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벤자민 고무나무 열매
오르락내리락하는 장마전선이 일요일까지 집중호우를 내린다 하는 예보를 해 주었는데
장마전선은 구경거리 없는 우리 지역에서 주말을 보내고 있는지
어제 저녁부터 비가 많이 내리고 있다.
덕분에 차분하게 집안 일 할 수 있어서 좋은데
조금만 움직여도 땀이 줄줄 흘러내리곤 하니 정말 컨디션은 엉망이다.
오늘은 베란다 식물들에 물주는 날이다.
2주에 한 번씩,
베란다 청소 겸 물을 주는 규칙적인 습관에 화분들도 길 들여 졌을 것이니
밖은 비가 내린다 해도 화분들에 물을 주어야 한다.
바닥에 물을 뿌리며 먼지를 씻어 내리는데
웬 낯선 열매 두 개가 떨어져 있었다.
무어지? 분명 나무 열매인데…
두리번거리며 열매가 떨어져 있는 위의 벤자민 고무나무를 바라보니
아니~~ 노란 열매 4개가 달려 있는 것이다.
세상에~~
이 나무를 여기 이사 올 때 들여왔으니 29년을 함께 살았고
우리 집에 오기 전까지 얼마나 많은 세월을 살아온 이력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동안 한 번도 꽃을 보여주지 않은 고무나무였기에
당연히 공기 정화에 좋은 관엽식물로만 여겨 왔지
열매를 맺으리란 것은 생각조차 못 했던 것이다.
그나저나 열매를 맺으려면 꽃을 피웠어야 하는데??
의아심에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무화과나무처럼 꽃을 품은 열매를 맺는다고 하였다.
그런데 더욱 놀라운 것은 벤자민은 살아가기에 양분이 부족하거나
더 이상 생장할 수 없다고 스스로 판단할 때
종족 개체수를 늘리기 위해 그들의 삶의 방식으로 열매를 맺는다고 하는데
그동안 우리 집 베린다에서 근 30년을 지내오면서 얼마나 답답했을까
이제 열매를 맺어 새로운 종족을 번식시키고
자신은 그냥 흙으로 돌아가기 위함의 준비인 것 같아
마음이 마냥 쓸쓸하다.
동남향인 우리 베란다는
직접적인 햇볕은 들어오지 않지만 하루 종일 밝은 기운이 가득하기에
식물들이 살아가기에는 퍽 상쾌한 환경 조건이라고 나는 믿고 있다.
키가 큰 벤자민 고무나무의 윗부분이 천정에 닿지 못하도록,
잎가지가 너무 많이 자라지 않도록 가끔 잘려 나가는 아픔은 있었을지언정
조금은 좁은 공간이었지만 자라는 환경은 그닥 불편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가끔 영양 흙을 부어주고, 물주는 것 외에 더 해 주는 일 없이 함께 지냈는데
어쩌면 나의 일상을 낱낱이 알고 함께 애환을 나누었을 텐데
이제 저 먼저 가려는 준비 작업일까?
기름진 흙을 더 많이 부어주어 나하고 오래도록 함께 지내기를 청해 봐야겠다.
우리 벤자민, 정확히 말하면 킹벤자민이
열매를 맺은 것은 자신의 삶을 마감하기위한 준비 작업이 아닌
자신의 튼튼한 열정을 분출해 보이면서
울 베란다 다른 식물들과
오순도순 잘 살아가리라는 다짐으로 주먹을 움켜 쥔 모습이라고 말하고 싶다.
▲ 열매를 열어보니.....
▲ 줄기가 연륜을 말해주고 있다.
▲ 함께 살아가는 베란다 화분들
▲ 또, 깜짝
관음죽 줄기 하나가 또 꽃을 올리고 있다.
▲ 포기나누기 분갈이를 해 준 군자란도 뒤 늦게 꽃을 피우고...
▲ 스파트필름도 수줍은 모습으로 꽃을 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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