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록의 싱싱함에 마음이 끌려 한참을 넋 놓고 바라보았다.
꽃은 우리 사람의 눈을 즐겁게 하기 위해 피어나는 것이 아니라는 것,
씨앗을 맺으면 가차 없이 떨어져 버리는 꽃,
그 꽃 마음을 이해하려면
우리는 거리를 두고 바라보아야 한다는 것을
내가 놓친 이 봄의 꽃들이 알려주고 있으니~~
토요일 이른 아침 앞산의 풍경에 빼앗긴 마음을 찾아보고 싶어
뒷산을 오르는데 간밤 살짝 내린 비에 초목들이 더욱 싱그럽다.
강렬한 햇살 아래에서도, 제 몸을 감당키 어려운 바람에도
지침 없이 피는 꽃들을 만나니 마음이 환해진다.
나에게도 분명 햇살이 있었고 바람이 있었는데
꽃들은 그 힘듦에 순응하며 살아가지만
나는 갑자기 만난 여건들에 익숙지 못하고 허둥대고 있다.
갑자기 내 앞에 펼쳐진 백지 위의 시간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발 디딜 곳 없는 빈 허공을 걷는 느낌이 나를 감 싸고 있다.
지금까지의 내 생활이 몹시도 어색하기만 하니
데면데면할 수밖에 없는 내 마음이 참 밉다.
오래전 ‘세상의 모든 음악’이라는
방송 진행자의 오프닝멘트가 인상 깊이 마음에 남아 있는데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신기함을 느끼게 해 줌과 동시에
박수갈채를 받는 마술사 내용이었다.
마술사가 느닷없이 손 안에서 새를 날려 보낸다든지
카드 한 장이 수십 장으로 변하는 순간에 경탄을 금할 수 없어
큰 박수를 받는데 마술사는 그 박수에 큰 힘을 받는다고 하니
진행자 자신은 비록 새를 꺼내 보일 수도 없고
카드를 변신시킬 수는 없지만
저녁 이내에 스며든 음악만큼은 꺼내 보일 수 있다며
많은 박수로 응원을 해 주시면 열심히 진행해 나가겠다고 했었다.
‘저녁 이내에 스며든 음악’이라는 말이 참으로 신선하게 들렸었다.
아, 내 안에도 그런 신선함이 있을 수 있을까.
남들이 모르는 그 무엇을
스스럼없이 꺼내 보이는 그럼 감성을 잃지 않는 사람으로
살아가고 싶다는 열망이 꽉 차올랐던 생각이 떠오르면서
마음에 조금 활기를 안겨 주니 절로 발걸음이 가볍다.
물론 이 숲을 채우는 모든 생명체들의 향기가 나를 일깨워 주는 것이겠지만
나만의 것으로 살짝 받고 싶은 박수로 받아들이고 싶었다.
그래~ 나는 내 생의 마술사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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