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조금 늦은 오후에 가을 햇살 가득한 공원산을 올랐다
가을은 이제 얼마 남지 않은 가을의 임무를 다하기 위해
바빠진 마음으로 곳곳에 깊숙이 파고들었다.
마음 바쁜 시절에 한가하게 숲길을 걷는다고 해서
내게 짐 지워진 일들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풍경 속을 거닐다 보면
숨을 가다듬고 기분을 새롭게 할 수 있는 시간이 되니 그냥 좋다.
나무들도 그렇게 단풍들어가는 제 잎들을 아쉬워하는 것이 아닌
햇살에 말갛게 비추며
내년을 기약하는 이별의 의식을 치르고 있는 것이다.
나도 나무 따라 낙엽을 밟으며 가을 햇살을 받으며 천천히 걷다가
솜나물 폐쇄화를 만났다.
나뭇잎들이 단풍 들어가는 동안
낙엽과 시든 풀들이 뒤엉켜있는 곳에서
솜나물들이 열매의 깃털을 힘껏 부풀리고 있었다.
봄에 피는 아주 예쁜 솜나물꽃은
열매를 맺지 못한다고 한다.
그래서 일까
솜나물은 가을에 한 번 더 꽃을 피우는데
기다란 꽃대 끝에 맺은 봉오리가 펴지지 않아
폐쇄화라 하는데,
이처럼 자가꽃가루받이를 하기 위해
꽃잎을 열지 않는 꽃을 폐쇄화라고 한다.
짧은 가을에 꽃봉오리를 펼 여유를 갖지 못하고
제 안에서 스스로 열매를 맺고
그 열매를 멀리 퍼트리기 위해
깃털까지 달려 열매를 맺는다니 놀랍지 않을 수 없다.
짧은 가을을 살아가는 식물들의 지혜라 아니할 수 없다.
운치 가득한 가을 호젓한 길을 걸으며
지혜롭게 살아가는 솜나물도 만나고
부드러운 말간 햇살을 받으며
가을을 담담히 전송하는 것도 나에게는 최고의 호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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