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면 우리나라는 전국방방곡이 축제장으로 변한다.
꽃들의 축제가 있고, 결실을 맺은 온갖 곡식들과 과일, 생선 등은 말할 것도 없고 각 지역에서 특색 있는 모든 것들은 축제의 주인공이 되어 누구라도 초대를 하고 있으니 가을에는 길을 나서지 않을 수 없다. 무언가, 어느 곳이라도 한 번쯤은 참석해야만 가을다운 가을을 보냈다는 마음의 개운함을 느낀다면 조금 지나친 마음일까.
각종 미디어매체에 홍수처럼 쏟아져 나오는 축제의 홍보물에서 내 눈에 쏙 들어오는 축제가 있었으니 허수아비 축제였다. 더군다나 장소가 하동 평사리 악양들판이라 하니 화들짝 마음이 기울어진다.
평사리 악양들판은 박경리의 대하소설 「토지」의 배경이 된 장소다. 그곳을 찾아가는 길목에서 만나는 정겨움은 또 어떠하던가. 소설의 제목과 같은 토지라는 지명의 장소를 지나고, 은빛 찰랑이는 섬진강 물줄기를 따라가다 만나는 화개장터가 있는가하면 매년 봄이면 흐드러지게 피어나는 매화의 화려함이 펼쳐지곤 하니 매년 한 두 번은 찾아가는 곳이다.
긴 추석연휴의 하루를 틈타 허수아비축제를 만나러 갔다. 우연일까 토지의 첫 문장은 ‘1897년의 한가위’ 로 시작하니 120년 전의 추석 풍경과 오늘의 추석 풍경을 비교해 보고 싶기도 하였다. 글 속의 한가위 풍경은 낯익은 듯싶었지만 어색함도 스며있다. 오늘날의 한가위 풍경으로 변한 시간들 속에는 얼마나 많은 명절에 대한 설렘이 녹아 있을까. 나로서는 설렘이 쓸쓸함으로 변질되어 다가온 것 같았다.
▲ 허수아비축제를 찾아가는 길에서 만난 하늘의 구름띠
▲ 악양들판의 부부송
▲ 소설 '토지'의 첫 문장은 이렇게 시작된다.
♣ 최참판댁♣
최참판댁은 실제 존재했던 가옥이 아닌, 소설 속 주인공의 집을 사실화 시켜 꾸며 놓은 곳임에도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되고 널리 알려져 유명한 장소가 되었음은 한 소설의 힘이 있었기에 가능하였다. 문학이 지닌 힘은 과연 무엇일까. 몇 번을 찾아온 이곳에 대한 궁금함은 식을 줄 모르는데 최참판댁에는 그새 많은 변화가 있었다.
▲ 최참판댁에서 바라본 악양들판
들판 가운데 부부송과 저 멀리 섬진강이 보인다.
▲ 새깃유홍초
▲ 둥근잎유홍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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