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에 화려한 꽃을 피우는 식물로 꽃무릇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꽃무릇을 오늘 아침에 만났다.
우연히 만난 것도, 유명한 곳도 아닌
우리 동네 호수 둘레 따라 조성된 드라이브 도로변 산등성에
꽃무릇이 피고 있음을 며칠 전부터 눈여겨보았던 터,
꽃을 만나기 위해 혼자 부산을 떨었고 유난을 피웠다.
아침 출근길에 차를 멈추고 사진을 찍은 것이다.
조금만 모여 있어도
빨간 꽃빛과 화려한 자태로 주변의 식물들을 기죽게 하는 꽃으로
식물학에서의 정식 명칭은 ‘석산’이지만 우리에게는 '꽃무릇'이라는 이름이 훨씬 정겹다.
꽃무릇은 가을 초입까지 아무런 조짐을 보이지 않다가
가을바람 소슬할 때에 어느 날 문득 꽃대를 쑤욱 올리고서 꽃을 피운다.
큼지막한 꽃송이와 쭉쭉 뻗어내는, 조금은 방정스러운 꽃술이 꽃의 자태를 유난히 화려하게 하는데
꽃이 무리지어 피어난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 꽃무릇을
상사화라고도 부르지만 상사화와는 다른 식물이다.
꽃무릇과 상사화를
상사화라 부르는 까닭은 꽃과 잎이 서로 만날 수 없기에 부르는 이름인데
이 두 꽃은 서로 반대의 시절에 꽃을 피운다
상사화는 이른 봄에 잎을 먼저 피워 올린 후 왕성한 성장을 하면서
꽃 피울 영양을 비축하고 6월경에 잎이 없어진다.
꽃은 잎이 완전히 없어진 7~8월 경에 피어나기에
잎과 꽃이 서로 만나지 못한대서 붙여진 이름이다.
상사화 꽃은 주로 분홍색이 많고
꽃술은 다소곳이 꽃송이 안쪽에 모여 피어나기에
분홍색답게 얌전해 보인다.
꽃무릇은 꽃이 먼저 올라 온다.
상사화와 반대다.
요즈음 한창인 꽃의 모습을 보면 잎이 전혀 없이 꽃대를 올려 꽃을 피운다.
꽃무릇의 꽃술은 꽃송이 바깥으로 가늘게 솟아나오는 바람에
상사화보다 화려해 보이지만 조금은 발랄해 보이기도 하다.
꽃무릇의 꽃잎은 상사화보다 더 깊이 갈라져서 파마머리처럼 돌돌 말려 있기에
꽃잎이 아닌 것처럼 보인다.
꽃무릇 꽃이 완전히 소멸된 후, 10월 경에 잎이 나오며
그 잎은 겨울을 지내고 다음해 5월경이면 완전히 시들어 사라진다.
그렇게 서로 만나지 못하고 살아가는 꽃
이 꽃무릇을 사찰에서 많이 키우는 까닭은
꽃이 지닌 독성을 이용해 탱화에 사용되는데
그림의 색이 변하지 않고 벌레가 슬지 않기 때문이란다.
선운사의 도솔천 주변에 꽃무릇이 많은 까닭은
꽃무릇의 알뿌리가 물에 쓸려 내려오다가
곳곳에서 자리를 잡았기 때문이라고도 하는데
선운사의 꽃무릇이 한창 일 때는
전국의 진사님들이 찾아와서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으니
꽃은 제 멋으로 사람의 마음을 끌어가는 요술쟁이임이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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