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토요일 저녁 산책시간 즈음에는 낮은 기온이었지만
바람이 없어서 인지 그냥 걸을 만하다 싶어 중무장을 하고 나왔다
설날 연휴이후로 처음 걷는 호수 산책길이었다.
걷기 시작하고 조금 지나 눈발이 날리더니 제법 눈다운 눈이 내리기 시작하였다.
그냥 돌아갈까? 어쩔까? 하는 마음 저울질하면서도
발걸음은 계속 앞으로 나간다.
오랜만에 걷는 내 몸이 기분이 좋은가 보았다.
잠깐 20여분 내리던 눈이 그쳤다.
아, 그동안 강추위에 호수가 얼어 있었던 것이다
그 위에 눈이 내리니 호수는 하얀 도화지가 되어
지상의 사물들을 그리고 있었다.
내 모습도 그려달라고 손을 번쩍 들었더니
호수 도화지는 얼른 내 모습을 그려내고 있잖은가.
기분 좋은 시간을 보내고 집에 돌아왔다.
일요일 아침 일어나 베란다에 나선 순간
나는 어머나! 탄성을 질렀다
밤에 살짝 내린 눈이 나뭇가지에 앉은 채로 꽃이 되어 있잖은가
세상에~~ 향적봉에서도 못 보았던 상고대~~
얼른 사진기를 챙겨들고 나왔다.
부지런하신 울 경비아저씨는 어느새 싸리비로 눈을 쓸어놓았다.
그런데 나무 가까이 갈수록 나는 실망감을 감출 수 없었다.
살짝 내린 눈이었기에
나무마다에 앉은 눈이 너무 적어 하나하나의 나무는 눈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한데 모아 이루는 아름다움으로 나를 집밖으로 끌어낸 것이었다.
잠깐 깨끗한 눈길을 걸었다
금세 아침해가 떠오르니 이마저 눈은 녹아내릴 것이다.
♬ 눈
김효근 작사. 곡
조그만 산길에 흰 눈이 곱게 쌓이면
내 작은 발자욱을 영원히 남기고 싶소
내 작은 마음이 하얗게 물들 때까지
새하얀 산길을 헤매이고 싶소
외로운 겨울새 소리 멀리서 들려오면
내 공상에 파문이 일어 갈 길을 잊어버리오
가슴에 새겨보리라 순결한 님의 목소리
바람결에 실려 오는가 흰 눈 되어 온다오
저 멀리 숲 사이로 내 마음 달려가나
아 겨울새 보이지 않고 흰 여운만 남아있다오
눈 감고 들어보리라 끝없는 님의 노래여
나 어느새 흰 눈 되어 산길을 걸어간다오
‘눈’이라는 노래를 부르며 집으로 돌아와 다시 창밖을 바라보니
하얀 상고대 꽃이 햇살을 받아 붉은 상고대가 되어있었다
이제 서서히 녹아가겠지…
나도 이제 다시 일요일 일상을 부지런히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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