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표 행사하고 나니 날이 갠다.
즐거운 시간 보내라는 선물 같아 기쁜 마음으로 공원 산을 올랐다
오늘은 느긋하게 천천히 걸을 심산이다.
민둥산에 꽃을 피운 나무들이 있어 심심하지 않았다.
그래, 과감하게 비울 것은 비워야 채울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은 어설퍼도 조금 지나면 나을 것이라고
비에 함초롬히 젖은 꽃나무들이 안겨주는 꽃마음 따라 길을 걸었다.
문득 만난 갈림길에서 잠시 망설였다.
이 두 갈래 길 어느 곳을 가든 잔잔한 꽃들이 있었는데
모두 다 흙에 묻혀버렸을 것 같은 느낌이었지만
그냥 이 길을 가자고 한 길을 택해 내려오면서도 내 눈은 여전히 두리번거렸다.
아. 그런데 저 멀리 보랏빛 꽃이 있다.
빠르게 가까이 다가가느라 내 바지지락은 그만 흙투성이가 되어버렸지만
이게 무근 대수람~~
각시붓꽃이었다.
외로이 한 송이가 피었기에 아낌없이 셔터를 누르고 내려오는데
또 한 송이가 보였다. 어쩜 대박이네!!
얼른 두 번을 찍어주고, 다시 몇 발자국을 내려오는데 또 한 송이가 보였다.
아. 이들은 이렇게 드문드문 제 뿌리들을 지키고 있었구나!!
그 넓은 곳에 세 송이의 각시붓꽃이 피어있었던 것이다.
꽃잎위에는 내려앉은 빗방울들이 눈물처럼 그렁그렁하다
꽃들은 눈물 맺힌 얼굴을 하고 외로움에 나를 불렀을 것이다.
“나 좀 보고 가세요.~~ 얼마 안 있으면 꽃이 질 거예요.”
얼마나 외로웠을까?
그 외로움이 나에게 전해졌다 생각하니 내 마음이 그만 뭉클해진다.
꽃아, 동안 인내하였기에 오늘 이처럼 꽃을 피웠잖니?
내년에는 더 많은 개체를 번식시켜 이곳을 온통 차지하렴.
어려움을 침묵으로 이겨내며
사소한 것들에 욕심내지 않는다면 제 몸을 보전할 수 있음을
너를 통해 배운 오늘이구나, 고맙다
▼ 폰으로 찍은 사진들~~ 넘 아까워 모두 올려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