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주어진 모든 것을 사랑으로!!

단상(短想)

꽃을 흉내 낸 집을 짓는 기술자, 미물

물소리~~^ 2014. 6. 26. 11:12

 

 

 

 

 

 

 

▲ 때죽나무 충영

 

 

한 번의 호기심을 충족시키니 연이은 궁금증이 내 마음을 내달린다.

겨울눈을 확인한 때죽나무는 네 번째 봉우리에서도 한 그루가 자라고 있다.

전체적인 나무의 맵시는 어제 만난 겨울눈을 키우고 있는 나무가 훨씬 멋있다.

네 번째 봉우리의 나무는 오솔길에서 벗어난 곳에서 자라기도 하지만

조금 어수선한 수형을 지니고 있어 별반 마음을 주지 않고 지나치곤 하는데

오늘은 꼭 확인해 보고 싶었다.

 

여명의 밝음이 조금 더한,

산책길의 되돌아오는 길에 나무 옆으로 살금살금 걸어갔다.

나무 앞에 이르러 나뭇가지를 바라보는 순간

나는 소스라치며 뒷걸음을 치고 말았다.

세상에 ~~

때죽나무는 열매나 꽃 대신 충영(蟲癭, 벌레집)을 많이도 달고 있었다.

 

몸이 오싹하다.

저 안에는 벌레들이 들어 있는데…

나뭇가지를 붙잡고 겨울눈을 확인해 볼 엄두를 내지 못하고

그냥 멀찍이 사진만 찍고 서둘러 내려왔다.

 

움틀 거리지 밖에 못하는 미물들인데도

참 기술도 좋다. 최고의 건축 기술자이다.

벌레들은 자신들을 지키기 위해 그럴 듯한 집을 지어 놓고 위장술을 쓰고 있었다.

물론 나 역시도 저 충영을 처음 만났을 때는 ‘무슨 꽃이지?’ 하는 마음으로

가까이 다가가 요리저리 살펴보기도 했으니…

 

달리 생각하면 저들의 수고로움은 참으로 값진 것이다.

대대손손 물려주는 집이 아닌, 오직 한 세대를 살아가기 위한 집일뿐인데도

혼신을 다해 집을 지으며 우리 사람들의 눈을 현혹 시키고 있다.

 

누에는 단 열흘 동안만 고치 속에 머문다.

그 열흘을 위해 제 몸에서 실을 뽑아 집을 짓고,

우리는 그 집의 실을 뽑아 비단 옷을 만들지 않는가.

그들은 단순함을 살면서도 언제나 최고의 질을 발휘한다.

 

그들의 최선을 다함에서 우리는 최고의 품질을 받아내고 있음이니

우리는 어찌 저들의 속임수를 나무랄 수 있겠는가.

 

나에게 주어진 오늘 하루~~

최선의 방법으로 최고의 질을 쌓는 하루였으면 싶다.

 

 

 

▲ 때죽나무 열매(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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