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정치인이
‘저녁이 있는 삶’ 이라는 명제를 내 걸었었다.
이 얼마나 서정적이고 포근한 말인가!
이 포근함을 잊고 살아야하는 우리에게 희망을 안겨준 메시지였다.
하지가 하루 지난 초저녁~
이제 다시 짧아지는 아쉬움의 시간들을 챙겨 보고 싶었다.
카메라를 들고 가만가만 찾아 나선 길은 자전거 전용도로였다.
해질녘이어서인지 자전거들도 잦아든 고즈넉한 풍경이 차분하게 나를 감싼다.
하루해가 저물 듯
고추나물도 이제 시들어가고 있었지만 자존심만은 아직도 샛노랗다.
산등성 가득 채운 브라질마편초의 싱겁게 큰 키 끝에는 보랏빛 꽃들이 피어 있다.
줄기의 감촉은 까칠한데 보랏빛 꽃이 보여주는 눈맛은 참 예쁘다.
이제 막 피기 시작하는 자귀나무 꽃들이 수줍다.
저녁이 되면 잎을 오므리는 습성으로 합환목이라는 별명까지 얻은
이 꽃이 지닌 이야기에 빙그레 웃음이 절로 인다.
흔하디흔한 개망초 꽃들도
노란 꽃술을 잠재우는 듯 꽃잎을 오므려들고 있으니
흔한 것에 깃들은 귀한 마음이 참으로 포근하다.
초저녁 풍경을 이루는 자연스런 모든 것들은
스스로 붓이 되어 저녁의 삶을 그려내고 있었다.
이들은 잘 그리려 하지도 않고 누군가에게 보여주려도 하지 않는
모든 구속에서 벗어난 자유로움으로 전해주는 알 수 없는 흥취가 흐벅지다.
이들의 멋을 따라 일렁이는 내 마음 붓으로 괴발개발하게 상상화를 그리며
잠시나마 초여름의 저녁이 있는 삶을 찾아보았다.
▲ 고추나물
▲ 브라질마편초
▲ 자귀나무
▲ 개망초
▲ 금계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