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수 아름드리나무들과 거의 같은 기울기의 산자락에
무성한 잡초 사이에서 외롭게 핀 타래붓꽃~
반갑고 애처로운 마음에
산자락을 타고 오르려 했지만
두어 발도 옮기지 못하고 미끄러지고 말았다.
어찌할까 물끄러미 바라보노라니
길가 아름드리나무들의 우람함이
마치 그리스 신전의 기둥처럼 생각되고
저 가련한 붓꽃은 정녕 여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고대 그리스 신전의 기둥이 이토록 튼튼했던가.
그 신전을 지키며 인류의 문화역사에 기여한 여신은
저토록 작은 가녀린 몸짓이었던가.
그 모습을 담아보려고
비탈진 곳을 오르려 했지만 주르륵 미끄러지고
결국 카메라의 줌 기능으로
그 모습을 청해 보는 어설픈 내 행동이 몹시도 어색하다.
문득, 자만에 빠진 인간들이
신보다 위대하다는 능력을 자랑하고 싶어 쌓은 바벨탑을
신은 결국 무너지게 하고 인간에게 언어의 다양함으로 벌을 내려
서로간의 소통을 어렵게 하고 말았다는 전설이 문득 스친다.
그냥 멀리서 바라만 보아도 될 것을…
사진을 찍어 자랑하고 싶었을까.
이 마음의 정체는 무엇일까?
오직 神만이 알 수 있다는 믿음으로
괜한 이야기들을 들먹이는 내 마음을 합리화 시켜보지만
女神 타래붓꽃은 말이 없다.
▼ 타래난초 (참고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