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에서는 산상무쟁처(山上無諍處)를 최고의 수행처로 꼽는다. 산 위의 다툼이 없는 곳을 일컫는데, 호남에서 손꼽는 3대 산상무쟁처가 바로 대둔산 태고사와 백암산 운문암, 그리고 변산반도의 월명암이다.
신라 진덕여왕 원년, 경주에서 진광세라는 아이가 태어났다. 아이는 다섯 살에 불국사로 가서 원정선사를 섬기게 된다. 그에 받은 법명이 부설(浮雪)이었다. 청년이 되어 도반을 사귀게 되었는데 영조·영희가 그들이었다. 어느 날 세 스님은 명승지를 행각하며 성불하자고 맹세하였다. 하여 지리산에서 3년, 천관사에서 5년 동안 참선 공부를 한 후, 변산(능가산)에 들어가 묘적암을 세우고 수도에 몰두했다.
10년 후, 그들은 문수보살을 친견하기 위해 오대산으로 길을 떠났다. 길을 가다 김제의 구무원이라는 거사 집에 머물게 되었고 구거사는 극진히 공양을 올렸다. 때마침 내리는 비로 며칠을 묵은 후 비가 개이자 이들은 떠나려하는데 구거사의 딸 묘화가 그동안에 그만 부설 스님을 사모하게 되어 버렸다. 묘화는 부설이 떠나면 목숨을 끊겠다고 하니 부설은 할 수 없이 묘화의 청을 받아들인다. 두 스님은 크게 실망하여 부설을 남겨두고 떠났다. 부설과 묘화는 삼생연분(三生緣分)이이 있어 반드시 부부가 돼야 할 운명이었다.
환속한 부설거사는 아들 등운(登雲)과 딸 월명(月明)을 낳았다. 그런데 어느 날 오대산으로 떠났던 두 스님이 돌아왔다. 부설은 두 스님이 공부한 경지가 궁금하여 등운과 월명에게 물을 담은 세 개의 물병을 가져 오라하여 대들보에 달아놓고 두 스님에게 하나씩 치게 하였다. 병이 깨지고 물이 쏟아졌다. 그러나 부설이 물병을 치자 물병은 깨졌는데도 물은 그대로 대들보에 매달렸다고 한다.
이에 부설은 두 스님에게 이르기를 “眞性은 본래 영명하여 항상 머물러 있는 바 저 물이 대들보에 매달린 것과 같다” 라는 말을 마치고 열반송을 남기고 입적에 들었다고 한다.
부설은 세속적 인연에 순순히 따랐다. 하지만 거기에 마음 흩트리지 않고 마음의 도를 닦으면서 옛 도반들이 감히 넘볼 수 없는 자애로운 세계에 우뚝 섰다. 그는 “일체의 중생이 아프기 때문에 나도 아프다”는 유마의 삶을 살았다. 자기 앞에 다가온 ‘세상의 카르마(共業)’를 자신의 삶으로 태우며 ‘저곳’의 삶을 ‘이곳’에서 이룬 것이다.
그의 열반송 ‘분별과 시비를 훌훌 놓아버리고 오직 마음부처를 찾아 돌아간다’처럼 부설은 마음의 부처로 부처님을 실현시킨 전설이 아닐 수 없다.
부설은 말년에 변산에 등운암(登雲庵)과 월명암(月明庵)이란 두 암자를 지어 아들딸에게 맡겼다. 세속적으로 보면, 부설과 묘화는 속인일 뿐이다. 하지만 이들은 평생 수도에 정진해 도력이 출중했다. 부설거사보다 한 수 낮았다는 묘화만 해도 환한 대낮에 조화를 부려 비나 눈을 내리게 할 정도였다고 하니 부설의 가족은 모두 마음의 부처님을 위해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온전히 불사르며 살았음이 전해지는 월명암이니 천하의 명지가 아닐 수 없다.
▲ 대웅전
▲ 관음전
▲ 관음전 아래의 부설전 안내문
▲ 월명암 초입에 세워진 부설전 소개문
▲ 유형문화재 부설전
사진출처 / 인터넷
월명암의 창건주이며 부설전의 주인공인 부설거사의 전설은 너무나 유명하며
부설거사의 행적을 소설형식으로 기록한 '부설전'은
전라북도 유형문화재 제 140호로 지정되어 있다.
▲ 사성선원
옛이름은 봉래선원이다.
한국전쟁 시 월명암이 전소되면서 선원 역시 전소가 되었던 것을
1983년에 복원불사로 사성선원을 열었다.
근대의 고승들이 수도한 참선도량으로 유명한 사성선원의 사성은
부설가족을 의미한다고 한다.
▲ 내 책꽂이의 암자에 관한 책들
산을 자주 오르다보면 그 산에는 유명한 절이나 암자를 끼고 있는 곳이 대부분이었다.
관심을 아니 가질 수 없었다.
그런 곳은 모두 명당으로 손꼽히며 수많은 선승들의 발자취를 남길 뿐 아니라
역사적 의미가 자못 지대한 곳이다.
하여 관심을 많이 가지다 보니 자연히 책을 많이 사기도 하고 읽게 되었다.
암자를 인용한 책 에는 거의 모두가 월명암 이야기가 있었고
나는 그 이야기를 발췌해 인용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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