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행들머리 천종사에서 바라본 동석산
거대한 바위군의 위엄에 순간 마음이 멈칫 놀란다.
얼마만큼의 세월동안 제 몸을 생성시키며 서 있었을까.
정신없이 바쁜 시간을 보내는 요즈음, 아마도 당분간은 이렇게 지내야 할 것 같다. 새해 들어 변하는 것들에 맞추어 바꿔야하는 수식들도 많고, 연말정산에, 또한 각 관공서에서는 1월 말까지 보고하라는 것들은 왜 그리도 많은지… 불평보다는 아직도 이런 일들을 해 낼 수 있음에 다행이라는 생각으로 임하고 있다.
와중에 이제 겨우 두 번 따라간 산악회의 새해 첫 등산계획이 있다는 공지를 받은 터, 따라 나서기로 했다. 아직 내 몸은 먹는 것을 완전히 받아들이지 못하는 상태기에 보온도시락에 누룽지를 담아 갔다. 토요일 새벽 6시 30분에 출발장소로 갔다. 우연일까? 년말년시 연속으로 바위산을 걸었다.
진도 동석산은 산 하나가 거대한 바위덩어리였다. 각 봉우리마다의 높이는 제각각이었지만 동석산의 표시석은 219m 이다. 하지만 낮은 높이라고 쉽게 생각할 산은 절대 아니었다.
길 없는 바위 능선이었지만 바위는 조금씩 비켜서 길을 내주고 있었다. 비스듬한 곳은 비스듬한 길, 낭떠러지는 우리의 발 디딜 만큼씩 곁을 내 주고 있었다. 우리는 그 내준 길에 마음을 다해 걸어야했다. 그 순간만큼은 내게 짐 지워진 그 무엇도 다 날려버리는 순간이었다.
쉽게 가는 길은 곧바로 오르는 길이 아닌, 일단은 깊숙이 내려갔다 다시 올라야한다는 것을 알려주는 길이었다. 내 몸은 줄 하나에 의지한 채 바람에 나부끼듯 걸어가야 했다. 나무마저 비켜선 바위길의 산이었지만 산은 침묵으로 길을 내주며 내 발걸음을 옮겨주고 있었다.
▲ 천종사 입구에 미륵상
그냥 사람 좋은 웃음이 우리의 산행을 응원해 주는 듯싶다.
▲ 동백나무가 이룬 터널 틈 사이로
바위를 이어주는 까마득한 다리가 보인다.
▲ 푸른 대나무 사이의 계단길도 멋스럽다
▲ 침목으로 계단길을 만들었다
바위산의 침묵에 枕木을 타고 온 기차의 기적소리도 같이 묵언 수행 중이다.
▲ 바위의 웅장한 기운에 산객들도 모두 고개를 숙이고 묵언 수행 중~~
마치 한 폭의 그림 같다.
▲ 천 길 낭떠러지 절벽
▲ 나뭇가지도 바위위에 닿고자 자꾸만 손을 뻗히고 있는데..
바위는 말없이 하늘만 응시한다.
▲ ‘산줄기를 이은 능선의 선’ 마루금을 철제봉에 흰색 밧줄로 이어 놓았음이 보인다.
▲ 봉우리와 봉우리 사이에서의 조망
산행시작점인 천종사가 보인다.
▲ 바위위에 핀 사람 꽃, 참으로 아름답다.
▲ 뒤 돌아 본 마루금의 정적이 마치 하늘의 기운을 모두 받아들이는 듯싶다.
▲ 봉암저수지를 품고 있는 마을이 참으로 평화스럽다.
▲ 서서는 오를 수 없는 곳
바위산은 우리에게 궁신접수의 겸손함을 가르치고 있었다.
▲ 밧줄을 잡기도하고 커다란 문고리를 잡아야만 오를 수 있었다.
▲ 바위에서 자라는 바위손
오늘만큼은 우리가 더 예쁘다고 주먹을 불끈 쥐고 응원을 해주고 있다.
▲ 이름도 무시무시한 칼날능선이다
저곳을 오르는 등산로는 없었다. 우회하여 저 날카로운 바위를 돌아 내려가야 했다.
▲ 칼날능선을 오르지 못하고 우회하여 내려가는 길
아마도 산행 코스 중 가장 난이도가 높은 길이라 말하고 싶다.
▲ 저 소나무 있는 봉우리에 동석산 표시석이 있다.
▲ 다시 올라 봉우리에서의 조망
높이가 낮은 산이라 하여 가볍게 보아서는 절대 아니 될 산이다.
산이 숨겨두고 보여주는 보물을 만나려면
칼날 같은 험한 길을 오르기도, 또 내려서기도 하여야 한다.
▲ 우리가 앞으로 가야할 봉우리들이 만만치 않다.
빨간색 옷을 입은 산객의 모습이 마치 점을 찍어 놓은 것 같다.
사실 저 봉우리들이 이름이 없을 뿐이지 동석산표시석보다 더 높았다.
▲ 저 바위에서는 추락사가 있었던 곳이라고
위험표시를 해 놓고 오르지 못하게 해 놓았다.
▲사스레피나무가 꽃 피울 준비를 하고 있다.
▲ 계요등 열매가 나무에 걸터앉아 해바라기하고 있다.
▲ 작은애기봉에서의 조망
섬 섬 섬…
▲ 우리의 마지막 코스인 큰애기봉이 멀리 보인다.
▲ 큰애기봉 전망대
▲ 큰애기봉 전망대에서 조망
▲ 이제는 하산이다.
나무계단 따라 내려서니 울창한 동백나무들이 우리를 배웅한다.
▲ 팔각정자에서 큰애기봉을 뒤돌아 보았다.
▲ 바다를 향한 솟대의 모습에서 고즈넉함이 느껴진다.
저 먼 앞바다 어디메쯤이 팽목항일 것이다.
▲ 바닷가 휴게소 근방에서 만난 탐스런 열매의 나무~
푸른 잎과 빨간 열매의 강렬함이 이색적인
이 나무의 이름은 “ 먼나무”
산 전체가 하나의 커다란 바위덩어리라 표현하면 지나침일까?
암능미를 지닌 진도 동석산은
다도해를 품고, 반대편으로는 담수호를 껴안고 있는 산,
긴장감과 집중력을 필요로 한
스릴 만점의 바위능선의 등산로는 아마도 동석산의 매력일 것 같다.
나로 하여금 잡다하고 복잡한 모든 생각들을 끊고
오직 바위만을 바라보라고 요구한 동석산의 요청에 충실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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