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 호수산책길에서는 뜻밖의 풍경을 만났어요.
느긋한 마음과 어둡지 않은 시간이어서인지
자전거 위에 앉았지만 눈이 자꾸 휘이 돌아가며
또 다른 풍경을 찾고 있었어요.
그러다 늘 스쳐 지나기만 했던,
조금은 산책길에서 멀리
밭 가운데에 자리한 보기 좋은 풍채를 지닌 나무가 보였어요.
그 나무는 꽃을 무성하게 피워 올렸지만 무슨 꽃인지 분별이 안 갔지요.
자전거를 세워놓고 조심조심
밭두렁 사이를 걸어 가는데 멀리서
개가 짓기 시작하지 않겠어요?
그냥 모른 척 나무 가까이 살금 걸어가니
아, 개오동나무가 꽃을 흐드러지게 피우고 있었어요.
열심히 제 흔적을 남기며 한 해를 살아가는 모습이
어찌나 예쁘던지요. 꽃이 아닌 우주로 보이는 마음으로
나도 모르게 나무의 주인님께 고맙습니다 를 연거푸 했지요.
늘 가던 길이 아닌
조금 거칠다는 이유만으로 사람들이 그 길을 기피했고
그 결에 나무들은 마음 놓고 제 모습들을 키우고 있었지요.
참 마음이 아릿해졌습니다.
관심의 우선순위!
얼마나 중요한인일지....
어찌하였건 오늘을 살아가며
나에게 투영된 오늘의 삶의 발자취를 남긴다면
언제든 나를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는 것 같아요.
오늘도 그렇게 지나는 시간 속에
생각의 뿌리들이 날줄의 촘촘함으로 엮여 나갑니다.
6월의 나뭇잎이 간간히 흔들리며
씨줄이 되어 함께 엮여주는 저녁참의 시간이었습니다.
'단상(短想)'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소원을 풀어주는 달 (0) | 2012.09.08 |
---|---|
초여름산의 열정 (0) | 2012.06.29 |
시시(詩詩)한 마음 (0) | 2012.06.12 |
서로에 스며듬은.... (0) | 2012.05.26 |
사물에 기대어 (0) | 2012.05.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