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홍초
조금 늦은 저녁, 초저녁에 만나지 못한 달을 찾으러
앞 베란다에 나섰더니 보이지 않아요.
하늘은 맑으니 분명 둥실하니 떠올랐음이 분명 하겠기에
다시 뒤 베란다로 나갔습니다.
아, 아직도 동쪽에 치우쳐 떠 있었어요.
새벽녘까지 서쪽 하늘까지 가야할 길이 멀기만 하다는 듯
조금은 지친 듯, 많이 야윈 모습 이예요.
아니지요, 환한 보름날에
많은 사람들의 소원을 받아 들여 무거웠던 몸이,
그 소원들을 하나씩 해결해 주어서 많이 가벼워 진 것 같아요.
소원을 해결 받은 사람은 그 나름대로 좋을 것이니~
달은 한결 가벼워진 마음이어서
이지러진 모습이지만서도 저리도 밝은 모습인가 봐요.
요즈음은 그냥 쓸쓸해지는 마음이지요.
반딧불도 힘이 약해지고
숲 속 거미줄에 걸린 자벌레들도 모습을 감추고
풀벌레들의 소프라노 음색들은 더없는 계절의 소리들이지요.
그 겨를을 틈타 쓸쓸해지는 제 마음도
분명 계절을 타는 마음이기에
그냥 좋아하는 마음이랍니다.
달빛을 받아 내리는 나무 그림자들이
바람에 일렁이는 모습을 보셨나요?
그처럼 세세한 그림을 그려내는 곳은 오직 나의 뒷산 오솔길이랍니다.
달빛의 정기를 받아
지금 어디쯤에서는 구절초가 야무지게 익어가고 있을 것이니
나의 눈길은 조심스레 그곳을 스쳐가며
향기를 가두어 두곤 합니다.
아무리 더워도 계절은 걸음을 내 딛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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