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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따라 발길따라

화엄사 구층암의 모과나무 기둥

물소리~~^ 2016. 3. 21. 09:03

 

 

 

 

 

 

실로 몇 년 만에 찾아온 화엄사~

그 공백의 세월동안 내 눈의 시각차도 있었겠지만 너무 많이 변해버린 화엄사에서

내 기억에 남아있는 고색창연함을 도저히 맞출 수 없었다.

절 입구 양 길가에 아름드리나무들만 기억이 나는데

지금은 온통 시멘트 길로 바뀌었고 그 길에는 차들이 그득하다.

 

수많은 계단들을 오르내리기에 체력이 모자라니 곳곳, 샅샅이 바라보지 못하고

대충 바라보아야하는 내 마음이 부처님께 미안하다.

그래도 신라 말에 창건된 구층암은 다녀와야 한다는 집념으로 대웅전 뒤로 걸어 들었다.

구층암 가는 길은 고요했다.

나지막하게 내려앉은 햇살들이 정겨운 돌담을 지나고 대나무 숲으로 들어섰다.

쭉쭉 곧게 오른 가녀린 대나무를 아직은 대나무라 부르지 못하겠다. 조릿대가 아닐까

 

대나무숲을 지나 계곡을 가로지른 어설픈 다리 하나를 건너니

반은 무너져 내린 듯싶은 석탑과 건물이 보인다.

석탑 바로 옆에는 차가 서 있으니 이곳이 암자인가? 를 의심케 하였는데

구층암이라는 간판이 걸려 있는 처마 앞으로 간신히 서있는 탑이 애처롭다.

어쩜, 이 탑이 바로 구층암석탑이고 건물은 승방이란다.

승방이 어지러이 널려 있으니 살짝 실망이 앞선다.

 

승방을 옆으로 돌아드니 아, 천불보전과 승방의 마루 기둥이 보인다.

그렇다! 난 지금 이 승방의 기둥을 만나려고 찾아왔던 것이다

여전히 어수선했지만

눈을 돌려보니 또 한 채의 요사채가 보이니  비로소 암자임을 알 수 있게 해준다

 

이 암자에서 가장 의미있는 귀함은 스님이 기거하는 승방에 있는 모과나무 기둥이라고 하였다.

이 기둥은 인간의 손으로 다듬어진 흔적이 전혀 없다고 한다.

그래서 나뭇가지의 흔적, 나무의 결과 옹이까지도 그대로 기둥으로 삼은 독특함은

자연과 건축의 조화를 한눈으로 보여준다고.....

 

어물전 망신은 꼴뚜기가 시키고 과일전 망신은 모과가 시킨다 라는 말은

모과나무의 열매뿐 아니라 나무 전체에 대한 못생김을 연상시키는데,

그 못생김이 건물의 기둥으로 오랜 세월을 지켜내고 있음을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장미과에 속하는 모과나무 꽃은 더할 나위 없이 예쁘다. 또한

모과나무는 참나무보다 단단하지만 나뭇결이 좋지 않은 나무라고 하니

아마도 저 기둥을 세운 사람은 단단함으로 기둥을 만들고 싶었으나

나뭇결이 좋지 않아 곱게 다듬을 수 없었던 것 아닐까? 그 뜻을 알 수는 없지만

사뭇 다른 기둥의 모습에서 자연 그대로 조화를 이룬 마음이라고 읽어내는 후손들이다.

 

모과나무의 얼룩무늬 나무줄기를 나는 참 예쁘다고 바라보곤 한다.

그렇담 줄기의 예쁨은 꽃의 예쁨으로 이어지고, 과일의 못생김은 나뭇결에서 비롯된 것일까?

저 기둥에는 모과의 좋은 향이 스며있어 오늘날까지 사람의 마음을 끌어가고 있음이니,

나로 하여금 이곳까지 오게 한 이끌림 이었나 보다.

문득, 하나의 사물이 근본으로 지닌 모든 것은

어느 것 하나 허투루 지나침이 없다는 이치를 속으로 되뇌어 보았다.

 

승방의 모과나무 기둥과 묘한 조화를 이루는 것이 천불보전 앞에 서 있는 살아 있는 모과나무다.

이 나무의 수령을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지금 살아있는 나무의 모습에서 세월의 흔적을 느낄 수 있으니

어쩌면 저 승방의 기둥으로 삼은 나무의 후손이 아닐까 혼자 생각해 보았다.

 

작고 초라하고 조금은 어질러진 암자이지만 암자가 품은 깊은 속내를 내 어찌 알까?

난 다만 그 깊은 속내를 보여주고 있는 작은 실물 하나만 스치듯 바라보고 돌아섰으니… 

 

암자 곁을 흐르는 계곡물소리는 찬기운을 녹이면서 봄을 실어 나르고 있는 듯 경쾌하다

그에 따라 걷는 내 발걸음도 날을듯 가벼우니

작은 암자에 감돌고 있던 봄기운이 나를 둥둥 태워주는 듯싶다.

 

 

 

▲ 봄이 가득 내려앉은 길,  구층암으로 가는 길

 

▲ 대나무의 소곤거림을 들으며

 

 

▲ 구층암 승방

 

 

▲ 금방 무너질 듯싶은 구층암석탑

 

 

▲ 모과나무 기둥

 

 

 

 

▲ 천불보전 앞의 살아있는 모과나무 두 그루

 

 

 

 

▲ 두 개의 기둥을 가까이서

 

 

▲ 또 다른 요사채의 가운데 기둥이??

이는 훗날 끼워 놓은 방식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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