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때죽나무 충영
한 번의 호기심을 충족시키니 연이은 궁금증이 내 마음을 내달린다.
겨울눈을 확인한 때죽나무는 네 번째 봉우리에서도 한 그루가 자라고 있다.
전체적인 나무의 맵시는 어제 만난 겨울눈을 키우고 있는 나무가 훨씬 멋있다.
네 번째 봉우리의 나무는 오솔길에서 벗어난 곳에서 자라기도 하지만
조금 어수선한 수형을 지니고 있어 별반 마음을 주지 않고 지나치곤 하는데
오늘은 꼭 확인해 보고 싶었다.
여명의 밝음이 조금 더한,
산책길의 되돌아오는 길에 나무 옆으로 살금살금 걸어갔다.
나무 앞에 이르러 나뭇가지를 바라보는 순간
나는 소스라치며 뒷걸음을 치고 말았다.
세상에 ~~
때죽나무는 열매나 꽃 대신 충영(蟲癭, 벌레집)을 많이도 달고 있었다.
몸이 오싹하다.
저 안에는 벌레들이 들어 있는데…
나뭇가지를 붙잡고 겨울눈을 확인해 볼 엄두를 내지 못하고
그냥 멀찍이 사진만 찍고 서둘러 내려왔다.
움틀 거리지 밖에 못하는 미물들인데도
참 기술도 좋다. 최고의 건축 기술자이다.
벌레들은 자신들을 지키기 위해 그럴 듯한 집을 지어 놓고 위장술을 쓰고 있었다.
물론 나 역시도 저 충영을 처음 만났을 때는 ‘무슨 꽃이지?’ 하는 마음으로
가까이 다가가 요리저리 살펴보기도 했으니…
달리 생각하면 저들의 수고로움은 참으로 값진 것이다.
대대손손 물려주는 집이 아닌, 오직 한 세대를 살아가기 위한 집일뿐인데도
혼신을 다해 집을 지으며 우리 사람들의 눈을 현혹 시키고 있다.
누에는 단 열흘 동안만 고치 속에 머문다.
그 열흘을 위해 제 몸에서 실을 뽑아 집을 짓고,
우리는 그 집의 실을 뽑아 비단 옷을 만들지 않는가.
그들은 단순함을 살면서도 언제나 최고의 질을 발휘한다.
그들의 최선을 다함에서 우리는 최고의 품질을 받아내고 있음이니
우리는 어찌 저들의 속임수를 나무랄 수 있겠는가.
나에게 주어진 오늘 하루~~
최선의 방법으로 최고의 질을 쌓는 하루였으면 싶다.
▲ 때죽나무 열매(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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