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산길에서 뒤돌아본 비로봉 정상
정상을 오르고 내려오는 길은 언제나 마음의 홀가분함을 느낀다. 자칫 지루함을 느끼는 하산길일 수 있겠지만 여유로운 마음으로 또 다른 그 무엇을 찾으며 만나는 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뭇잎들은 제 빛깔을 아낌없이 드러내며 여름빛임을 알려준다. 뒤 돌아 지나온 길을 바라보는데 멀리 비로봉 정상이 가지런히 보인다. 오를 적에는 저 모습을 만나지 못했다. 내려서는 나에게 온 자태를 고스란히 보여주며 나를 배웅 하는 듯싶으니 알 수 없는 아련함이 스윽 스쳐 지난다.
둘이지만 언제나 혼자 걷는 길이다. 이제야 오르는 사람들의 거친 숨결이 안쓰러워 보인다. 이제 나는 풋풋한 향내 가득한 숲길을 자분자분 걸으며 이 산이 주는 모든 것을 아낌없이 받아들이려 한다. 공기와 바람결부터 다른 숲속이라서 인지 바람에 사각대는 나뭇잎 소리가 마치 시냇물처럼 들린다. 그렇다 물결, 바람결, 모두가 결을 지으며 지나는 모습이니 소리인들 닮지 않을까. 자연만이 연주할 수 있는 오케스트라의 선율을 마음껏 음미하며, 느림의 미학을 쟁취하며 마음의 평안을 얻는 하산 길이었다.
입석사까지 1.6km 남았다는 표시판을 만난다. 저곳에 도착하면 쉼을 가져야겠다며 내쳐 걷는데 높은 나뭇가지 사이를 나비 떼들이 무수히 날고 있었다. 나비와 나무들은 서로 상생의 원리를 가지고 살아가는 존재임을 새삼 느낀다. 깊은 산속에서 나무들로부터 양분을 얻는 나비와 나비로 하여금 자신들의 종족번식을 위한 수고로움을 받고 있으니 참 아름다운 공생, 상생의 조건들 아닌가. 그 사이를 걷는 나는 그들에게서 모든 것을 받기만 하고 돌려줄 수 없는 몸이니 어찌 할까.
입석사의 지붕이 보인다. 이상하였다. 여태까지 흰 나비 떼들이 꽃처럼 날아다녔는데 이곳에 오니 검은 나비 떼들이 절 앞마당에 무수히 앉았다 날기를 반복한다. 나비들은 서로 경계를 짓고 살았던가. 대웅전 왼쪽으로 입석대가 있고 그 조금 지나 마애불이 있다는 화살표 안내판을 만난다. 등산로에서 벗어나 다시 조금 오르는 길이었지만 포기할 수 없는 길이었다.
입석대! 과연 이름을 부르지 않고는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기이함을 지닌 바위가 우람하게 서 있었다. 바위는 바위일 뿐인데 우리 사람들은 의미를 부여해주고 그에 마음의 정을 들인다. 거대하거나 기묘한 형상의 바위에 그 이상을 부여하고 바라보는 마음들은 어쩌면 우리 민족성인지도 모른다. 입석대에서 조금 더 걸어 들어가니 마애불이 있었다.
어느 마애불보다 작은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노라니 근엄하신 부처님이 아닌 그저 우리 동네의 자상하신 아저씨들 같은 느낌이다. 감은 듯 그어진 눈과 뭉툭한 코, 두툼한 입술은 틀림없는 우리들의 아버지이고 동네 아저씨이다. 마애불을 만나면 나는 우선 그 불상을 새긴 석공들을 먼저 생각하곤 한다. 얼마나 많은 정성을 쏟았을까. 얼마나 심혈을 기울였을까.
석공들은 바위에 불상을 새길 때 바위를 깎는다고 하지 않는다 한다. 바위에 깃든 부처님을 조심스레 모셔낸다는 생각으로 새긴다는 것이다. 바위에 깃든 부처님, 이는 바로 자신의 마음속에 깃든 삶의 희망이 아닐까. 과연 내 마음 안에는 무엇이 깃들어 있을까. 그 깃듦을 새겨 볼 수 있을 만큼 소중함으로 지켜 왔을까. 언제나 부족함뿐인 내 자신에 대한 물음을 가지고 되돌아 내려왔다. 정상을 오르고 내려오면서 오늘도 참 많은 것을 배웠다고 생각했는데 어쩌면 다시 모든 것을 산에 돌려주어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야 또 다시 찾아오려는 마음이 가득해 질 테니까.
입석사에서부터 황골탐방지원센 터까지는 임도를 따라 걷는 길이다. 대부분 사람들은 편안한 길이다 좋아라하는데 나는 웬일인지 임도를 따라 걷는 일이 무척 힘들다. 발목이 시큰거려 오는 까닭을 알 수 없다. 차라리 산길을 걷는 것이 훨씬 편하다. 지루한 임도에서 뒤로 걷기를 반복하며 그나마 발목 시큰거림을 덜었지만 내일 일정을 무사히 행할 수 있을지 속으로 조금 걱정이 된다
▲ 노란 뱀무, 꽃분홍 터리풀, 초록 잎, 자주색 줄기, 까만 벌,
어쩜 오방색일까?
서로가 참 잘 어울리는 자연 그대로의 빛깔이다
▲ 큰뱀무
▲ 나비가 나뭇잎에 앉았다.
▲ 입석사 가는 길이 나의 길
▲ 또다시 바라보면서, 자꾸만 작아지는 비로봉
▲ 나는 내려가는 길에서 오르는 등산객들
▲ 입석사 지붕과 입석대가 보인다.
▲ 돌나물
▲ 입석사 대웅전
▲ 마애불 가는 길의 참나리
8월이면 화려하게 꽃 피우겠지...
▲ 입석대
▲ 마애불과 설명
▲ 가까이 바라본 입석대
▲ 입석대에서 바라본 풍경
▲ 씨앗 맺은 골무꽃
▲ 산악구조데
▲ 이름을 불러주지 못했다.
▲ 엉겅퀴
▲ 기린초
▲ 바위취
▲ 만첩빈도리
▲ 임도를 따라 걸으며 만난 꽃들~~
▲ 국립공원의 대문이 더없이 다정하다.
내 언제 다시와서 만날까~~
언제나 멋진 모습으로 치악산을 지켜주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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