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멀꿀나무
연휴가 끝나고 일상으로 돌아온 날
긴 휴일 동안의 들뜬 마음을 가라앉혀주려는 듯
날씨가 화창하고 맑다
점심을 먹고 잠깐 사무실 밖으로 나와 하늘을 보니
공원산 전망대 위로 시커먼 연기가 오르고 있었다.
어디 불이라도 났나? 하는 생각과 동시에 싸이렌 소리가 요란하다.
주춤주춤 걸어가며 계속 바라보는데
금방 연기가 사그라진다. 다행이다. 금방 불길이 잡혔나보다.
나온 김에 발맘발맘 주택가 담장을 따라 걷는데
어느 집 담장위에 피어있는 꽃이 보인다.
가까이 다가가 고개를 쳐들고 바라보니 아니~~ 멀꿀나무였다.
어쩜~~
대문 안에서 개 짖는 소리가 무서웠지만 문이 닫혀있는지라 안심을 하고
까치발을 하고 열심히 사진을 찍었다.
나로서는 드물게 만난 귀한 나무 꽃이다.
가을에 붉은 보라색으로 익는 멀꿀나무의 열매는
백색의 과육과 까만 씨앗이 수없이 많이 박혀있어
먹기에 불편하지만 달콤한 맛으로 옛사람들은 즐겨 먹었다고 하니
우리의 으름과 아주 비슷하다
단 으름은 익으면 벌어지는데 멀꿀은 벌어지지 않는다.
꽃이 예쁘고 덩굴성 상록수로 자라는 특성으로
관상용으로 많이 심는다고 하니
담장 안 주인의 안목이 문득 정겹게 느껴진다.
연휴 마지막 날인 7일,
우리 아이들이 어버이날이라고 우리와 함께 식사계획을 하고 있었는데
둘째아이 회사에서 급히 출근해 달라는 요청이 왔다.
아이의 표정이 어두워진다.
괜찮다고 달래서 보내긴 했는데 자꾸만 마음이 쓰이고 안쓰럽다
저 멀꿀나무의 달콤함을 내 마음 대신 전해줄까
▲ 뽀리뱅이도 싸이렌소리에 키를 높이고 긴장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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