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우리 지역의 신문을 읽다가
눈과 마음이 확 당기는 사진 한 점을 보았다.
한 전통자수 작가가 프린트한 달항아리 위에 수를 놓았다는 작품이었다.
내용을 읽기도 전에
은은한 바탕위의 항아리 모습에 그냥 마음이 푸근해 진 것이다.
잘 하지도 못하면서 자수를 좋아하고
우리 조상님들의 혼이 어린 달항아리의 모습이 좋기만 한데
작가의 상상력에 따른 벌 나비와 꽃 한 송이의 어울림이
그냥 그대로 내 마음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달항아리는 모습이 마치 달처럼 생겼다고 하여 붙여진 조선백자이다.
이 달항아리는 절대 완벽한 좌우대칭 모습은 아니다.
오른쪽은 곱게 빚어진 곡선이지만
왼쪽은 조금 튀어 나왔으며
이 영향으로 오른쪽 목 부분이 조금 높고
왼쪽 목 부분은 조금 쳐져 있다.
어쩌면 이런 불완전한 모습이 있어 더 빛을 발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나는 이 비 대칭의 모습을 달항아리가 지닌 가치라고 말하고 싶다.
완벽한 모습이 아닌 것은 단점일 수 있지만
그 단점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며
인정해주는 마음을 이끌어주는 지혜를 알려주는
이 항아리를 만든 조상님은
이 그릇을 그냥 생활 속에 사용하는 용기로 만들었을 것이다.
그 만드는 과정에서 일부러 이런 비대칭을 선택한 것이라면
우리 조상님의 멋스러움이 정말 멋지다
또한 그분의 예술 혼을 놓치지 아니하고 감지하여
이 항아리를 예술품으로 승화시킨 후손들의 미감각으로
조상님의 후손임에 틀림없음을 확인하고 나니
후손의 일원인 나도 괜히 자랑스럽다.
나는 비록 달항아리를 만드는 재주는 없지만,
좋아하는 내 마음만큼만 조금은 일그러진 달항아리의 은근함을 닮고 싶다.
나와 인연이 있는 사람들의 나와 다른 생각과 행동을
그 사람의 특징으로 인정해 주면서
저 둥근 곡선처럼, 또 넉넉한 항아리의 품에 안기는 것처럼
너그러움으로 인정하며 살아가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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