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주어진 모든 것을 사랑으로!!

마음따라 발길따라

월출산 산성대코스를 오르다.

물소리~~^ 2018. 10. 14. 22:39




   삽상한 가을 날씨는 내 마음을 자꾸만 불러내고 있는데 무언가에 매여 있는 듯싶은, 해야 할 일을 다 하지 못했다는 개운치 못한 마음은 가을의 부름에 응답을 못하고 있는 요즈음이다. 토요일 이른 아침, 출타한 남편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온다. 다음 주와 다 다음 주의 일정이 꽉 짜여 있기에 오늘 가을들판에 나서보자면서 다녀올 곳을 생각해 보라고 한다. ? 아무런 준비도 못한 것은 물론, 마음 준비도 안 되어 있는 상태였기에 미지근하게 생각해 보겠다고 일단 전화를 끊고 나니 불현듯 나서고 싶다는 욕망이 생기는 것이다.


문득 월출산이 생각났다. 바위능선으로 위험구간이 많은 구간을 재정비하여 2015년에, 27년 만에 개방한 코스인데 동안 내 사정으로 다녀오지 못하고 마음만 향했던 곳이다. 터키 여행 시 내내 좋은 컨디션으로 다녔던 것에 힘입었을 뿐 아니라, 우리나라 바위산의 장쾌함을 터키의 그곳에 견주어 보고픈 마음도 불쑥 일어나는 것이다. 월출산 산성대코스로 올라보고 싶다는 대답을 하고 얼른 배낭을 챙기기 시작했다. 집에서 출발한 시간이 오전 9~~ 우리의 경우 늘 이른 새벽에 출발하는 습성에 비하면 늦어도 한참이나 늦었지만 고속도로만을 타고 달려 산성대 주차장에 1050분에 도착했다. 11시부터 등산을 시작했다.


남편은 역시나 나만 올려 보내고 영암. 강진을 두루 돌아보고 5시간 후에 천황사주차장에서 만나기로 했다. 국립공원인 만큼 이정표가 잘 구비되어 있기에 마음 든든하다. 월출산(月出山, 809m)은 남쪽의 소금강산으로 불리는 온통 바위로 이루어진 산이다.



오르는 초입 산길의 아늑함이 참 좋다. 참으로 오랜만에 오르는 높은 산인 것이다. 오늘도 나는 낯선 곳에서 새로움을 만날 것이다. 올망졸망 이어지는 등산로 주변에 가을을 알리는 꽃들의 잔잔한 모습에 마음이 스르르 녹아내린다. 조금만 올랐을 뿐인데도 영암벌판의 가을 풍경이 참으로 평화롭다. 어느 정도 편안한 길을 지났을까. 문득 나타나는 거대한 바위들에 까닭모를 안정감과 든든함이 밀려온다. 원래 바위산은 가 세다고 했는데 이곳 월출산의 氣의 세기는 우리나라의 3대 산 중의 하나라 했다.

   



산을 조금만 올라도 세상을 넓게 바라볼 수 있다. 참으로 평화롭고 풍요로운 풍경~~



풍경을 보고 감동하고 좋아하는 마음은, 내 마음이 아니라 자연을 이루는 위대한 것들이 변하지 않는 모습으로 제 자리를 지키고 있음에서 절로 우러나는 것이 아닐까. 하니 그 마음은 내 안에 있으나 절대 나의 것이 아닌 것이다.







지금 내가 바라보는 바위들의 웅장함은 그동안 긴 세월 동안 바위 스스로 겪은 숱한 경험이 빚어 낸 것이니 문득 만나는 낯선 시간의 힘든 발걸음은 나로 하여금 놀라운 현장체험 장으로 들어서게 하는 것이다.



▲ 가을햇살에 나뭇잎들이 엑스레이 촬영을 하며

동안 잘 지내왔는지, 겨울나기를 잘 할 수 있는지 건강 검진을 받고 있네~~^^


▲ 대팻집나무의 열매

이들의 아름다운 모습을 돋보여주려는 듯 바위산은 의연하기만하다.


▲ 하늘도 이에 질소냐 하며 배경이 되어주고.....



▲ 미역취


▲ 요 귀여운 것들~~


▲ 꽃며느리밥풀





▲ 이런 역사적 사실도 품고 있는

참으로 아기자기한 우리의 산이 아닌가!



▲ 이 빨간열매는 '팥배나무'


▲ 가파른 계단을 올라와 뒤돌아 사진찍는 나를 햇님이 찍어주었다.


▲ 산부추






▲ 모싯대







▲ 참으로 신비한 모습이다.



▲ 구절초


▲ 가련한 쑥부쟁이


▲ 산성대코스의 최고의 명품 바위능선

저 꼭대기까지 이렇게도 당당한 바위를 오르락 내리락 걷는 기분은?? ▼ 


▲ 나무에게도 제 몸을 내어준 바위



새로이 개방된 광명터삼거리까지 올라가면 그곳에서는 기존의 등산로와 합류하게 된다. 하여 광명터 삼거리에 도착하여 점심을 먹으려했지만 못 미쳐서 허기가 지는 것 같아 넓은 바위에 앉아 점심을 먹었다. 식사를 하는 10여분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둘러선 바위들은 여전히 듬직한 모습으로 내 밥맛에 맛을 더해주니 진정 꿀맛이다.



▲ 쌍둥이 바위??









▲ 드디어 광명터삼거리에 도착했다

통천문삼거리라고 이정표에 되어있는데

이곳에서 통천문을 통과하여 천황봉에 이른다.

정상에 오를까 말까 자꾸 망설여진다.

0.3km미터라는 짧은 길이지만 어마어마한 고난의 길인 것이다.


▲ 통천문

 

내 언제 다시 이곳에 올 수 있을까? 마음을 다지고 다리에 힘주며 천천히 통천문을 지나 해발 809m의 천황봉에 오른다. 천황봉은 나를 한 없이 오르게 하여 통천문에 닿게 하더니 이제 다시 한없이 끌어 내리고, 다시 한 없이 끌어 올리고서야 제 몸을 보여준다. 정상이란 게 어디 그리 호락호락한 자리였던가. 오르는 계단 하나씩 아주 천천히 내 디디며 그렇게 내 자신을 연마하는 시간을 주고서야 닿을 수 있었으니..






▲ 도갑사방향의 능선길


정상에서의 풍경은 360도 뚫려 있다. 해무인지 시야가 조금은 불투명 했지만 그래도 좋다!

201311월에는 이곳에서 도갑사 방향으로 가며 구정봉도 만나고, 장군바위도 만나고, 억새밭도 지나 도갑사로 향했는데 오늘 지금 나는 천황사지 방향으로 내려가야 한다. 조금이라도 시간을 단축시키기 위해서다.


▲ 사자봉??


정상에 도착하여 남편과 통화하니 자신도 강진 음식축제장, 도자기 공장, 가오도 출렁다리, 김영랑 생가 등 이곳저것 다니느라 스케줄이 꽉 차 있으니 (^+^),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내려오란다. 정상에서의 시간이 146분이었으니 나는 지금까지 국립공원에서 정해 준 표준시간을 착실하게 엄수한 모범생? 이었다. 앞으로 3시간을 걸어 구름다리를 건너 내려가야 하는데 거대한 바위들이 자꾸만 시선을 앗아간다.


▲ 이제는 내려가야 한다.

구름다리 방향으로~~


▲ 용담꽃


▲ 사자봉 왼쪽아래 까마득한 곳에 주황색 구름다리가보인다.


돌아 내려가는 길 저 아래 까마득한 곳에 구름다리가 보인다. 구름다리는 어디를 의지하고 저렇게 달려 있을까. 구름에? 까마득 높아 닿을 수 없는 바위에? 나는 얼마만큼 돌고 돌아 저 구름다리에 닿을 수가 있을까. 천천히 심호흡을 하며 걷기 시작하는데 문득 이 길을 홀로 걷고 있었다. 정상에서의 많은 사람들은 대부분 천황사지에서 올라와 반대편으로 내려가는 사람들 일 것이다. 내 동행이 되어주고 있는 바위가 전해주는 묵직한 침묵이 나를 한 없이 침잠케 한다.





▲ 단풍취


▲ 지는 해를 마주한 바위의 밝음


▲ 해를 등지고있는 바위의 어둠

깊은 산이 더 일찍 어두워지는 까닭은 이처럼 산 스스로 해를 등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산부추도, 쑥부쟁이도, 구절초들의 벼랑 끝에 피어있는 모습이 참 가련하다. 하늘을 향한 빨간 열매들이 탐스럽다. 바위산과 어울려 살아가는 멋진 조화로움이니 깊은 산속을 지키는 모두들은 이렇게 서로서로 자신들의 예쁨을 돋보이게 해 주나 보다.



▲ 깊고 높은산의 구절초는 더욱 고고한 모습이다.




▲ 등산로를 감시하는 cctv 란다

이는 태양광을 이용하고 있다고...▼




▲ 드디어 구름다리에 도착했다.


여기까지 내려오면서 수 없이 만난 거의 수직에 가까운 계단의 손잡이를 단단히 붙잡고 거꾸로 내려오곤 했다. 그리하면 아찔함에서 벗어날 수 있고 무릎의 부담이 줄어들면서 훨씬 편안한 걸음걸이가 되는 것이다. 그나저나 등산객들의 안전을 위해 안전설치를 해 놓은 국립공원직원들의 노고가 참으로 감사했다.






▲ 내려오면서 머리 위로 지나는 구름다리를 바라보았다.




그 어느 곳에도, 어느 나라에도 비할 수 없는 이렇게 아름다운 산이 우리나라에 있다는 사실이 자랑스럽다. 갑자기 나선 산행이었지만 나오길 참 잘했다는 생각과 꼭 다녀오고 싶었던 산성대코스를 다녀왔음에 뿌듯했다.




오후 416, 예상보다 빠른 시간에 마지막으로 월출산 입구에 도착, 나로서는 오늘 마지막 출구인 천황사지구 탐방로 입구라 적힌 표지를 기념을 사진 찍고 내려오니 조금 아래 주차장에서 남편이 운적석에 앉아 손을 높이 들어 흔들어 보인다. 이제 언제 다시 이곳을 또 올 수 있을까. 오래 오래 간직해야 할 오늘의 시간이었다.  이 글을 정리하고 있는 지금 다리보다 팔이 더 아프다. 계단을 거꾸로 내려오며 손잡이에 엄청 많은 힘을 준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