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섬! 섬! 섬!
선왕산을 향해 가야한다. 멀리서 보면
그림산과 선왕산이 동 · 서로 산맥을 펼치고 있는 모습이 마치 새가 날개를 활짝 펴고 비상하는 모양을 닮았다고 하는 데서 비금도라는 이름이 유래되었다고 하듯, 이 두 산은 능선으로 연결되어 있는 듯싶었는데 실제 걸어보니 그건 아니었다. 그림산 정상에서 깊숙이 내려왔다 오르기를 두 번 반복하고 죽치재에서 부터 완만하게 차고 올라야 선왕산 정상에 닿을 수 있었으니 나로서는 산 두 개를 오른 셈이었다. 하니 체력안배를 잘 해야만 했다.
조선후기 시조작가 안민영은 '서부진화부득(書不盡畵不得)'이라는 말을 남겼다.
우리나라 산하는 글로도 표현할 수 없고, 그림으로도 묘사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답다 라는 뜻이다. 그럼에도 난생 처음 비금도를 찾아와 산을 오르며 사진을 찍고 그 흔적을 남기며 어설픈 마음을 남기려하는 내 모습을 진정 산은 얼마나 우습게 바라보고 있을지 부끄럽다. 하지만 한 걸음 한걸음 옮기면서 전해오는 자연의 숨결이 느껴질 때면 마치 다정한 친구를 곁에 두고 걷는 것처럼 포근한 마음이 들었다. 하니 나는 내 곁을 지키며 따라오는 모습들을 남겨주고 싶은 마음인 것이다.
기암절벽들은 마치 바다로부터 섬을 지켜주려는 듯 감싸며, 곳곳에 빼어난 풍광으로 우뚝우뚝 솟아 뿜어내는 절경에서 느껴지는 감탄과 함께 호젓함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섬, 비금도 섬 산행이다. 그림산에서는 무수한 철계단을 타고 올랐지만, 선왕산의 바위들은 한 곳에 비켜서서 길은 길대로 내주면서 풍경은 풍경대로 멋있는 모습을 이루고 있었으니 진정 나는 오늘 최고의 섬 산을 즐긴 하루였다.
▲ 암벽사이의 철계단 등산로
▲ 커다란 바위를 받쳐주는 가냘픈 돌
익살스럽지만 동기는 사랑과 어진 마음에서 비롯된 측은지심(惻隱之心) 이지 않을까?
▲ 하늘이 이젠 완전한 제 모습을 찾았다.
우리더러 마음껏 즐기며 올라오라고 손짓하고 있으니~~
▲ 지나온 그림산의 정상 표시석이 멀리서도 우뚝하다.
어느새 역광으로 자신의 모습을 지우며 나보고 어서 가라 손짓한다.
▲ 아!, 저 장쾌한 바위
머리 위에 살짝 올려놓은 작은 덩어리 바위는
금방이라도 흘러내릴 듯싶은데 앙증맞게 올라앉아 먼 풍경을 감상하고 있다.
등 뒤에서 산객들이 북한산의 인수봉을 닮은 바위라고 말하고 있다. ▼
▲ 길게 흘러내리는 암벽 위에서 자라는 나무, 풀들이
제 몸의 기울기를 바위에 맞추며 미끄러지지 않으려는 듯 기대고 있으니 마치 그림 같다.
저 멀리 산을 오르는 두 사람의 모습도 마치 나무처럼 보이니
산에서는 산의 일부가 되어야한다는 말이 진정 맞는 말인 것 같다.
▲ 바위, 마삭줄, 바우손은 양지바른 곳에 모여 좌담회라도 하고 있는지…
▲ 노박덩굴
▲ 아마도 서산저수지가 아닐까 짐작해 본다.
▲ 산국
▲ 쑥부쟁이
▲ 바우손
▲ 모두의 안전을 위한 수고로움이었다.
▲ 또 다시 나타난 거대한 바위는 제 몸을 내주며 길을 만들어 주고 있는데
나는 아찔하다.
아직도 멀었는데 남편한테서 지금 어디쯤 왔느냐고 묻는 전화가 왔다.
지금 선왕산 정상에 거의 다 왔다고 하는데… 큰일 났다. 1.64km나 남았는데…
오래 기다리면 한기가 들 터인데,
천천히 아주 천천히 올라오라고 당부하고 나는 걸음을 서둘렀다.
▲ 한참을 힘들게 내려오는 깊숙한 곳에 조릿대가 무성한 길이 이어진다.
▲ 저 높은 곳을 향하여~~
▲ 등 뒤로 쏟아지는 햇살은 등로에 내 그림자를 내려주며 함께 놀자고...
▲ 양지 바른 곳에서 자라는 쑥
▲ 팥배나무가 참 이쁘네~~
▲ 이제 이곳에서부터는 오르기만 하면 된다.
▲ 돌담에서 자라는 송악
▲ 선왕산 정상을 당겨보았다.
▲ 풍경을 담고 또 담는다. ▼
▲ 멀리 보이는 바위 형상은 큰바위얼굴 인가?
▲ 조금 더 가까이 바라보니 부처님?
▲ 징하게 푸른 하늘아래의 돌하르방?
▲ 바위 바로 밑에서 바라보니 심술쟁이 고집불통 이었네!!
거리에 따라 달리 보이는 모습에
이 바위만을 바라보며 걷느라 한 동안 이 곳이 산 속임을 잊었다.
진정 오늘 내 마음의 정점을 찍는 거대한 바위상이었다.
우람한 이 바위는 道人이었다. 道란 거창한 것이 아닐 것이다.
하찮은 인생살이에 깊은 의미를 부여하며 고난을 넘어서는
그런 지혜의 마음을 갖추는 자가 도인이 아닐까
서글픈 마음을 품어주는 곳,
욕심을 내려주는 곳
덜어낼 것도 더할 것도 없는 담백함을 품고 있는 자연에서 인생을 찾는다.
두두물물(頭頭物物)이 부처라 했듯
오늘 산길에서 만나는 모든 것에 스며있는 의미를 찾으며 걷노라니
내 몸이 솜털처럼 가벼워짐을 느꼈다.
하산하면 또다시 까맣게 잊을 생각들이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이 산의 모든 것들은 나의 스승으로 나를 지켜준다는 믿음이기에
이 믿음을 느끼고파 산을 찾는다고 어설프게 말 할 수밖에…
▲ 아찔한 절벽 아래의 마을
▲ 내가 지나온 그림산이 수많은 섬들을 거느리고 온전한 모습으로 우뚝 서 있다.
▲ 하누넘해변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하고
▲ 시루떡 바위가 내 허기를 채워주네
▲ 송곳바위?
▲ 높은 곳에서 자라는 돈나무가 한가로이 앉아 저 아래 그림 같은 풍경을 바라보고 있다.
아마도 저 마을은 돌담으로 유명한 내촌마을 인 것 같다.
▲ 드디어 선왕산 정상이다.
나를 기다리고 있던 남편이 인증사진을 찍어준다.
▲ 이제는 하산길~~
정상에서 풍경을 다시 바라본다.
▲ 잡힐 듯 가까워지는 하트해변 ▼
이제 많이 지치기도 했지만 잔잔한 돌들의 경사 내리막길은 한 눈을 팔지 못하게 한다.
▲ 산 능선에서 마음껏 기암절벽들을 감상했으니
이제는 꽃 마음으로 마무리하라며
섬의 홑동백들이 단아한 모습으로 나를 배웅한다.
고맙구나!! 내 언제 다시 이곳에 올지 모르지만
내 너희들을 잊지 않으마!!
좁은 땅위에서 우뚝 솟았다는 자부심으로 아름다운 풍경을 안겨주는 섬 산,
암릉을 걷는 위험은 내 발걸음에 시선을 두어야하는 부담감이 있었지만
순간순간 내 넋을 빼앗아가는 풍경들에
모든 근심 걱정을 잊어버린 시간이었음에
오늘 나와 함께한 모든 것들에 무한한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 4시간 산행동안 수많은 사진을 찍었다. 여름철에야 손가락 나오는 장갑을 끼니 별 어려움이 없지만 겨울철 긴 장갑을 끼고서는 스킨십을 요구하는 폰. 카메라를 작동할 수 없어 나름 기능을 가진 장갑을 구입하였지만 별반 효험이 없었다. 할 수 없이 오른쪽 장갑 검지 손가락부분을 오려내고 말았다. 폰도 카메라도 만족스럽다며 열심히 내 손가락의 지시를 잘 받아내었다. 수고했다. 하지만 넌 다 헤질 때까지 이런 모습으로 나와 함께 지내야 하느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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