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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과 나무

이름이 억울한… 거지덩굴

물소리~~^ 2016. 8. 18. 17:04








이 맘 때쯤이면 피는 꽃이 있으니

한 번 가봐야 한다고 마음이 자꾸만 부추긴다.

한동안 잠잠하던 뾰루지가 몸 이곳저곳에서 솟아나

자꾸만 긁어달라고 요청하는 불편함에 마음이 정말 어려워진다.

한 낮 양산을 받쳐 들고 살금 나와서 그 장소로 찾아갔다.

 

아스팔트에서 훅 끼쳐오는 열기에 숨이 막혔지만

숨 막히는 열기가 가려움보다는 훨씬 나았다.

그나마 열기 속을 헤엄치는 가느다란 바람 한 줄기가

그래도 내 마음을 헤아려 주는 것 같다.

 

그곳에는 그 꽃이 변함없이 피어 있었다.

자잘한 꽃이지만

제 치레에 무관심 하지 않고 살짝 분홍빛을 머금은 꽃을 피우고 있으니

나비들도 쉴 참으로 앉았다 날아오르기를 반복하며

꽃에게 함께 놀기를 청하고 있다.

저들은 더위를 알기나 할까?

내리쬐는 햇볕이 마냥 아깝다는 듯 열심이다.










▲ 거지덩굴


거지덩굴!

잎으로 보나 꽃차례로 보나 어느 것 하나 반듯하지 않은 것이 없는데

이름이 거지덩굴이라니

자신들과 무관하게 지어준 이름에 꽃들은 참으로 억울하겠다 싶기도 하다.

 

이름이 억울한 꽃들이 한 둘이 아니겠지만

며칠 전에는 미국 뉴욕의 보태니컬 가든에서 80년 만에

시체꽃(아모르포팔러스 티타눔)이 피었다고 하는 기사를 보았다.

이 꽃은 세계에서 가장 큰 것으로도 유명하지만

더 유명한 것은 냄새 때문이다.

꽃에서 고기 썩는 냄새가 나서 이런 고약한 이름으로 불린다고 한다.





▲ 시체꽃

왼쪽은 1939년에 핀 꽃, 오른쪽은 올해  2016년 7월에 핀 꽃

사진출처 : 인터넷



이 거대한 꽃은 피운 후, 3 ~4일 이면 진다고 해서인지

그 꽃을 보려는 인파로 장사진을 이룬다고 하니

행여 자신들의 사후에 이런 꽃을 피우기라도 염원하는 마음일까?


우리에게도 비슷한 송장풀이 있다

익모초와 비슷한 꽃 모양으로

이름과는 달리 은은한 향도 좋고 고운 모습이다.

대화익모초(大花益母草산익모초· 개속단· 개방앳잎 이라고도 하는데

왜 하필이면 송장풀일까.




▲ 송장풀



여러 설이 있지만 일본명에서 유래되었다고 전해지기도 한다.

송장풀의 일본명은 被綿キセワタ[Kise-wata]이다.

일본에서는 음력 98일 중양절에 국화에 솜을 덮는 피면(被綿)의식을 하는데,

송장풀이 국화에 솜 덮은 모습과 비슷하여 피면(被綿)이라 하는데

이에 비롯하여 솜으로 장식한 풀, “솜장풀이 인쇄과정에서

송장풀로 잘못 된 것이라는 설도 있으나 확실치 않다고 한다. - 인용 -

 

어찌되었던 억울한 꽃은

더위에 숨이라도 차는지 입을 벌리고 나란히 둘러 서 있는 모습이

마치 이름을 바꾸어 달라고 시위라도 하고 있는 듯싶으니

나도 꽃따라 내몸에게 시위를 해야겠다

정체 모를 가려움은 넘 억울하니 사라져 주었으면 좋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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