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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短想)

계절의 여왕 오월을 보내고~ 향기의 계절 6월을 맞이하다

물소리~~^ 2025. 6. 4. 22:58

 
 
유월이 시작되었다.

5월 숲의 나뭇잎이 연하디 연한 잎이라면
6월은 씩씩하면서 야무진 초록의 잎이다.
 
5월은 어찌 보냈고, 6월을 어떻게 맞이할지 모르겠다.
백수가 더 바쁘다는 말을 실감하는 요즈음이다.
너무나도 예쁜 손자 보러 오고 가기 바쁘고
냉장고를 열고 버릴 것은 버리고 정리를 하느라 정신없고
그 와중에 한두 가지 발견되는 식재료를 이용하여 반찬 만들기 바쁘다.
 
 

▲ 금계국 : 손자 만나고 오는 길 : 손자집 앞으로 흐르는 금강변을 따라 조성해 놓은 꽃밭

 
 

양파 10kg(75알)을 다듬어 장아찌를 담았고
지인에게 예약해 둔 마늘 두 접이 집 앞에 도착해 있었다.
두 접이면 200알~
한 접을 까느라 선거휴무 일을 몽땅 반납했다. 
아직도 한 접이 남았다.
 
그러면서도 눈은 자꾸 창밖으로 향한다.
어디에는 무슨 꽃이 피었을 것이고
그곳에는 무슨 꽃이 피었을 텐데……. 하는 조바심이 앞선다.
 
마늘 까기를 오늘은 그만~ 하고
나머지를 베란다에 정리해 두고
종일 세수도 안 한 얼굴을 모자로 가리고 기어이 밖으로 나왔다.


 
 

▲ 쥐똥나무

 
주차장을 내려가는 길, 옆 건물과 인접한 담에 쥐똥나무가 가득 피었다.
그 향기에 이끌려 코를 박고 향기를 맡는데
쥐똥나무는 얼른 지나가는 바람을 붙잡고 향기를 많이 많이 뿜어낸다.
손에 배인 마늘 냄새도 꽃향기에 녹아 버린다.
향기가 너무 많아 그걸 다 맡질 못하고 그냥 폰 카메라에 그 모습을 담았다.
향기 없는 꽃이 되었지만 내 눈은 내 코가 되어 향기를 맡는다.
이렇게 6월은 눈으로 향기를 맡을 수 있는 계절이다.
 

▲ 수변에 피어 있는 꽃창포

 

▲ 골무꽃

호숫가로 접어들었다.
백수이면서도 아직은 초저녁 산책 시간은 저절로 예대로이다.
오늘은 밝은 시간에 나왔다.
늘 지나던 길, 어두워서 모습을 볼 수 없었던 골무꽃을 만났다.
연한 보랏빌 고운 실로 제 몸을 먼저 촘촘히 꿰맨 예쁜 모습이다.
향기는 없었다. 아니 내 코가 무딘 것인지도 모르겠다.
나는 이 꽃을 볼 때마다 규중칠우쟁론기를 생각한다.
전통적인 정서는 어느 한 시절에 머무는 것이 아닌,
오늘날까지 끊임 없이 흐르고 있다는 거창한 생각을 해 본다.
 
규중칠우쟁론기에서 골무는 감토할미가 되어 규중부인의 손가락을 보호한다..
이 쟁론기에서 골무는 아니 감토할미는 7명(?)중 최종 승리자이다.
사물이 사람이 되어 나누는 이야기는 옛날 그대로이니
나는 6월 골무꽃의 향기를 마음으로 맡는 것인지도 모르는 일이다.
 

▲ 엉겅퀴

 

 

 

▲ 찔레꽃

 


금방이라도 호수룰 뛰어들 자세로 서 있는 찔레꽃이 애처롭다

잡초사이를 성큼성큼 걸어가 꽃 가까이 가 보았다.
그래도 먼 거리다. 그 좋은 향기가 없다
아마도 서쪽하늘의 노을에 제 향기를 띄우며 그리움을 대신 부르고 있을 것 같다.
점점 빛을 잃어가는 시간의 하얀 찔레 꽃잎은
두툼한 중량감으로 제 몸빛을 더욱 우윳빛 하얀색으로 바꾸어 놓았다.
향기도 도톰하다
6월의 찔레꽃의 향기는 마냥 슬프다.
배 고플 때 하나씩 따먹었다오 라는 노랫말 때문일 것이다.
 

▲ 마삭줄

 
아! 높은 나무줄기를 타고 오른 마삭줄이 곡예하듯 나무를 타고 있다.
가녀린 줄기지만 수굿하게 제 몸을 가누며 높이 매달려 있으면서
향기는 또 얼마나 좋은지, 이 꽃이 필 때면 한 두 송이를 꼭 취하곤 했다.
마삭줄은 땅 위에서 자랄 때는 꽃을 피우지 않는다.
나무를 타고 오를 때만 꽃피우면서 향기를 멀리멀리 내 보낸다.
사람이라면 줄타기 무형문화재로 지정되어도 손색이 없을 지경이다.
이 꽃을 처음 만나던 오래전,
나는 마삭줄꽃을 만났다고,
이 꽃이 바람개비 같다며, 향기에 이끌려 이 꽃을 찾았노라고 우쭐대었었다.
 

▲ 갈퀴나물

 
갈퀴나물이다.
한 방향으로 가지런히 피어 있는 보랏빛이 참 예쁘다
갈퀴나물은 구황식물이다.
먹을 수 있고 약효도 좋은 까닭이었는지
옛날 일제 강점기시절에 이 나물을 공물로 거두어 갔다고 한다.
요즈음은 빈 공터면 어김없이 자리를 차지하고 자라고 있으나
잡초 취급을 받고 있으니 참으로 인생무상이다.
향기는 미미하지만 예쁜 모습이다.
 
6월을 감히 향기의 계절이라 말하고 싶다
양파도 마늘도 향을 지니고 있다
6월을 살아가는 모든 식물들도 꽃향으로 자신을 알리고 있다.
백수가 된 나도 느지막하게 향을 지니고 싶다는 엉뚱한 생각을 하지만
도저히 이룰 수 없는 일인 것은 분명하다.
몸이 안 따라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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