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주어진 모든 것을 사랑으로!!

마음따라 발길따라

팔공산의 가을 풍경 속으로

물소리~~^ 2019. 11. 3. 22:46

 

 

 

 

 

 

▲ 팔공산을 찾아가는 길

 

작은아이가 주말에 팔공산을 다녀오자고 청한다.

그동안 유렵 다녀오느라 가을단풍을 놓쳐버렸을 것 같은 우리를 생각해주는 마음이 기특했지만

내 앞에 펼쳐진 시간들의 부담스러움에 잠시 혼동이 밀려온다.

남편과 상의를 하고 일단 다녀오기로 계획하고 아들에게 통보하였다.

아들은 회사 숙소의 가족 방에서 금요일 밤 하루 저녁을 자고 토요일 아침 일찍 팔공산에 다녀온 후,

같이 집으로 오는 일정을 짜 놓았으니 차를 가지고 오지 말고 버스로 와서 자신의 차를 타고 이동하자고 한다,

 

금요일 업무를 마치고, 저녁 대신 간단한 샌드위치를 포장해 가지고 시외버스 터미날로 가는데

퇴근시간에 맞물려 자꾸만 정체되면서 애를 태우더니 간신히 터미널에 도착, 예매했던 635분 버스를 겨우 탔다.

요즈음의 대중교통편도 퍽 쾌적하고 편안하다.

캄캄한 국도와 고속도로를 번갈아 달리더니 밤 9시가 조금 넘어 도착지에 내리니 아들이 나와 기다리고 있었다.

 

 

▲ 아들 숙소 ▲

 

아들의 숙소는 아주 훌륭했다.

어찌 지낼까하며 늘 염려하던 내 기우를 말끔히 씻어 주었을 뿐 아니라 아침 식사를 위해 식당에 내려가니

한식과 간단한 양식, 두 종류의 식사가 나오는데 나무랄 데가 없었다.

평소 식사 어떻게 하느냐고 가끔 안부 전화를 하면 식당 밥 잘 챙겨먹는다는 대답을 하는 아이였는데 그냥 하는 말이 아니었던 것이다.

 

   

 

▲ 아들은 나의 스냅사진 찍기를 좋아한다.

 

 

기분 좋게 식사를 마치고 팔공산으로 향했다.

평소에도 붐비는 팔공산인데 주말은 더욱 그러하다하여 845분에 첫 운행하는 케이블카를 타기로 했던 것이다.

팔공산의 높이는 1,193m의 높이인데 케이블카로 820m 까지 오를 수 있으니 케이블카 정상에서 동봉까지 등산을 하기로 했다.

동봉의 높이는 1,167m 높이로 케이블카 정상에서부터 2.2km의 등산로를 걸어 약 400m 높이를 올라야 하니

왕복 3시간이 소요 될 것이라는 계획을 한 것이다.

 

 

케이블카 주차장에 도착하니 아직 매표소의 문이 열리지도 않았지만 사람들이 하나 둘 모여들면서 기다리기 시작한다.

일찍 오기 잘했다는 말을 몇 번이나 하면서 기다렸다.

 

 

 

 

▲ 매표를 하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면서

빛 고운 단풍잎 하나 주워 지갑에 넣는데 아들이 어느새 사진을 또 찍었다

우연하게 내 지갑색과 같은 빛깔이다.

 

 

▲ 케이블카를 막 탑승하고 바라본 풍경

매표소 일대에 조성된 위락지역

    

 

▲ 초반은 아직 초록이 우세

 

 

 

 

▲ 오를수록 단풍이 짙다.

 

 

 

 

 

매표가 시작되고 드디어 케이블카를 타고 케이블카 정상에 도착하니 약간 썰렁했다. 깊은 가을이다.

케이블카 정상 주변으로 여러 위락시설들이 있었으니 이곳까지만 와서 놀고 가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 사실인 듯싶었다.

음식점은 아직 문을 열지 않았지만 산책로 따라 걸어보기도 하면서 내 가까이 내려와 있는 가을을 피부로 느껴 보았다.

    

 

 

 

 

▲ 아직까지는 내려가는 케이블카는 비어 있고

올라오는 케이블카에만 사람들이 앉아있다.

 

 

 

 

▲ 산책로

 

 

 

 

 

많은 사람들이 가을 사진을 찍느라 분주하다. 이제 우리는 여기서 헤어져야 했다.

나는 정상까지 오를 계획으로 준비를 해 왔고 높은 곳을 오르지 못하는 남편과, 남편을 에스코트하는 아들은

다시 내려가 곳곳을 다녀보기로 한 것이다.

 

 

▲ 케이블카 정상인 이곳은 신림봉으로 해발 820m라고 알려주고 있다.

 

 

 

 

 

▲ 팔공산 정상이 가까이 보인다.

 

 

 

 

▲ 빛의 기울기따라 모습을 달리 보이는 나뭇잎 ▼

 

 

 

 

▲ 등산로를 감싸고 있는 가을빛

 

내 체력이 예정한 시간을 따라주면 더 없이 좋을 것이라는 희망을 품고 등산을 시작했다.

위로 올라갈수록 단풍은 고운 빛으로 단장하고 나를 맞이하는 듯싶다.

가픈 숨을 쉬며 산을 오르는 일은 그냥 기분 좋은 일이다.

말없이 제자리를 지키며 늘 그 자리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품어주는 산을 알아가는 일은

삶을 깨우치는 일이기도 하는 것이라는 진부한 생각을 늘 새롭게 하는 것이다.

   

 

 

산은 나무만을 품고 있지 않다.

우람한 바위들을 불쑥불쑥 보여주면서

산의 숨은 기세를 보여 주기도 하니 바위 있어 더욱 아름답다.

 

 

 

 

 

▲ 낙타봉 전망대에서 바라본 케이블카 정상인 신림봉

구도가 참 단정하니 예쁘다.

 

 

 

 

참 곱다.

그냥 고운 것이 아니라 부드럽고 푹신한 아늑함을 함께 건네주기에 더욱 곱다.

그에 험한 길, 순한 길을 번갈아 내주며 나의 일체의 잡념을 거두어 가니

산을 오르는 시간은 명상의 시간인 것이다.

 

 

▲ 산에서는 이정표를 정확히 읽어야 한다.

 

 

 

 

 

 

 

정상이 가까워질수록 산길은 표정을 바꾼다.

정상에 우뚝 선다는 것이 어디 그리 쉬운 일이던가~~

산길은 조금도 망설임 없이 솟구치기를 반복한다.

 

 

▲ 오늘따라 바위 위의 솔이끼가 예뻐 보인다.

 

정상으로 오르는 삼거리에서 만난 이정표를 바라보고 깜짝 놀랐다.

동봉에서 비로봉까지 이어지는 등산로가 아닌, 동봉에 올랐다 이곳까지 내려와 다시 400m를 올라야 비로봉 정상에 갈 수 있는 것이 아닌가?

갈등이 인다. 여기까지 와서 비로봉 정상은 가 봐야 하거늘~

 

이곳 정상인 비로봉의 출입금지가 풀린 것은 얼마 되지 않는다고 한다.

하니 여태까지 사람들은 동봉을 정상삼아 다녀오곤 했다는데 이젠 출입금지가 풀렸으니 한번쯤 다녀옴직도 한데 자꾸 망설여지는 것이다.

 

사실 지금 시간 나는 체력이 다 된 것 같아 더욱 망설이고 있었는데

어느새 동봉을 올랐다 내려오시는 한 분이 나의 갈등을 짐작한 듯, 동봉은 다녀오셔야지요~ 하며 경상도 억양의 말을 건네주신다.

비로봉은 안테나 등 시설이 많아 표시석만 볼 수 있을 뿐, 조망할 수 없단다.

동봉에 올라야 확 트인 정경을 만날 수 있다고 조언을 해 주시니 고마운 마음이 일었다.

인사를 건네고 비로봉을 포기하고 동봉으로 오르는 길을 걷기 시작했다. 가파르다.

 

 

 

▲ 동봉을 오르는 마냥 정겨운 산길

 

 

 

▲ 아, 가을의 대명사 쑥부쟁이도 마지막 빛을 발하며 피어 있었다.

 

 

 

 

     ▲ 가파른 등산로 곁 바위위의 솔이끼들이 예쁜 모습으로 맞이하니 내 마음이 부드러워진다.

줄기와 잎이 소나무와 비슷하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암수딴그루인 솔이끼의 암그루에서 꽃처럼 피어나는 포자낭

 

 

 

▲ 동봉에 오르니 갑자기 모든 것이 갈색 톤이다.

 

 

▲ 동봉에서 바라본 비로봉

 

 

▲ 동봉의 너럭바위

 

 

마지막 힘을 다하여 동봉에 올랐다. 정확히 1시간 25분이 걸렸으니 왕복 3시간에 맞출 수 있을 것 같다.

너럭바위에 편한 자세로 앉아 쉬었다. 한모금의 물과 빵 한 조각이 꿀맛이다.

20여 분을 쉬고 10시 45분부터 내려오기 시작 했다. 오르기보다 내려오는 길이 쉽다고는 하지만

산길은 오를 때에도 내려갈 때에도 오르막과 내리막의 연속이니 아까 올랐던 길은 내려가고 내려갔던 길은 올라야 하는 법~~

마찬가지의 길을 걷는 것이다.

 

 

▲ 가을이 그린 수채화

 

 

▲ 저 고개를 넘어 갓바위까지 가는 길이라고~~

 

 

▲ 비로봉을 다시 한번 바라보고~~

내려오는 길은 여유가 만만하다.

더 많은 산의 풍경을 바라보며 유유자적 내려오다 보니 어느새 케이블카 정상에 다다르고 보니 엄청난 인파들이 북적이고 있음에 놀랐다.

모두들 여기까지 와서 삼림욕도 하고 산책도 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인 것 같았다.

내려오는 케이블카탑승 줄도 어느새 길게 이어지고 있었으니~~

 

 

▲ 곱게 물든 생강나무

 

 

 

 

 

 

▲ 아마도 염불암이 아닌지...

단풍 속에 푹 싸인 암자가 참으로 아름답다.

 

 

 

 

▲ 다시  낙타봉 전망대에서

 

 

▲ 가을 숲은 잡목이 있어 더욱 아름답다.

 

 

 

아래로 내려오니 남편과 아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둘은 동화사, 방짜유기박물관, 통일약사대불 등 곳곳을 둘러보았다고 한다.

 

 

맛있게 점심식사를 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차창 밖으로 보이는 들녘의 풍경이 한가롭다.

진정 가을이다.

논에는 수확이 다 끝난 듯 둥글게 말아 쌓아놓은 곤포사일리지들이 한 풍경을 이루고 있다.

옛날 우리 어렸을 적에는 볏단들이 높게 쌓아지곤 했는데,

그 볏단 사이를 신나게 뛰놀곤 했는데....

시대의 변천은 시나브로 풍경의 변천을 가져오곤 했지만

그래도 나 오늘 다녀온 팔공산의 풍경들은 예전의 모습을 잊지 않고 있었으니

그래서 토요일 하루의 가을이 더욱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