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주어진 모든 것을 사랑으로!!

감상문

존재의 가벼움

물소리~~^ 2012. 9. 17. 13:07

 

 

 

 

 

 

 

 

 

절대 가볍지 않은 책이다.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된 책으로 나도 한 번 읽어야겠다는 마음만 있었다. 이제 그 형식적 마음의 짐을 벗어 버렸다는 홀가분함이 있으니 독서란 때론 이렇게 의무감으로 행 할 수 있음을 느껴본다. 이 책의 지역적 배경은 체코의 프라하이다. 책을 접하는 순간, 나는 그 유명한 ‘프라하의 봄은 오는가’ 라는 말을 떠올렸다. 당시 정치적으로 암울한 시기의 체코에 대한 상징적인 표현이었지만, 그 뜻을 헤아리기 보다는 무언가 모를 음률이 느껴지며 그냥 자주 입에 오르내렸던 말이었다.

 

이 책 역시 그 프라하 사람들의 사랑이야기이다. 단순한 사랑이 아닌 정치와 역사와 철학이 교묘하게 믹서 되면서 전개되는 이야기다. 그래서 무거운 책이라고 나는 말한다. 딱 집어 토마시(남)와 테레사(여) 두 명의 주인공이지만 넓은 안목으로 바라보면 프란츠(남)와 사비나(여)가 있어 네 명의 주인공이다. 또 카레닌 이라는 개(犬)도 의미 깊은 내용을 전해준다. 이들은 서로의 만남을 통해 현 위치에서 벗어나는 삶을 살아가며 존재의 무거움과 가벼움을 제시해 준다.

 

이 책의 키워드는 ‘키치’와 ‘그래야만 한다’ 라고 감히 말해본다. 키치(Kitech)는 독일어로  ‘얕은’ ‘깊이가 없는’ 뜻으로 해석한다고 한다. ‘그래야만 한다(Es Muss Sein)’ 역시 독일어로 베토벤이 한 말을 인용했다. 이 두 단어로써 주인공들의 감정흐름 들을 엮어 나가면서 인간의 존재에 대한 근원적 의미를 풀어나간 이야기다. 

 

토마시는 프라하에서 촉망받는 의사이면서 난봉꾼이다. 가벼운 의식을 지닌 사람이었다. 하지만 토마시를 한 번 본 테레사는 자신이 그리던 영혼의 세계로 이끌어 줄 사람으로 믿고 난봉꾼임을 모르는 체 그를 찾아간다. 영혼이라는 무거운 의식을 지닌 테레사의 희망은 무너지고 토마시를 떠난다. 하지만 토마시는 테레사에 대한 연민으로 테레사를 찾아간다. 이 과정에서 그는 의사라는 직업을 버리고 유리창 닦는 일을 한다. 여기에는 정치적 이야기가 배경이 된다. 우연히 잡지에 기고한 글이 그를 반체제 인사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자신 뿐 아니라 테레사까지 고통을 받고 있음에 선택한 길이었다. 어떤 의무감에서 지고지순한 사랑의 감정으로 변해간다. 가벼움에서 그래야만 한다 라는 과정을 거쳐 도달한 운명이었다. 

 

사비나는 늘 가벼움을 추구하는 자유로운 영혼을 소유한 화가이다. 보이는 것만 보고, 보고 싶은 것만 보는 그런 정치적 편협함을 피해 스위스로 간다. 결국 그녀는 자신만이 지닌 가벼움을 찾아 나섬으로 인해 그녀는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반체제 인사가 된다. 프란츠는 스위스의 교수이다. 안정 속에서 늘 반복되는 생활보다는 변화를 꿈꾼다. 그러기에 혁명을 일삼는 이웃나라 체코의 프라하를 동경하고, 프라하를 떠나 스위스에 온 사비나를 만난다. 평화로운 스위스에서 살며 질곡이 많은 체코를 동경한 프란츠는 사비나를 통해 그 꿈을 이루어 보려한다. 하지만 그들은 소통의 어려움을 겪는다. 사비나와 함께 있고 싶어 부인과 이혼을 하지만 사비나는 그 순간 프란츠 곁을 떠난다. 가볍고자 하는 사비나에게는 너무나 무거운 삶의 무게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프란츠는 자신의 선택이 가벼움과 함께 결코 불행하지 않음을 깨닫는다.

 

무거움에서 가벼움으로 마음동으로 혼자가 된 프란츠는 회상한다. 

사비나의 육체적 존재가 그가 믿었던 것보다는 훨씬 중요해진 것이다. 중요한 것은 그녀가 그의 삶에 각인해 놓았던 황금빛 흔적, 마술의 흔적 이었다. 그 누구도 그로부터 앗아갈 수 없는 것으로, 헤라클라스의 빗자루가 되어 그가 진정 사랑하지 않은 것들을 쓸어 내 주었다. 그의 자유와 새로운 삶이 부여한 이 예기치 못한 행복, 이 편안함, 이 희열, 그것은 모두 그녀가 그에게 남겨준 선물이었다.(p188)

 

주인공들 모두 정치적 역사적 현실 앞에서 그래야만 한다는 의식을 가지고 키치적 삶을 선택하였다. 삶의 무거움을 가벼움으로 바꾸어 택한 사랑은 결코 가볍지 않은 여정이었다. 어쩌면 우리가 설정한 인생의 목표는 가벼움일지도 모르겠다. 전생을 모르고 미래를 모르는 인생역정에서 한 번의 삶만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면, 그래야만 한다면 , 가벼움을 선택해야 되는 것일까? 책을 다 읽고 난 후에도 여전히 존재의 가벼움에 대한 궁금증을 참을 수 없다.

 

키치는 죽음을 은폐하는 병풍이다.(p393)

우리가 아무리 키치를 경멸해도 키치는 인간조건의 한 부분이다.(p398)

키치의 원천은 존재에 대한 확고부동한 동의다. (p3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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