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을 만나고 싶으면
훌쩍 차를 몰고 시내를 벗어나곤 합니다.
가을 이라는 말에는
가을이 다 들어 있다고 생각하곤 했지요.
올해는 억새의 춤사위가 늦어지고 있어요.
길가의 코스모스도
잎이 시들어도 열심히 꽃을 피우는 가을 풀꽃들도
그들은 이렇다 할 기교를 부리지도 않는데
마음을 앗아가곤 합니다.
무심코 향한 눈길 따라 보니
이상야릇한 열매들이
갈색을 띄며 주욱 서있는 모습이 스쳐갑니다.
무어지? 하는 마음으로 차를 한쪽에 주차하고
바짝 그 앞으로 가서 쪼그리고 앉아 바라보았습니다.
잎 하나 남김없이 서있는 그들의 모습에서
무언가 모를 질서를 느껴봅니다.
무엇의 씨앗인지, 열매인지를 모르겠어요.
모른다는 것
내 안의 헛것일까요.
괜한 가을 길에 나서서
허허로움 가득한 내 마음만 확인하고 왔지요.
아, 루드베키아 였어요.
참 내~~ 누드로 서 있었군요.
떠나는 자의 가벼움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