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선택한 동기는 순전히 나의 호기심에서 시작된다.
책의 제목인 '진주귀고리 소녀' 는
베르메르라는 네델란드 출신 화가가 그린 작품 중 가장 유명한 그림으로
'북구의 모나리자' 라고 불린다는 명화라는 데에서 기인했다.
어두운 배경 속 옆모습이 고운 소녀의 눈길은 누군가를 향한 간절함을 전 하는 듯,
누군가를 원하는 듯한 눈빛이어서 볼수록 정이가고 친근하게 느껴지면서
소박한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진주귀고리가 보는 이들로 하여금
다양한 상상을 불러일으키며 끊임없는 찬탄의 대상이 되어왔으며, 그런 이유는
결국 한 편의 소설을 이끌어 내고 말았다.
이처럼 청초하고 예쁜 소녀는 누구이고, 어떻게 그림의 모델이 되었는가?
소녀는 누군가를 바라보면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가?
커다란 두 눈의 맑은 눈동자와 보일 듯 말 듯한 불가사의한 미소,
말 할 듯 말 듯한 입술의 벌어짐은 순수함인가
대담한 유혹의 몸짓인가?
왜 귀에 달린 진주의 목걸이를 강조 하였는가?
진주의 뜻은 허영도 있지만 순수, 눈물도 있다하니
어찌 보면 이 소녀의 모든 것이 이 진주에 담아져 있는 것일까?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부터 나는 이 소녀가 퍽이나 부러웠다.
단지 16살인 이 소녀는 그림을 볼 줄 아는 감각이 있었고,
그 순수한 감각은 한 화가의 영혼을 움직이며
그 소녀를 모델로 하여 그림을 그리도록 한 것이다.
아니, 어쩌면 이 소녀의 대담한 애정의 마음을 알아차린 화가는
선뜻 받아들이기 어려움을 진주로 대신하여 표현했을까?
누군가에게 관심을 받는다는 그 이유 하나만으로
나의 마음은 이미 따뜻해져 가고 있었던 모양이다.
실제 이 그림의 주인공이 누구인지,
화가와 어떤 관계인지는 전혀 알 수없다고 한다.
하지만 실제의 그림과 작가의 현실을 바탕으로 쓰인 이 소설은
글을 읽는 내내 잔잔한 감흥을 주고 있음에
손에서 책을 내려놓기가 쉽지 않았음을 고백한다.
이 소설의 작가는 그 시대풍속을 세세히 그려가면서
이 시대성을 바탕으로 주인과 하녀, 화가와 모델, 스승과 제자,
그리고 남자와 여자로 마주선 베르메르와 하녀인 소녀,
두 사람이 예술과 삶 사이에서 겪는 감정들을 엮어나가는데
어린 소녀의 냉철함에 나는 감동을 받는다.
또한 소설 중간, 중간에 베르메르의 그림들을 삽입시키며
전개해 나가는 그림여행도 나의 눈을 즐겁게 해주고 있다
이제는 나도 이 소녀처럼 그림을 볼 줄 아는 그런 안목을 가지고 싶다는
터무니없는 욕심도 부려본다.
☆☆☆☆☆
사실 이 글은 지난 2004년에 읽고 메모해 두었던 내용이다.
얼마 전 우연찮게 한 화가선생님의 화실을 방문하여 마음에 든 그림 한 점을
구입했는데 그림 속 여인의 귀에 달린 귀고리를 바라보면서 불현듯
이 책이 생각나 옛날의 글을 한 번 올려 보게 되었다.
예술은 길고 인생은 짧다. 라는 말처럼 예술은 긴 생명력에 있다고 본다.
우연한 기회에 발견된 새로움은 새로운 해석을 안겨준다.
단순히 책으로 읽었던 내용이 또 다른 그림을 통해 떠올려지는 이유는 어쩌면
예술작품을 통해 그에 담아있는 가치 속의 향수를 가지고 싶어서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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