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말 경
바람 불어 몹시 을씨년스러운 섬 무녀도엘 갔었다.
아니 그곳에 도착해보니 바람이 많이 불어 참 어설픈 마음으로
썰물이 되어 모습을 드러낸 쥐똥섬까지 이어진 모세의 길?을 걸었던 것이다.
그날
물이 빠져 드러난 갯벌의 풍경 중 하나,
바닥에 무언가가 나란히 놓여 있는 모습이었다.
처음에는 물이 빠져 드러난 모습인 걸 모르고
평소에도 그렇게 늘 바닷가에 놓여 있는 것인 줄 알았다.
무심코 사진을 찍었고 가끔 그 모습이 떠오르면서 호기심을 자극했는데
어부들이 사용한 도구들인 것을 훗날에서야 알았다.
소임을 다한,
이제 쓸모없는 것들의 가지런함에는
소중하게 여겼던 어부의 정성어린 손때와 마음들이 고스란히 묻어 있었던 것이다.
도구들 역시 밀물 때면 모습을 감추고
썰물 때면 갯벌에 모습을 드러내면서
지난날 자신들을 소중하게 여겨주었던
옛 주인들을 만나고 싶어 하는 마음의 말들을 무수하게 건네고 있다는 생각에
찍어 온 사진을 자꾸만 들여다보게 하는 것이다.
살아가는 방식에 따라, 더 나은 기구들의 편리함에 쫓겨
이제는 자신들의 삶의 현장이었던 바다에 잠겨 녹이 슬었지만
그 허름한 모습이 조금도 누추하게 보이지 않고
무언가에 공들인 흔적이 느껴지면서 정겨움으로 생각이 난 것은
자신들이 이룩한 한 때의 삶의 편린을 전해주는 진솔한 모습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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