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주어진 모든 것을 사랑으로!!

감상문

고양이 오스카

물소리~~^ 2010. 6. 9. 16:34

 

 

 

 

 

 

   나는 고양이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제목에서 고양이를 예찬하는 것 같은 느낌을 주는 책을 선택하게 한 것은 한 일간지의 서평을 읽고서이다. 치매환자들의 재활요양원인 미국의 스티어하우스에서 일어난, 지금도 진행 중인 이야기이다. 이 책의 저자인 요양원의 담당의사 ‘데이비드 도사’ 는 노인의학 전문의이다. 그는 스티어하우스 요양원을 아름다운 곳이라 생각한다.

 

그가 담당하는 요양원에는 오스카라 불리는 고양이가 함께 생활하고 있다. 이 얼룩무늬의 고양이는 병원 측에서 치매환자들의 정신적인 위로에 도움을 줄까 데려온 고양이다. 언제부터인가 이 고양이는 신기하게도 오랜 투병 끝에 죽음에 임박한 치매환자의 침상에 나타나 그 곁을 지켜주곤 하였다. 그 고양이가 한 환자의 침실에 드는 날이면 얼마 후에 어김없이 그 환자는 임종을 맞곤 하였던 것이다.

 

의사 도사는 고양이 오스카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 들으면서도 그 사실에 믿음을 갖지 않았다. 그런 그가 언제부터인가 그 고양이를 유심히 바라보게 되고, 간호사 메리의 권유로 오스카와 함께 죽음을 맞이했던 환자의 가족들을 찾아 인터뷰를 한다. 오스카의 행동을 과학적으로 분석해 보고자 함이었다. 하지만 과학적 시각으로는,  고양이가 죽음을 예견 할 수 있다는 것을 반론하는 것일 수밖에 없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순전히 고양이의 그 특이함에 마음이 끌려 읽기 시작한 책이었다. 고양이의 어떤 면이 그렇게 죽음에 다다른 사람을 알 수 있었을까. 무슨 영적인 힘이 있었던 것은 아닐까 하는 그런 호기심이었다. 하지만 글을 읽어 가는 도중, 치매환자들의 고통과 그를 돌봐야하는 가족들의 아픔에 어느새 마음이 쏠리고 있었다.

 

책의 전개 역시 고양이가 지닌 영적의 신비함 보다는 환자와 가족들의 심적인 고통에 대한 흐름이 더 깊은 것 같았다. 치매를 앓고 있는 환자나 가족들은 그 사실을 모두 부인한다. 절대 그럴 리 없다는 심정이다. 하지만 시일이 지나면서 점차 사실로 인정되면서 그들은 자신의 분노와 환자, 특히 부모를 그런 상황으로 몰고 갈 수밖에 없음에 죄책감을 갖는다.

 

처음 기억력에 이상을 느끼고 진찰을 받으러 가기 전, 환자는 병원에서 조사하며 질문하는 것들에 대한 대답을 수없이 반복하며 공부한다고 한다. 마치 수험생이 시험공부를 하듯이 말이다. 자신에게 이상이 없다는 판정을 받고 싶어서이다. 하지만 정작 의사 앞에 가서는 그 어느 것도 생각이 나지 않아 답을 하지 못하는 심정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또 그 모습을 바라보아야하는 가족의 심정은 어떠할까.

 

스타이하우스 요양원에서 아버지에 이어 어머니까지 간호하면서 10여년을 보낸 리타는 의사에게 말한다. 사람들은 기억력을 잃은 사람들을 가장 안 좋은 방법으로 되돌리려 한다는 것이다. 옛날의 모습대로 성적표에 사인을 해주고, 명절 음식을 차려주시던 분들로 되돌리려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건 너무 고통스러운 일, 결국은 지금의 현실을 인정하여야 한다고 한다. 기억력을 잃은 환자를 현실로 데려올 수 없으니 가족이 현실로 들어가서 그 모든 것을 놓아주어야 한다고 한다.

 

때로 가족들은 환자가 생을 마감해 주기를 바라기도 한다고 하였다. 환자가 돌아가시면 그렇게 마음이 편할 수 없었다고 고백한 가족도 있었다. 이처럼 모든 기억력을 잃은 환자를 사랑할 수 없고 보실 필 수 없어 요양원에 맡겼다는 가족들이 가져야 했던 죄책감을 고양이 오스카는 늘 곁에서 바라보며 위로해 주었다고 말하였다. 지켜보는 가족이 있다하여도 외롭게 혼자만의 기억으로 죽음을 맞이하는 환자에게 찾아온 고양이는 침대에서 같이 잠을 자면서 그 외로움을 나누어 주었다고 한다.

 

책 말미에 오스카의 행동에 대한 과학적인 설명이 있다. 세포가 죽으면 탄수화물이 분해돼 특유의 향이 나는 '케톤'이라는 물질로 변하는데 후각이 뛰어난 동물은 그 냄새를 감지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의사인 도사는 애써 그런 사실을 규명하려하지 않는다. 오스카의 행동에서 인간이 배워야 할 무언가가 있다고 말하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외로운 사람과 함께 있어 주는 것, 그 한결같음에 더 믿음을 주고 싶어 이 책을 쓴 것 같았다.

 

나는 지금까지 가까운 가족에게서 치매를 앓고 있는 분을 만나지 못하고 지내왔다. 하지만 나, 혹은 내 가족이 그 절망감에서 벗어나지 못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 때 누군가가, 그 무엇이 그 외로움과 절망감을 함께 나누어 준다면… 마지막을 함께 해 준다면…

절망에 빠진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과학보다 어쩌면 우연처럼 다가오는 기적일 수도 있을 것이다.

 

 

 

 

'감상문' 카테고리의 다른 글

브리다  (0) 2010.11.15
고산자(古山子)  (0) 2010.07.18
리큐에게 물어라   (0) 2010.04.02
천년의 믿음, 그림으로   (0) 2010.01.21
팀파니 협연 - 연주회 -  (0) 2009.1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