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넓은 궁남지를 다 돌아볼 수 없는 더위와 체력의 한계로 가시연꽃 만남으로 만족하고 주차장으로 돌아오니 낮 12시가 채 안 된 시간이다. 남편이 묻는다. 이왕 나온 김에 오늘 하루 좋은 곳 찾아가자며 어디 가고 싶은데 있느냐고 묻는다. 막상 생각이 나지 않았는데 갑자기 한 생각이 떠오른다. 요즈음 배롱나무가 한창인지라 올해는 배롱나무의 멋진 자태도 못보고 지나나 보다고 여기저기 검색을 하다가 한 풍경을 만났었다.
사진작가들이 올린 사진 중에 아침 안개 그윽한 호수 풍경속의 집 한 채와 배롱나무의 풍경이었다. 퍽이나 고요함과 화려함이 복합된듯하여 마음에 담아 두었는데… 순천 송광면의 일일레저타운 이란다. 그곳을 말했더니 바로 내비에게 요청을 한다. 지금부터 3 시간여를 달려야한다고 알려준다. 출발했다.
입맛이 없으니 그냥 물만 잔뜩 싣고 떠났다. 광복절 휴일이지만 국도는 한산했다. 스치는 주변 풍경에 마음이 풍요로워진다. 봄부터 이토록 변화한 산천경개인데 난 그동안 무얼 했던가!! 전해오는 싱그러움에 마음이 사르르 녹아내리는데 내비도 길을 잘 모르는 듯 애를 태운다.
검색한 주소는 분명 순천 송광면인데 내비는 자꾸만 화순 쪽으로 안내하니 아무래도 잘못 들었나? 하는 의아심을 가지고도 계속 달렸다. 산길을 구불구불 돌아가는데도 길은 단정히 정비되어있다. 길가의 배롱나무 가로수가 더욱 정갈하다. 한참을 달리는데 주암호라는 푯말이 나온다. 아! 이제 알겠다. 주암호 부근, 화순 쪽에 가까운 곳에 있는 곳이었던 것이다.
큰 길에서도 주암호 순환도로를 타고 겨우 차 한 대가 지나갈 수 있는 아슬아슬한 길을 약 7km 더 달리니 일일레저타운 안내판이 보인다. 아무나 쉽게 찾아 올 수 없는 곳인 것 같다. 그런데도 사진작가들의 입소문을 타고 그렇게 알려졌나 보다.
사유지란다. 이곳에 작은 호수를 만들어 조경을 하고서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는 곳이었다. 하여 음식을 먹지 않는 경우에는 입장료 3,000 원씩을 내야 했다. 우리는 거금 6,000원을 냈다. 민박도 하는지 제법 많은 아이들이 물놀이도 하고 있었다. 휴가를 이곳으로 왔나보다. 사진 찍는 사람들도 많이 보인다.
인공호수에 작은 섬을 만들고 그곳에 아담한 집을 지었고 그곳까지 출렁다리로 연결해 놓은 풍경이다. 주변의 주암호 때문에 아침이면 물안개로 환상적인 풍경을 빚어낸다하니 한낮의 지금은 별스런 풍경은 아니었지만 마음 빼앗아 가는 풍경이었다. 오늘은 출렁다리에 출입금지 푯말이 붙어 있었다.
비록 사진으로 봤던 만큼의 풍경의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모처럼의 나들이 길에서 내 몸에 활기를 불어 넣어주었다. 올 해는 풍성한 배롱나무가 아닌 단조로우면서도 아름다움을 뽐낼 수 있는 배롱나무의 자태를 만날 수 있었으니 특별함은 특별함이었다. 틈새의 여행이었지만 새로움을 만날 수 있었다고 생각하니 오늘 하루가 고맙다.
돌아오는 길 아들들의 전화를 받았다. 큰 아이는 개학을 앞두고 거처 대청소를 했다고 한다. 방학이면 종종 한 번씩 해주곤 했는데 못해주어서 안쓰러웠는데 참으로 감사한 일이다.
작은 아이는 14일이 임시 공휴일이었지만 독일에서 온 사람들과 업무 일정이 진즉에 잡혀 있어서 휴일을 이용하지 못한다고 했다. 얼마나 오고 싶었을 텐데… 15일 광복절에도 출근하여 독일사람들 보내고 오전 12시에 일이 끝났는데 12시 30분까지 근무하고 집에 온다고 한다. 왜 30분 더 하느냐고 물었더니 그래야 휴일수당이 나온다며 크게 웃는다. 집에서 저녁식사를 같이 하기로 하였다. 한없이 기운 없는 광복절이었지만 마치 내 마음이 해방을 맞은 듯싶은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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