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새해를 맞이했다며 마음 다잡은 것 같은데 어느새 20일이 훌쩍 지나고 벌써 1월 하순이다. 어제가 오늘 같고 오늘이 어제 같은 마음으로 어쩌면 나이 한 살 더 얹는 것에 인색한 마음일까. 아직 구정이 남았으니 온전한 새해가 아니라며 우스갯소리로 얼버무리곤 한다. 사실 난 여태 작년 일처리에 푹 빠져있다.
행정적인 업무는 작년의 업무종결과 함께 일 년 동안의 실적보고사항 등을 새해 1월 말까지 마쳐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 연유로 나는 요즈음 눈을 4개나 가지고 일에 골몰하고 있다. 이런 경우에 대비해서 월별로 분기별로 정리를 해 놓기도 하지만 일은 늘 새로움을 요구하곤 한다. 오늘도 그렇게 정신없이 일을 하고 있었다.
모든 업무보고는 인터넷을 이용한 전자시스템을 이용하기에 한번 사이트에 접속하면 끝까지 마쳐야 한다. 중간에 흐지부지 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잘못하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하기 때문에 온 정신을 집중해야 한다. 물론 입력하기 전에 모든 자료를 완전 정리해 놓고 그 내용을 틀리지 않게 입력하는 일이기 때문에 한 눈 팔 수 없는 시간이다.
오늘 오후 퇴근 시간 1시간 전부터 하나의 업무의 입력을 시작했다. 시간을 대충 따져보니 1시간이면 충분할 것 같아 시작했다. 어느 정도 진행이 되고 있는데 전화벨이 울린다. 한 손으로 수화기를 들고 오른 손은 계속 자판을 두드리며 전화를 받았다. 카드사에서 온 전화였다. 법인카드 담당자를 찾는다. 나는 흔히 걸려오는 대출 안내나 카드 발급을 홍보하는 전화려니 생각하고 ‘지금 담당자도 없고 바쁜 시간이니 내일 다시 하라’ 며 끊었다.
금세 다시 전화벨이 울린다. 이번에는 여직원이 받았다. 같은 내용이었다. 그래도 여직원은 나보다는 친절하게 오래 응답해 주며 내일 다시 연락하라면 끊는다. 그런데 또 전화벨이 울린다. 벌써 20여 분이 흘렀다. 정확한 내용은 말하지 않고 카드 사용내역에 대한 설명을 하려고 한다하니 짜증이 난다. 또다시 내가 받아 내일 다시 전화하여 담당자하고 통화하라하고 끊었다.
일의 흐름이 끊겼다. 어차피 퇴근시간까지 마칠 수 없기에 로그아웃하고 사이트에서 나왔다. 덕분에 사무실 정리도하고 직원과 여담도 나누며 남은 시간을 보내고 퇴근하였다. 저녁식사를 마치고 설거지하기 전 전화기에 뜬 메시지 도착 표시를 보았다. 언제 왔지? 아마도 전화기도 나 몰라라 하며 보낸 시간이었나 보다. 도착시간이 5시 23분이었다.
사무실로 카드사직원의 전화가 걸려왔던 즈음인 것 같았다. 무심코 내용을 읽어보던 나는 그만 깜짝 놀랐다. 오늘 오후 5시 23분에 스위스에서 341.16불의 금액이 결제되었다는 내용과 카드사에서 일방적으로 해외이용거절을 했으니 전화 달라는 내용이었다. 0859는 카드번호 끝자리였고 법인카드였다. 나는 개인카드와 법인카드를 가지고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스위스라니!! 법인카드는 업무적인 외에는 잘 사용하지도 않지만 더구나 해외에서 사용은 전무하다. 카드사에서는 대처를 아주 잘 해준 것 같았다. 곧바로 또다시 359불 승인요청이 왔는데 무조건 거절부터하고서 우리에게 확인 전화를 하였던 것이다.
일단 금액이 크지 않아 다행이었다. 내일 은행에 서류를 준비해서 방문해 달라고 한다. 카드를 재발급 받기로 하였다. 휴! 가슴을 쓸어내리는 한편, 기사로나 뉴스로만 보고 듣던 일이 나에게도 닥치고 보니 참으로 놀라운 마음을 감출 수 없다. 어찌된 경우일까? 최근에 주유소에서 결제했는데 그때 복사를 당했을까? 여러 가지 추측을 해 보지만 알 수 없다.
그렇다면 아까 사무실에 걸려온 전화! 그 카드사 직원은 왜 자세한 이야기를 하지 않고 담당자만 찾았을까? 아마도 법인카드라는 명분에 충실하려 했던 것일까? 바쁜 핑계로 전화를 성의 없이 받고 귀찮게만 생각했던 내 잘못이 더 크지만, 세 번이나 전화를 해 놓고도 사실을 말하지 않은 카드사 직원의 일처리도 조금은 불만스러웠다.
요즈음은 정보화시대라 한다. 정보란 어쩌면 남이 알고 있는 것을 나도 알아야 한다는 것을 부추기는 뜻일까. 그 앎을 남모르게 체득하고 마치 내 것인 냥 하는 마음을 합리화 시켜주는 멋진 말일지도 모른다. 정보라는 미끼를 던져 남이 이룩한 창조의 지혜를 내 것으로 가져가는 똑똑함을 우리 모두가 누릴 수 있는 유익함으로 십분 활용했으면 참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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