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맘 때쯤이면 피는 꽃이 있으니
한 번 가봐야 한다고 마음이 자꾸만 부추긴다.
한동안 잠잠하던 뾰루지가 몸 이곳저곳에서 솟아나
자꾸만 긁어달라고 요청하는 불편함에 마음이 정말 어려워진다.
한 낮 양산을 받쳐 들고 살금 나와서 그 장소로 찾아갔다.
아스팔트에서 훅 끼쳐오는 열기에 숨이 막혔지만
숨 막히는 열기가 가려움보다는 훨씬 나았다.
그나마 열기 속을 헤엄치는 가느다란 바람 한 줄기가
그래도 내 마음을 헤아려 주는 것 같다.
그곳에는 그 꽃이 변함없이 피어 있었다.
자잘한 꽃이지만
제 치레에 무관심 하지 않고 살짝 분홍빛을 머금은 꽃을 피우고 있으니
나비들도 쉴 참으로 앉았다 날아오르기를 반복하며
꽃에게 함께 놀기를 청하고 있다.
저들은 더위를 알기나 할까?
내리쬐는 햇볕이 마냥 아깝다는 듯 열심이다.
▲ 거지덩굴
거지덩굴!
잎으로 보나 꽃차례로 보나 어느 것 하나 반듯하지 않은 것이 없는데
이름이 거지덩굴이라니…
자신들과 무관하게 지어준 이름에 꽃들은 참으로 억울하겠다 싶기도 하다.
이름이 억울한 꽃들이 한 둘이 아니겠지만
며칠 전에는 미국 뉴욕의 보태니컬 가든에서 80년 만에
시체꽃(아모르포팔러스 티타눔)이 피었다고 하는 기사를 보았다.
이 꽃은 세계에서 가장 큰 것으로도 유명하지만
더 유명한 것은 냄새 때문이다.
꽃에서 고기 썩는 냄새가 나서 이런 고약한 이름으로 불린다고 한다.
▲ 시체꽃
왼쪽은 1939년에 핀 꽃, 오른쪽은 올해 2016년 7월에 핀 꽃
사진출처 : 인터넷
이 거대한 꽃은 피운 후, 3 ~4일 이면 진다고 해서인지
그 꽃을 보려는 인파로 장사진을 이룬다고 하니
행여 자신들의 사후에 이런 꽃을 피우기라도 염원하는 마음일까?
우리에게도 비슷한 ‘송장풀’ 이 있다
익모초와 비슷한 꽃 모양으로
이름과는 달리 은은한 향도 좋고 고운 모습이다.
대화익모초(大花益母草)· 산익모초· 개속단· 개방앳잎 이라고도 하는데
왜 하필이면 송장풀일까.
▲ 송장풀
여러 설이 있지만 일본명에서 유래되었다고 전해지기도 한다.
송장풀의 일본명은 被綿キセワタ[Kise-wata]이다.
일본에서는 음력 9월8일 중양절에 국화에 솜을 덮는 피면(被綿)의식을 하는데,
송장풀이 국화에 솜 덮은 모습과 비슷하여 피면(被綿)이라 하는데
이에 비롯하여 솜으로 장식한 풀, “솜장풀”이 인쇄과정에서
송장풀로 잘못 된 것이라는 설도 있으나 확실치 않다고 한다. - 인용 -
어찌되었던 억울한 꽃은
더위에 숨이라도 차는지 입을 벌리고 나란히 둘러 서 있는 모습이
마치 이름을 바꾸어 달라고 시위라도 하고 있는 듯싶으니
나도 꽃따라 내몸에게 시위를 해야겠다
정체 모를 가려움은 넘 억울하니 사라져 주었으면 좋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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