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주어진 모든 것을 사랑으로!!

꽃과 나무

9월 초 사흘날

물소리~~^ 2018. 9. 3. 22:08







▲ 가지만 뻗던 느티나무가 무성하게 잎을 피웠고

옆의 아왜나무는 빨갛게 열매를 맺었다.



요즈음 길을 나서면 자꾸만 하늘을 쳐다본다.

가을 하늘의 청명함을 느끼고 싶은 성급함일 것이다.


선선함이 느껴지는 공기기운을 그냥 흘려보내기가 아까운 마음이 앞서니

조금만 여유가 생기면 마음은 발길을 자꾸 밖으로 끌어낸다.

오늘도 마음 가볍게 뒷산을 오른다.


추석 전에는 제 몸을 살포시 열어 주려는 바쁜 마음일까

밤송이들이 탐스럽게 부풀어 있다.


9월을 맞이한 초목들도 내 마음만큼이나 설렘을 안고 있을 것이다.

지난여름 내내 고단함은 씻은 듯 잊어버리고

결실을 위해 더 열심히, 더 고단하게 보내며

우리에게 결실의 계절을 보여줄 것이다.


날씨의 변화를 느끼며 발맘발맘 걸으며 마악 4번째 봉우리를 향해 걷는데

멀리 개 짖는 소리가 들린다. 작은 개가 아닌 커다란 개의 소리에 멈칫했다.

아니 웬일인지? 이 시간에 산에서 개가 짖고 있다니

처음 있는 일이라서 당황스럽기도 하고 무섭기도 하다.

주인과 함께 나온, 목줄이 있는 개라면 괜찮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하는 생각에 이르니 더 이상 나아가지를 못하고

얼른 뒤돌아 우리 이웃 아파트 옆길로 빠져 나오는 샛길에 접어들었지만

개가 금방이라도 내 뒤를 따라 오는 것 같아 모골이 송연해진다.

물론 개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으나 청력이 좋은 개들인지라

멀리서 걸어오는 내 발자국소리를 듣고서 짖지 않았을까 짐작해 보았다.


길가로 내려와 시간을 보니 평소의 반밖에 지나지 않은 시간이다.

그냥 집으로 들어가기는 아까운 좋은 날씨기에

호숫가 한 자락만을 따라 걷기로 하고 나서니

이른 아침인데도 많은 사람들이 열심히 걷고 있다.

참 부지런한 마음들을 만나니 기분이 좋아진다.


칡넝쿨이 무성한 산책로를 걷는데 자꾸만 달콤한 향이 스며온다

, 무슨 향이지? 무슨 꽃인지? 하며 둘러보는데

우거진 칡넝쿨과 어우러진 사위질빵 꽃이 전해주는 향기였다.

어쩜 이쪽 길로 접어든 나를 환영이라도 하는 것일까?

반가운 마음으로 사진을 찍고 나니 이제는 산책길이 아닌

길가 낮은 산등성만이 보이는 것이다.


그렇게 꽃들을 만나 신나는 마음인데

누가 안녕하세요?’ 하며 인사를 한다.

우리 아파트 사람 둘이서 나란히 벤치에 앉아 있다가 나를 바라본 것이다.

그들은 동시에 오늘 아침은 왜 여기로 오셨나요? 하신다.

내가 아침 일찍 산을 오른다는 것을

우리 아파트사람들은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알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사실 이야기를 하니

이제부터는 자기들과 함께 이쪽으로 다니자며 환하게 웃는다.


바람이 좋고 풍경이 좋으니

그들의 웃음이 참으로 선해 보인다.

그냥 기분이 참 좋은 아침이다.


무서운 개를 피해 선택한 또 다른 길에서 선한 마음들을 만났다.


▲ 아왜나무







▲ 사위질빵





▲ 칡꽃





▲ 댕댕이덩굴




▲ 하늘(눌)타리



▲ 사광이아재비(며느리밑씻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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