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용봉산에서 분재처럼 자라는 소나무
2014년 갑오년의 마지막 일요일!
감기 기운이 다 가시지 않고 멍멍한 상태지만
근 2주 동안 뒷산조차 오르지 못하고
엉망인 몸과 마음으로 올해를 그냥 보낼 수 없는 마음이다.
몇 주 전, ‘산’ 프로그램을 시청하다 알게 된
아름다운 암벽들로 이루어져 작은 금강산이라 불리는
충남 홍성의 용봉산을 다녀오자고 남편에게 청했다.
용의 몸통에 봉황의 머리처럼 생겼다 붙여진 이름이란다.
감기 기운인지, 약 기운인지 입맛이 없어 몸은 엉망인데
부석한 얼굴에 목도리며 모자며 중무장을 하고 따라 나선다.
기암괴석으로 아름다운 산이지만
그리 높지 않은 산(최고봉 381m)으로 산행시간도 3시간 정도의
겨울산행에 알맞은 곳이기에 부담 없이 다녀오기로 했다
집에서 1시간 30여 분을 달려 산행들머리에 도착,
8시 40분부터 산행을 시작했다.
벌써부터 개인들은 물론,
여기저기 산악회에서 몰려온 사람들로 주차장은 북새통이다.
우리는 천천히 놀며 쉬며 걷기로 하고 오르기 시작하니 기분이 좋아진다.
요 며칠 동안 몸 추스르느라 텅 비어버린 내 마음 안에
오늘의 좋은 풍경과 감동들로 채워 넣어야겠다.
내 할 일이 얼마나 많은데 이렇게 허우적대고 있는 것인지…
오늘로 몸 아픈 것도 떨어내고 새로운 충만함 마음으로 내년을 맞이하고 싶다.
▲ 달리는 차 안에서 일출을 맞이하다
10여 분 오르다 만난 석불사와 거대한 미륵불에 마음이 화들짝 깨어난다.
▲ 충남 유형문화재 87호 / 석불사미륵불
거대한 자연암석을 활용하여 조각한 7m나 되는 입상
▲ 이곳 석불사내에서도 8경이 있다고 하는데
나는 미륵불, 만물바위, 불유천 3경만 볼 수 있었다.
▲ 바위가 많은 산이어서인지 등산로도 바위길이다.
▲ 아침 운무가 서린 풍경은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답다.
저 아름다움 속에서 수많은 사연들이 살아가고 있음이 아름답기 때문일까
나도 저렇게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 중에 한 사람일 텐데…
▲ 멀리 팔각정 정자가 보인다. 최영장군의 활터란다
어렸을 때 이곳에서 무술연마를 했다고 한다.
나는 오늘 저 길이 아닌 전망대를 돌아 내려갈 것이다.
▲ 오늘의 처음 봉우리, 투석봉
▲ 등산로가 온통 바위길이다
왠지 정겹다
▲ 오늘의 최고봉
내기 지나야할 두번째 봉우리
▲ 곳곳에 눈이 쌓이고 녹은 후, 얼어서인지 미끄러웠다.
여기서부터 아이젠을 착용했다.
▲ 길목마다 봉우리마다 바위들의 기묘한 모습들에 절로 탄성이 나온다.
토끼바위란다.
▲ 세번째 봉우리인 노적봉이 보인다
바위들이 수석전시장을 방불케 하니
장엄한 바위위에 올라 호연지기를 발하고 싶다.
▲ 노적봉에는 아저씨 한 분이 몇 가지 차를 팔고 계셨다.
바람이 찬데 열심히 상품 판매를 외치고 계셨지만
등산객 대부분은 그냥 지나친다.
난 감기를 핑계 삼아 쌍화탕 한 병을 사서 마셨다.
▲ 용봉산의 보물이란다
바위틈에서 100년을 살았다는데 우리 팔 길이보다 약간 긴 모습이 안타까웠다.
▲ 멀리 보이는 악귀봉
▲ 솟대바위
▲ 행운바위
돌을 던져 저 위에 올리면 행운이 온다는데
꽁꽁 언 길에는 던질만한 것이 눈에 띄지 않았다.
▲ 지나온 봉우리들~
▲ 악귀봉 명물?
이름보다도 순한 봉우리였다.
▲ 물개바위
▲ 삽살개바위 라는데....
▲ 병풍바위
저 바위를 지나 하산하는 방향이다.
▲ 헬리콥터가 산 봉우리를 계속 맴돌고 있다.
무슨 사고라도 났을까?
높이가 낮다하여 쉬운 산은 결코 아니었다
바위들의 장엄함은 때론 위험함도 함께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 표지판의 용바위와 내가 찍은 사진의 각도가 같았다!
▲ 헬리콥터의 위치가 점점 낮아지고 있는데
정말 궁금하다.
▲ 오늘 나는 이처럼 바위에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는 소나무들을 종종 만났다.
나무들은 주어진 환경에 잘 적응하며 살아가고 있다.
▲ 다양한 그림을 그리며
폭으로 나누어져있기에 붙여진 병풍바위인가보다
바위들은 제각각의 멋진 폼으로 서있다
소나무를 품고 있기도하니 지나는 흰구름이 풍치를 더해준다.
▲ 병풍바위위에서 내가 지나온 능선을 바라보다.
오른쪽부터 악귀봉, 노적봉, 최고봉, 투석봉 순~
누가 주봉인지 우리더러 알아 맞춰보라 한다.
▲ 의자바위에 앉아 의자왕이 되었다.
바위 위를 오르내리는 재미를 선사받은 오늘~
▲ 금방이라도 흘러 내릴 듯싶은 바위
병풍바위에서 용봉사로 내려와 용봉사 뒤편의
신라후기(고려초)의 마애불을 보기위해 다시 20여분을 올랐다 내려왔다.
▲ 돌출된 자연암석의 바위 앞면을 파서 불상이 들어앉을 감실형의 공간을 만들고,
그 안에 돋을새김 한 거대한 불상으로, 조각 고려초기의 마애불이라는데
이 용봉산에는 마애불이 많이있다고 한다.
▲ 오늘 산행거리 (파랑선 따라)
용봉초등학교에서 시작해 오른쪽 주차장으로 내려왔다.
천천히 쉬면서 걸은 탓에 힘은 안 들었지만
물 한 모금도 먹히지 않은 3시간여의 행보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무한한 격정을 지녔던 한 해를 마무리하기에는
부족하기만한 마음가짐이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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