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주어진 모든 것을 사랑으로!!

단상(短想)

가을귀를 쫑긋 세우며…

물소리~~^ 2016. 10. 10. 13:56








어제는 한글날!

일요일과 겹친 휴일이니 특별한 시간을 즐길 여유가 없는 올해의 한글날이다.

늘 일요일이면 반복하는 청소, 빨래, 다림질을 마치고

여름 옷가지들을 정리하자 작심을 하고 옷장을 헤쳤다.

방안 가득 펼쳐지는 옷들에 한숨이 절로 났지만 오디오를 켜 놓고 음악을 들으며

차근차근 해 나가자하니 큰일도 아닌 것처럼 차분해진다.

여름옷이라고 바깥 옷장에 내 걸은 옷들 중 과연 몇 벌이나 챙겨 입었을까?

한 번도 입어 보지 못하고 다시 옷장 깊숙이 들어갈 제 처지들이 한심한지

옷들의 투덜거림이 들려오는 듯싶다. 옷들이 투덜거리는 소리는 어떤 말일까

하릴없이 손놀림으로 역성을 들어주는데 문득 오디오의 음악프로 진행자가

가을귀라는 단어와 함께 내 마음을 확 끌어가는 멘트를 보내고 있었다.

오늘 한글날에 이왕이면 의미 있는 말 하나라도 찾아보자며 가을귀라는 말을 알려준다.

가을귀는 순 우리말로, 가을의 예민한 소리를 들어내는 섬세한 귀를 비유한 말이라는 것이다.

 

어쩜 오늘 나와 가장 어울리는 말을 들려준 듯싶다.

지금 이 시간 나는 가을귀에 가장 알맞은 시간을 보내고 있음이다.

눈으로 가을을 만나지 못하지만 소리로 가을을 느끼며

손으로 열심히 집안일을 하고 있는 까닭이리라.

행여 선택받지 못한 옷들의 불평의 한 마디가 들려오는 듯싶고

라디오에서 들려주는 음률도 온통 가을소리인 듯싶다.

피아노소리는 맑은 가을햇살을 소리로 표현해주고 있고

바이올린 소리는 이제 막 영글어가는 열매들이 당차게 햇살을 움켜잡는 소리 같고

가을의 음색이라 말하는 첼로는

억새의 겸손한 모습을 소리로 들려주는가하면

가는 바람 한 줄에도 온몸을 일렁이는 억새의 숨은 끼를 끄집어 내 주는 것 같기도 하다.

 

가을이 울리는 소리가 이렇게도 많다니

그들을 만나고 싶어 옷장 정리를 마치고

따뜻한 물에 꿀과 계피를 타서 한 잔 마신 후 뒷산에 올랐다.

늘 오르던 산을 요즈음은 일주일에 한두 번 오를 뿐인데도 산은 언제나 다정하다.

오솔길은 나무와 햇살이 서로 제 몸을 역으고 역이며 

빚어내는 그늘 빛으로 음예공간 연주홀을 이루고 있으니

홀을 차지하고 있는 가을들은 서로의 음들을 조화롭게,

은근하면서도 잔잔하고 편안한 음악들을 연주하고 있었다.

나는 오늘 배운 가을귀를 쫑긋 세우며

가을이 들려주는 예민한 소리들을 들었다고 너스레를 떨고 있는데

가을은 내 마음점수에 낙제점을 준다. 아직도 배울게 많단다.

오늘 한글날, 순 한글 가을 말을 찾아보라며 숙제를 내준다

 

가을과 관련되는 순 우리말들은 무엇이 있을까.

집에 돌아와 숙제하는 마음으로 이것저것을 찾아보고 검색하니 친절하게도 잘 알려준다.

컨닝은 했지만 이제 나는 낙제는 면했을까

 

◎ 건들바람 : 가을이 시작되는 시기, 즉 초가을에 불어오는 바람

 건들장마 : 초가을에 쏟아지다가 반짝 개고 또 다시 내리다가 개는 걸 반복적으로 하는 비

 아람 : 탐스러운 가을 햇살을 받아서 저절로 충분히 익어 벌어진 과실

 보릿가을 : 익은 보리를 거두어들이는 일 또는 익은 보리를 거두어들이는 철

 떡비 : 가을에 풍년이 들어 떡을 해 먹을 수 있게 하는 비라는 뜻으로

              요긴한 때에 내리는 비를 이르는 말

 서리병아리 : 이른 가을에 알에서 깬 병아리 또는

                       힘이 없고 추레한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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