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람한 화살나무가 코르크 날개로 봄을 부르고 있다
어느 집 담장에서 까치발을 하고 담장 밖을 기웃거리는 화살나무의 우람함이 눈길을 끌어간다. 와!! 저렇게 큰 화살나무도 있었던가? 마치 자랑이라도 하듯 달고 있는 큼지막한 코르크날개라니!! 얼마나 살아온 세월일까. 유난히 커 보이는 화살나무 모습을 그냥 지나치지 못했다.
나뭇가지에 화살의 날개모양을 한 얇은 코르크 막이 있어 화살나무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나무가 스스로 코르크 막을 달고 있는 사연이 재밌다.
몇 년 전 초봄, 한 학교 담장으로 화살나무가 심어진 곳을 지나는데 할머니 한 분이 그 연한 새순을 열심히 따고 계셨다. 호기심에 가까이 다가가 왜 잎을 따시느냐 물었더니 할머니 말씀은 이 새순을 삶아 나물로 먹으면 아주 맛이 좋다고 하셨다. 나는 의아했다. 키는 낮지만 나무는 나무인데, 나물로 먹을 수 있는 풀이 아닌데 어떻게 나물로 먹을 수 있을까? 할머니께 그럼 이 나무 이름이 무어냐 물으니 ‘회잎나무’라 하신다.
화살나무로 알고 있는데 회잎나무? 나는 곧장 돌아와 화살나무와 회잎나무를 검색해 보았다. 결과, 나는 그만 무릎을 탁! 치며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화살나무는 작은 키의 나무로, 이처럼 크게 자라지 않는 나무의 새순이 부드럽고 맛이 좋다고 한다. 하여 자칫 초식동물들에게 모조리 먹힐 염려가 있는 화살나무는 자구책으로 줄기에 날개를 다는 방법을 택하였다고 한다.
이는 줄기를 훨씬 굵어보이게 함으로 초식동물들에게 접근의 어려움을 줄 뿐 아니라, 코르크에는 초식동물들이 좋아하는 전분이나 당분이 없으며, 퍼석하여 씹으면 소리만 요란하고 맛이 전혀 없다고 한다. 하여 화살나무는 날개 없는 나무들보다 동물들로부터 훨씬 덜 수난을 받으며 살아왔다고 한다. 어찌 이런 나무들을 생각이 없다 하겠는가. 고심에 고심을 거듭하여 제 살길을 강구하며 살아가는 나무는 사람보다 훨씬 과학적으로 살아가고 있음이다.
한데 화살나무의 코르크날개는 사람에게 이로운 물질이어서 한약재로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동의보감>에는 ‘헛소리를 하고 가위 눌리는 것을 낫게 하며 뱃속에 있는 기생충을 죽인다. 또 생리가 잘 나오게 하고 산후 어혈로 아픈 것을 멎게 한다.’ 라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독이 조금 있어 임산부는 먹을 수 없으며 최근에는 암을 치료하는 민간요법의 치료제로 알려져 있다. 초식동물이 아닌 인간들에게 먹히고 있는 화살나무의 기구한 운명이다. 아니 인간도 엄연한 동물이긴 하다.
이상하게도, 자연을 살아가는 나무나 초목들이 자신을 방어하기위해 품는 성질들이 인간에게 이롭게 작용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 사람들이 나무나 초목일 수도 있을까?
회잎나무는 화살나무와 잎, 꽃, 열매 등은 거의 같으나 코르크 막이 없는 나무를 일컫는다. 삼신할머니가 깜박 잊고 화살나무에 붙여주었던 코르크 막을 달아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요 근래에 와서는 회잎나무는 다만 코르크질이 발달하지 않았을 뿐, 성분은 지니고 있으니 화살나무로도 불리고 있다한다.
정말 전설적이다. 언제는 나무 스스로 자신을 방어하기위한 수단으로 코르크 막을 달았다고 하더니, 삼신할머니가 회잎나무에게는 코르트막을 붙여주지 않았다한다. 오랜 세월동안 삼신할머니 힘이 다 했을까? 이제는 보이지 않을 뿐, 성분(질)은 지니고 있다며 그동안 화살나무에게 왕따 당한 회잎나무의 설움을 달래 준다.
코르크 막이 있고 없음의 사이에 인간과 신의 영역을 넘나드는 그 무엇의 신묘함을 부여해주고 있다. 어쩌면 나무의 새순까지도 먹고 나무의 방어막까지 약으로 사용하는 우리 사람들의 구차한 변명 같아 쑥스럽다.
가을에 단풍든 화살나무의 고운 빛을 나는 참으로 좋아한다. 단풍나무야 으레 단풍나무니 단풍들겠지… 하지만, 화살나무는 그 어떤 관심도 바라지 않고 순정한 빛으로 물들고 있으니 때론 단풍나무도 질투할 정도의 아름다움이다.
봄에는 새순으로, 가을에는 고운 단풍으로, 열매는 아름다움으로, 코르크 막은 몸에 좋은 약으로, 제 몸 모두를 우리에게 이로움으로 안겨주는 화살나무~ 우리는 늘 이렇게 받기만 하여도 될까. 이번 설날에는 서로서로 나누는 그 무엇이 함께 자라나는 마음이 온 세상에 가득하기를 소망해 본다.
▼ 계절별 화살나무의 모습
▲ 4월에 피는 화살나무 꽃
▲ 9월의 화살나무
▲ 10월의 열매
▲ 11월 ~ 12월의 단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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