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주어진 모든 것을 사랑으로!!

꽃과 나무

며느리들의 슬픈 이야기들

물소리~~^ 2022. 9. 9. 15:55

 

   내일이 추석이다.

   간단한 음식 몇 가지를 준비해 놓고 뒷산에 올랐다.

   가을은 성큼 뒷산부터 찾아 들었을까?

   삽상한 기운이 내 옷 소매를 내리게 한다.

   하지만 일찍 찾아온 명절에 때를 맞추지 못한 가을이기에 아직은 풋풋하다.

 

   이맘때쯤에는 뒷산에서 밤 줍는 사람들의 발소리가 부산한데

   한 명도 만나지 못했다

   밤나무를 쳐다보니 푸르디푸른 밤송이는

   제 몸을 열려는 기색이 없이 당당함으로 나무에 달려 있다.

   그렇구나!

   인간 세상 바쁨에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내면을 충실히 쌓아가고 있으니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지 아니하는 이들의 삶이 참으로 기특하다.

 

   오랜만의 걷는 숲길이 더없이 정다우니 내 눈은 이리저리 해찰하기 바쁘다

   들풀 꽃들도 아직 추석맞이를 하고 싶지 않은가 보다

   문득 만난 며느리밑씻개의 줄기에 돋은 가시를 보노라니

   아, 오늘  아마도 제일 많이 수고하는 며느리들이 생각난다.

 

   옛날에는 왜 그리도 고부갈등이 많았는지......

   그에 대한 이야기들이 꽃에 비유하여 전해지고 있으니

   옛날이야기 듣듯 오늘 그 아픈, 한 맺힌 이야기들을 꽃들에서 들어본다.

 
 

 

▲ 며느리밑씻개(사광이아재비)

   옛날에 시어머니와 며느리가 밭에 나가 함께 일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며느리가 급한 김에 한쪽으로 가서 볼일을 보고

   시어머니께 콩잎 좀 따달라고 부탁을 했단다.

   급한 볼일로 일손을 멈췄을 뿐인데 잠시나마 일을 하지 않은 며느리에

   미운 마음이 앞선 시어머니는 잔가시 투성이의 풀을 뜯어 며느리에게 건네주었고

   며느리는 하는 수 없이 아픔을 참으며 그 가시풀로 밑을 닦았다는

   하여 며느리밑씻개란 이름을 가지게 되었다고 한다.

   이 며느리밑씻개는 약재로도 쓰이는데 희한하게도 부인병에 효험이 있다고 한다.

   사광이아재비풀 이라는 또 다른 이름도 있으니 이제는 부끄럽지 않은 이름을 불러줘야겠다.

 
 

 

▲ 며느리밥풀

    시어머니에게 갖은 학대를 받던 며느리는 

   어느 날, 평소와 다름없이 저녁밥을 지으며 밥이 다 되어 갈 무렵에

   뜸이 잘 들었나 보려고 밥 몇 알을 떠서 입안에 넣었다.

   이를 본 시어머니는

   어른이 먹기도 전에 먼저 밥을 먹느냐며 생트집을 잡으며 며느리를 때렸다.

   며느리는 밥알을 입에 물은 채 급기야 쓰러지고 끝내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시일이 지난 며느리의 무덤가에는 이름 모를 풀들이 돋아나기 시작했고

   여름이 되자 하얀 밥알을 문 듯싶은 붉은 꽃들이 피었다.

   "착한 며느리가 밥알을 씹다 죽은 한으로 피어난 게야."

   사람들은 이 꽃을 며느리밥풀꽃 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 며느리배꼽

   

   며느리배꼽은

   둥근 잎에 싸인 열매가 꼭 며느리배꼽 같다고 붙여진 이름이다.

   귀염성이 있는 열매에 차마 나쁜 이야기를 만들 수 없었을까?

   예쁜 것을 예쁘다 하지 못함도 며느리에 대한 시샘일까?

   이쯤에서 거두어들인 시어머니의 마음 한 구석에는

   그래도 며느리에 대한 사랑이 조금이나마 있었나 보다.

 

   추석 명절에

   둘러앉아 도란도란 나누는 옛이야기로 웃음꽃이 피는 시간이 되었으면 참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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