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매는 꽃 이름을 배신하지 않았다.
골무꽃,
길게, 비스듬히 자라고 있었다.
어쩜 밑동의 꽃부터 열매를 맺었을까
형 동생들이 나란히 서서 차례대로 익어가고 있었다.
이에 달랑 남은 두 송이의 꽃은
엄마 아빠 일까.
자식들 건사시키기 위해 뼈 빠지게 일하는, 조금은 후줄근한 모습이다.
씨앗을 보고 골무를 연상하고
그에 꽃 이름을 지어준 우리 조상님들~~
이렇듯 들꽃, 풀꽃 야생화들이 사랑스러운 까닭은
생활에서 빚어진 이름을 그대로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조상님들의 삶이 배어있는
골무를 닮은 작은 골무꽃에
물씬 정감이 느껴지는 까닭은
내 마음이 행여
날카로움에 다칠까봐
내 고단한 일상을 달달한 커피 같은 맛으로
골무꽃은 방패가 되어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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