산자고를 만난 선거 공휴일

물소리~~^ 2022. 3. 9. 22:23

▲ 뿌연 안개 속 새만금방조제

 

▲ 내 차는 77km 속도로 바다 한 가운데를 지나고 있다.

 

   대통령선거일~~

   덤으로 얻은 휴일이다

   일찍이 사전투표를 마쳤기에

   오늘만큼은 내 시간을 가져보자고 다짐하고 있던 차

   남편도 아들도 제각각의 행보를 나선다.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집안 정리를 해 놓고 차를 몰고 나섰다.

 

   신시도 대각산에서 자생하는 산자고도 만나고

   모처럼 대각산과 이어진 산들을 오르락내리락 하고 싶었다.

   많이 풀린 날이라고 했지만 혹시 모를 찬 기운에 감기라도 찾아들어

   코로나로 의심 받을까 싶어 옷을 껴입고 나섰다.

 

   세계에서 제일 긴 방조제라는 타이틀을 거머쥐고 있는

   새만금 방조제를 달리는데 시야가 희뿌옇다.

   바다 한 가운데로 지나는 길이기에

   그렇게 자주 바다 안개가 길을 감싸고 있기는 하지만

   오늘 우리나라 선거 정국의 혼란처럼

   하늘도 어리둥절하고 있는가보다고 속엣 말을 보내본다.

 

 

▼ 바위를 무대삼아 늘어진 마삭줄

 

   오전 11시부터 산행을 시작하는데 햇살이 참으로 따스하다

   산자고를 만나면 이리보고 저리 보며 사진 찍느라 시간가는 줄 모를 테니

   평소의 3시간보다 1시간을 늘려 4시간 정도 햇살아래를 거닐어 보아야겠다.

 

   숲으로 들어서면 마음이 참으로 편안해진다.

   나 혼자 속으로 무수한 말들을 초목들에 건네 보곤 하는데

   마치 내 이야기를 듣기라도 한 듯

   사물들은 끊임없이 이야기를 전해주고 있으니

   혼자지만 하나도 외롭지 않은 그런 산길이다.

 

 

 

   198m 봉우리 하나를 넘고 깊숙이 해변으로 내려와 몽돌해변을 만난다

   몽돌해변을 걷노라면 파도가 밀려왔다 빠져 나갈 때

   저 고운 돌멩이들은

   천진한 어린 아이들처럼 까르르 함성을 지르며 즐거워하니 나도 덩달아 동심이되어 저 위를 밟는다

 

 

 

 

   몽돌 해변을 지나 다시 산등성을 타고 오른다

   정상 오르는 중간쯤에 산자고들이 피어 있을 것이다.

   오늘은 사람들이 별로 없다. 산자고를 만나기 위해

   해마다 이맘때쯤이면 전국에서 야생화 작가들이 찾아드는 곳! 인데 말이다.

 

 

 

   어쩜! 사람들의 모습이 보인다.

   등을 둥그렇게 굽히고 땅을 바라보고 있기도 하도

   어떤 이는 땅에 바짝 엎드려 산자고에 사진기를 대고 있고

   누구는 반쯤 누워 산자고와 바다를 함께 사진기 안에 담아보려고 용을 쓰고 있다.

   아주 작은 산자고는 양지쪽을 택해 자라느라

   해풍이 맞서는 바다 쪽 기슭을 피해서 자라고 있기에

   사람들의 마음을 더욱 애타게 하고 있다.

 

 

 

 

   먼저 선점한 예쁜 산자고를

   나도 해보자고 말조차 걸 수 없을 정도로 묵언의 자세들이다

   나는 그냥 건성건성 산자고를 불러 내 앞으로 끌어온다.

 

   하얀 꽃잎 뒤로 곧게 그어진 갈색 줄기 하나와

   멋스럽게 늘어진 잎들의 자연스런 모습이 정말 조화롭다

   함초롬한 모습을 정말 닮고 싶은 마음을 받은 것만으로도

   나는 오늘 이곳에 온 보람을 받은 것이다.

   이 어여쁜 꽃들은 어떻게 이리 높은 곳에서 자라면서 봄인 줄 알고 있을까

   아마도 햇살이 봄이 왔다고 함께 놀자고 꽃들을 간지럽혔을 것이다.

 

 

 

 

 

 

 

 

 

 

▲ 산자고를 품은 능선, 온통 바위길이다.

 

   동글동글 자라는 바위손들도 연둣빛을 머금으며 봄을 맞이하고 있다.

   곧고 청순한 산자고를 하나둘 만나고 헤어지며 걸어 오르다보니 어느새 187m 정상!

   사람들은 꽃밭에서 하루 종일 지내려는지 움직이지 않으니 정상의 햇살은 온통 내 차지다.

   햇살 가득한 벤치에 앉아

   가져온 뜨거운 물에 커피를 타고

   바나나 두 개를 천천히 먹으며 멀리 휴양림과 섬들을 바라본다.

   참으로 평화롭다

 

 

 

 

 

 

 

 

▲ 바위도 산자고의 예쁜 모습을 따라 제 몸에 그림을 그렸구나!

 

 

 

 

 

 

 

▲ 봄까치꽃

   살아가려고 정신없이 지내는 시간들에 투정부렸던 내 마음이 스르르 녹아내린다.

   이제 내려가야지~~

   내려가는 길이지만 또 두 개의 봉우리를 넘어야한다.

   잠시 마을길로 내려서니

   밭가에 피어있는 봄까치들의 선연한 빛이 곱다

   해풍을 맞으며 살아서인지

   우리 동네 봄까치보다 더욱 진한 빛이다.

 

 

▲ 물 빠진 바다의 배 한 척 : 삶이 아름다운 풍경으로 변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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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세기 초 네덜란드에서 식물 투기가 사회적인 문제가 된 적이 있습니다. 터키에서 수입해 정원 식물로 키우던 튤립이 인기를 끌자 사람들이 튤립 구근(球根·알처럼 생긴 뿌리)을 미리 사 놓으려 너도나도 달려들면서 가격이 한 뿌리에 지금 돈으로 3000만원까지 치솟은 거죠. 그런데 갑자기 튤립 열풍이 식자 가격이 폭락해 막대한 손해를 본 사람들이 속출했습니다. 이른바 '튤립 파동'으로 부르는 사건입니다.

 

튤립은 주로 남동유럽이나 중앙아시아에서 자라지만 우리나라에도 매년 3월 중순부터 꽃망울을 터트리는 자생 튤립이 있어요. 동아시아 튤립으로 불리는 '산자고(山慈姑·사진)'입니다. 우리나라 야생에서 자라는 유일한 튤립으로 순우리말로는 '까치무릇'이라고 불려요.

 

이 식물은 햇빛이 잘 드는 중부 이남 풀밭에서 흔히 볼 수 있어요. 중앙아시아가 원산지인 다른 튤립보다 꽃의 크기가 작은 것이 특징이랍니다. 보통 20㎝ 정도까지 자라는데, 땅속 구근에서 넓은 부추잎을 닮은 길쭉한 잎이 2개 나오고 잎 사이로 줄기 한 대가 올라와 넓은 종(鐘) 모양 꽃을 피워요. 꽃은 대부분 흰색인데, 분홍색도 드물게 볼 수 있어요. 꽃잎 뒷면에는 선명한 자주색 줄이 있답니다.

 

산자고는 빛과 온도가 생장 조건에 맞지 않으면 꽃잎을 잘 열지 않는 아주 민감한 식물이에요. 그래서 따스한 햇볕을 받으면 꽃잎이 별 모양처럼 펼쳐지고, 해가 가려지거나 밤이 되면 꽃잎을 닫아요.

 

생육 환경에 따라 꽃 피는 모습도 달라져요. 그늘진 곳에서 자란 산자고는 줄기가 상대적으로 길고 꽃을 지탱할 힘이 없어 땅에 누운 듯이 자라는 반면, 해가 잘 드는 양지바른 곳에서 자란 것은 줄기가 짧고 단단해서 꽃이 하늘을 향해 꼿꼿하게 피어요.

 

산자고 구근은 다른 원예용 튤립과 달리 먹을 수 있어요. 그래서 예전부터 먹거나 한약재로 사용했죠. 구근에 약한 독성이 있어 물에 우려 삶거나 구워 먹고 장아찌 재료로 쓴답니다. 그리고 민간에서는 종기 등을 치료하거나 뱀·독충의 독을 제거하는 약재로도 썼고요. 그래서인지 산자고의 학명 '툴리파 에둘리스(Tulipa edulis)'에서 '에둘리스'는 라틴어로 '먹을 수 있다'는 뜻이에요. 영어로도 먹을 수 있는 튤립이라는 뜻인 '에더블 튤립(Edible tulip)'으로 불린답니다.

 

 

[식물 이야기] 한국 야생에서 자라는 유일한 튤립 / 사진, 글 : 22. 03. 21 신문기사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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