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이면서도 작가인 김병종교수의 화첩기행을 새로이 만났다.
오래전 신문에 연재했던 그림과 글을 묶은 책으로
예인들과 그들이 살아가는 버팀목이 되어준 자연에 대한 저자의 느낌과,
그 느낌을 표현한 그림을 만날 수 있는 기행문이자 그림에세이라 말하고 싶다.
책머리 개정판을 내면서의 작가의 말 중,
부인을 지칭하는 흔한 말 집사람을 가인(家人)이란 하였음을 매우 신선하게 느꼈다.
나는 얼른 아름다운 사람 가인(佳人)을 떠올렸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아내로 살아가면서 佳人이 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는 물론 내가 잘해야 이를 수 있는 경지이기도 하겠지만
작가처럼 아름다운 마음의 눈으로 바라볼 수 있을 때 佳人이 되는 것 아닐까…
괜한 욕심을 부려보며 책을 읽었다.
우리 정서의 기반을 감히 우리의 예술혼이라고 하면 거창할까?
그 혼을 불태우며, 자신만이 지닌 혼을 표현하기 위에
자신의 일에 미쳐 癖에 갇힌 사람들…
참 가슴 저리게 하는 이야기들에 절로 발걸음을 내디디며 따라 나선다.
예인들이 걸어간 길이었기에 작가는 찾아 나섰고,
그 길을 나도 거의 한번쯤 걸었던 길이기에
내 마음을 불러보며 작가의 마음 길을 따라 걸었다.
서정주와 함께 그린 선운사 가는 길을 걸었고,
해남의 일지암은 알고 있었지만
남화의 도사라는 허소치 화가의 내력은 처음 알게 되었다.
낭만적으로 느꼈던 윤선도와 보길도에서는
고산 윤선도의 고통스러운 세월을 새롭게 알기도 하였다.
운주사와 화순에서는
어쩌면 민중의 삶이라는 공통적인 교감을 나누는 안도감이 들었지만
새롭게 새겨진 역사적 사실에 마음의 문을 크게 열기도 하였다.
봉평을 찾았던 나는 메밀꽃의 하얀색만을 찾았건만
작가는 오방색을 찾아 藝의 길을 화려하게 색칠하니
내 마음 빛이 참으로 초라하기도 하였다.
김동리의 역마의 배경이 된 화개장터,
언젠가 내가 속한 단체에서
화개장터와 쌍계사 그리고 최참판댁을 다녀오는 일정이 있었다.
그에 무에 잘났다고
역마와 화개장터에 얽힌 이야기를 프린트해 나눠주기도 했던 나를
참 쑥스럽게 만든 이야기도 있다.
내가 태어나기 전에 세상을 등진 예술가들의 삶의 이야기를 들으며
눈으로 활자를 따라 읽는 내내
그 예인들이 살아가는 시대 속에서 나는 과연 무엇을 했던가.
그들이 정열적인 삶을 살아갔던 그 나이에
나는 과연 무엇을 했던가를 생각할 적엔 까닭모를 우울함도 비쳐지기도 하였다.
藝 사람, 아니 이제는 잊힌 사람들을 찾아나서는 일은
그리움을 찾아 나서는 길인 것 같다.
잊힌다는 것은 때론 커다란 그리움으로 남아 사람들 마음에 다가오기도 한다.
그리움을 더욱 그립게 하는 화첩기행 3편과
<김병종의 모노레터> <김병종의 라틴화첩기행>을 묶은 4권,
그리고 <북아프리카 편>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참 행복하다.
'감상문'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매화초옥도 (그림) (0) | 2014.03.13 |
---|---|
그녀의 이야기 (0) | 2014.02.20 |
me Before you (0) | 2014.02.01 |
김병종 30년, 생명을 그리다 -전시 - (0) | 2014.01.29 |
강신주의 감정수업 (0) | 2014.01.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