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서 전해오는 큰 불 난리에
봄꽃들이 주춤주춤 조심스러운 마음인가 보다고…
그래서 꽃구경 인파들도 없다는 소식들이 들려왔었다.
그런데 큰 불이 멈추고
온도가 오르기 시작하니
꽃들이 하룻밤 사이에 한꺼번에 피어나고 있다.
벚꽃이 피기도 전에
우리 아파트 화단의 목련이 그러하고
울타리 삼아 심어놓은 개나리가 그러하고
뒷산의 진달래도, 길가의 냉이도
광대나물도, 조팝나무도 야무진 꽃을 피우고 있다.
늦게야 마음눈을 뜬 두서없는 내 마음이
그동안 만나지 못한 발아래 핀 잔잔한 꽃들에
반가움으로 차마 성큼성큼 걷지 못하며 조심스럽다.
순서 없이 피어나는 봄꽃의 무리를 한 조각씩 떼어내어
시침 핀으로 가만가만 이어 꽃 조각보를 만들고 싶다.
두고두고 바라보며
내 마음에 피어나던 순서에 따라
시침 핀을 하나씩 떼어내며 곱게 박음질하면
그리운 봄 동산의 꽃밭이 될까?
마음 바쁘게 피어나는 봄꽃들을 잡아주는 시침 핀이 있어 그냥 행복하다.
어쩌면 내 지난 세월의 순간순간 삶의 모습도
낡을 대로 낡은 시침 핀이 잡아주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이제 그 순간들을 꺼내어 단단하게 박음질해 두어야겠다.
낡은 시침 핀의 고단함을 풀어주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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